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다는 말은, 곧 살고 싶다는 절규입니다"...청소년 자해·자살 예방을 위해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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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4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고등학생 10명 중 3명은 평소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4명 중 1명은 최근 1년 내 우울감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의 우울감 경험률은 26.3%, 고등학생은 25.6%에 달했으며 특히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청소년(9~24세) 사망 원인 1위는 줄곧 고의적 자해, 즉 자살이다. 2022년 기준 자살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0.8명으로 2021년(11.7명)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통계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들조차 내면에는 말하지 못한 고통과 절망을 품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학부모지원센터는 생명 존중을 주제로 한 학부모 배움과정 의무교육을 지난 27일 진행했다. 이번 교육은 '가족 하모니: 자해, 자살 예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김연수 서서울생명의전화 소장이 강사로 나서 청소년 자해·자살의 현실과 대응법에 대해 학부모들에게 진솔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청소년들의 자해와 자살은 더 이상 일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김 소장은 "청소년 자해는 극심한 내면의 불안과 절망에서 비롯된 몸부림"이라며 "단순한 관심 끌기가 아니라 죽지 않기 위해 선택한 유일한 해소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칼로 손목을 긋는 등의 자해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며 여름철에도 긴팔 옷을 입고 다니는 등 흔적을 감추려는 행동이 동반된다. 일부러 눈에 잘 띄지 않는 허벅지 안쪽이나 어깨에 상처를 내는 경우도 있다.

아이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해와 자살을 시도하는 배경에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누구도 이해해 주지 않을 것 같은 고립감이 내재돼 있다. 또한 가족 안에서의 상실, 해체, 불화는 물론, 가족 간의 의사소통 부족이나 정서적 지지 결핍, 가정폭력, 학대 등은 청소년 자녀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경제적 빈곤, 가족 내 자살 시도 경험, 그리고 과도한 경쟁을 강요하는 부모의 양육 태도 역시 자살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자살을 막아주는 보호 요인도 존재한다. 부모와의 긍정적인 관계, 원활한 가족 간 의사소통, 일관된 정서적 지지, 건강한 가족 가치관, 경제적 안정성, 안정된 양육 환경 등은 자살을 예방해 주는 매우 강력한 보호망이 된다. 아이가 삶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데에 가장 필요한 울타리는 결국 가정인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가입국 중 20년째 1위다. 2024년 기준 연간 자살자 수는 약 1만4000명으로 하루 평균 37명이 생을 마감하고 있는 꼴이다. 게다가 자살 시도자는 자살자의 20~40배에 달한다. 그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가족과 지인은 부산의 인구 수와 비슷한 약 360만 명에 이른다. 특히 10~3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일 정도로 청소년과 청년층의 자살 문제는 심각하다. 김 소장은 "우리 아이는 괜찮다는 안일한 믿음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며 이제는 누구도 안전지대에 있지 않다는 현실을 강조했다.

청소년이 자살에 이르기까지는 △자살 생각 △자살 계획 △자살 시도라는 3단계 과정을 거친다. 이 가운데 가장 넓은 개입의 여지가 있는 시점은 '자살 생각' 단계이며 이때 신호를 읽고 반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의 말투와 표정, 행동, 생활 리듬 속에 이미 위험 신호는 드러나 있다. "죽고 싶어", "차라리 사라졌으면 좋겠어"와 같은 말을 자주 하거나 식욕이 급격히 떨어지고 평소 좋아하던 활동에 흥미를 잃는다면 반드시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특히 "그동안 고마웠어"라는 말을 하거나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나눠주는 행동, 갑자기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태도 등의 변화는 자살의 전조증상일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 소장은 "우울감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오래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라며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많은 청소년들이 자살 위험 신호를 보내면서도 심지어 가장 가까운 부모에게조차 말을 하지 않는다. 말해봤자 소용없을 것이라고 느끼거나, 혹은 말을 했다가 괜히 더 힘든 상황이 일어날까 봐 차라리 침묵을 택하는 것이다. 이에 김 소장은 "청소년들은 자신의 고통을 들여다봐 줄 안전한 귀를 필요로 한다"라며 "죽고 싶다는 말은, 곧 살고 싶다는 절규일 수 있다. 그 한 마디를 꺼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며 부모와 교사가 먼저 아이들의 감정과 신호를 세심하게 들여다볼 것을 주문했다.

청소년의 자해·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부모가 가정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적극적인 경청이다. 경청을 할 때에는 판단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태도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야 한다. 김 소장은 "그 말이 나왔을 때 '왜 그런 말을 하니'가 아니라 '그럴 만큼 힘들었구나'라고 말해주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위로나 충고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치유의 시작이다.

끝으로 김 소장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살하기 직전까지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 죽고 싶은 마음과 살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공존하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네가 살 수 있도록 내가 옆에 있어 줄게'라는 말은 굉장히 중요한 힘이 된다. 우리는 그 희미한 살고 싶은 마음을 붙잡아줄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자녀들은 말없이 구조 요청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신호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해 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방법이다.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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