기술로 무장한 K-Food, 세계 시장을 노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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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품연구원 함상욱 전략기획본부장은 식품산업은 이제 일부 제품 중심에서 식품산업 전체가 세계로 진출하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 사진=시사위크 취재팀
한국식품연구원 함상욱 전략기획본부장은 식품산업은 이제 일부 제품 중심에서 식품산업 전체가 세계로 진출하는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 사진=시사위크 취재팀

“Next K-Food는 제품 중심의 세계화가 아니라, ‘한국 식품산업 전체’가 세계로 가야 한다.”

시사위크=김두완·박설민 기자  우리는 증명했다. 이제는 한국인 입맛이 세계인 입맛이다. 불고기‧김치‧비빔밥처럼 전통적인 음식을 넘어 떡볶이‧라면‧김밥 등 다양한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란 말을 실제로 경험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할 때다.

K-Food로 세계를 열광시킨 현재를 제품 중심의 ‘K-Food 1.0’이라고 본다면 ‘K-Food 2.0’은 식품을 만드는 기술과 산업을 함께 수출하는 시대다. 그 역할의 중심에 서 있는 한국식품연구원의 함상욱 전략기획본부장을 만나 ‘Next K-Food 전략’을 들어봤다.

◇ 식품산업, ‘단일 제품’ 아닌 ‘산업기술’로

“세계 식품시장은 단순히 생활 필수재의 공급을 넘어 전략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도 이에 대응한 대비가 필요하다”

전 세계 식품시장이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국가 전략산업으로 급부상하면서, 한국 식품산업도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해마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세계 식품시장의 규모는 약 9조 달러(2024년 기준)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약 3조 달러)과 비교하면 3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식품산업은 △농업 △바이오 △환경 △물류 △포장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해 활용될 수 있어 국가 산업 전반에 파급력을 가진 핵심 산업군이다.

하지만 한국은 식품 원료의 약 68%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변화나 보호무역 기조에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기준 강화는 또 다른 진입장벽이다. 단순 규제가 아닌, 준수하지 않으면 진입을 할 수 없는 글로벌 진입장벽으로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다.

이렇게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에서 한국식품연구원에 함상욱 전략기획본부장은 “위기 속 기회”라고 말한다. 함상욱 본부장은 “여러 한국 식품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K-Food’라는 브랜드를 세계적으로 인식시켰다”며 “이는 단기 유행이 아닌,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 수 있는 모멘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특정 제품이나 기업 차원을 넘어 ‘한국 식품산업’ 전체가 세계시장 안착을 위한 체계적인 전략을 마련해 할 시점이다”라며 “개척자들이 노력의 씨앗이 됐다면, 이제는 산업 전반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확장 단계’로 도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상욱 본부장은 전략기획본부에서 △신규 사업 기획 △중장기 전략 수립 △연구 주제 발굴 등 기획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지만 사실은 영양생리학 박사로 식품 기능성 연구 및 태아 프로그래밍(fetal programming) 연구 등 연구자 이력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연구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식품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을 활용해 국가적으로 필요한 연구개발사업을 기획하기 위해 많은 애정과 고민을 쏟고 있다.

함상욱 본부장은 “식품산업은 더 이상 기술집약도 낮은 산업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최근 식품산업은 △기능성 소재 △대체 단백질 △발효 기반 바이오 △탄소 저감 포장 기술 등 다학제 융합(서로 다른 분야 전문성 결합)이 필요한 첨단 분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상욱 본부장은 식품산업은 더 이상 기술집약도 낮은 산업이 아니며, 다학제 융합(서로 다른 분야 전문성 결합)이 필요한 첨단 분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시사위크 취재팀
함상욱 본부장은 식품산업은 더 이상 기술집약도 낮은 산업이 아니며, 다학제 융합(서로 다른 분야 전문성 결합)이 필요한 첨단 분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진=시사위크 취재팀

◇ ‘NEXT K-Food’, 식품, 첨단, 생산 기술 융합 생태계 마련

현재 한국 식품산업에 문제점을 꼽는다면 △민간기업이 단독으로 첨단 기술을 개발하기 힘든 점 △해외에서 요구하는 ESG 기반 인프라 확보가 어려운 점 등이다. 따라서 이 역할을 대신 수행해 줄 파트너가 필요하다.

이에 한국식품연구원(이하 ‘식품연’)이 해당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기술의 미드필더’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한국식품연구원(이하 ‘식품연’)은 1987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식품분야 정부출연기관이다. ‘건강한국 실현에 기여하는 세계 수준의 식품 연구기관’이라는 비전 아래, 공익가치 창출과 글로벌 식품 기준 정립을 위한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식품연은 산업계-정부-출연(연)으로 이어지는 유기적 협력체계에서 기술 공급과 산업 전략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전략이다.

함상욱 본부장은 “기업이 혼자 감당하기엔 한계가 명확하다. 출연(연)은 전략 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기업은 이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골을 넣는 ‘공격수’ 역할을 해야 한다”며 “결국 기업의 수출 성과가 국가 경제의 성과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식품연은 ‘NEXT K-Food’란 전략을 수립했다. 여기서 ‘NEXT’는 ‘Next Generation of K-Food’이자 ‘Newly Evolving eXponential Technology’의 의미를 담고 있다. 즉,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K-Food’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다. 단순히 제품만을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기술과 ESG 가치까지 함께 세계 식품산업 생태계에 심는 전략을 담은 셈이다.

'NEXT K-Food'란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K-Food’를 만들어가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NEXT K-Food'란 기술혁신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K-Food’를 만들어가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NEXT K-Food’의 첫 번째 전략은 ‘숙성’이란 시간을 기술로 제어한 ‘선진국형 K-푸드新전략산업’ 육성이다. 식품연은 전통적인 숙성‧발효 기술에 ‘초가속 숙성기술(Time & Climate Decoupling)’을 접목해,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통해 일본‧유럽 등 숙성식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함상욱 본부장은 “핵심적으로는 고속 숙성기술 개발, 국산 종균과 숙성 기기의 독자적 확보, 그리고 글로벌 수준의 ‘K-숙성식품 육성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목표는 세계 숙성식품 시장 상위 5개국 진입이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중소 식품기업의 생산 자동화를 AI와 로보틱스를 활용해 초자동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고령화와 인건비 상승, 숙련 인력 부족 문제 등은 식품제조 현장의 고질적인 한계다. 이를 기술로 보완하고, 위생과 정밀도를 동시에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함 본부장은 “소규모‧영세 기업들이 미래 제조 환경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기술 보급과 인프라 실증을 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는 수산식품의 전 주기 이력 정보를 디지털로 통합‧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부분은 특히 수출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췄다. △실시간 QR 기반 이력 조회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검사 정보 제공 △AI 기반의 품질 진단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함상욱 본부장은 “수산식품 수출입의 중심지인 부산을 중심으로 가공·유통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IUU정책에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K-Seafood의 신뢰도와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끝으로 식품 폐기물 감축을 위한 국가 단위 순환시스템 정착을 계획했다. 이는 식품산업의 ESG 기반과 지속가능성을 정착시키기 위한 장기 프로젝트로 생산‧유통‧소비‧폐기 전 과정을 데이터화하고 AI 분석으로 자원 재분배와 폐기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함상욱 본부장은 “2030년까지 폐기물 50% 감축이 목표다”며 “기후위기‧자원고갈‧탄소중립 등의 요구 속에서 한국 식품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NEXT K-Food’는 단순한 수출 전략이 아니라, 한국 식품산업 전체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성장 플랫폼이다”라며 “식품연이 준비한 4대 분야 모두가 도전은 크지만 외면할 수 없는 전략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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