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대구 김경현 기자] "경기도 잘 안되고 해서 방에서 혼자 스윙을 돌렸습니다"
이재현(삼성 라이온즈)이 타격 부진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밥 약속도 거절하고 홀로 방에서 연습에 매진할 정도로 절실하다.
가파르던 이재현의 타격 페이스가 꺾였다. 이재현은 3월 타율 0.391로 펄펄 날았다. 출루율 역시 0.588을 적어내며 투수의 악몽으로 군림했다. 4월 들어 타율 0.235로 주춤하더니, 5월 0.176까지 내려갔다. 출루율도 4월 0.382에서 5월 0.235가 됐다.
하지만 수비는 건재하다. 지난 22일 고척 키움전 팀을 살리는 멋진 '슈퍼 캐치'를 선보였다. 팀이 2-0으로 앞선 8회말 무사 1, 2루. 박주홍의 빗맞은 타구가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로 향했다. 십중팔구 바가지 안타가 되는 코스. 공이 떨어지기 직전 이재현이 몸을 날려 타구를 잡아냈다. 빠른 후속 플레이로 2루 주자의 진루까지 막았다. 이재현의 천금 같은 수비에 힘입어 삼성은 실점하지 않고 2-0으로 승리, 3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이를 본 박진만 감독은 "텍사스 안타인줄 알았다. (이)재현이가 갑자기 나타나서 마지막까지 집중력 잃지 않고 슬라이딩 캐치를 했다. 재현이가 팀을 살렸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타격) 페이스가 한 번 떨어졌는데, 올라가면 젊은 선수라서 금방 올라갈 수 있다"며 "수비 쪽에서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공격은 덤"이라고 했다.
23일 경기 전 이재현을 만날 수 있었다. 22일 수비에 대해 묻자 "타이트한 상황이었다. 선발투수 데니 레예스 선수가 너무 잘 던지고 있었고, 저희가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좀 더 집중을 하고 있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이날 호수비는 물론 올 시즌 이재현은 연일 하이라이트 필름을 찍어내고 있다. 범위면 범위, 송구면 송구, 유격수 수비의 정석이다. 박진만 감독도 "수비 쪽에서는 거의 리그 탑"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에 대해 이재현은 "초반에는 좀 괜찮았던 것 같은데, 요즘 실수도 나오고 해서 점수를 매기긴 그렇고, 아직 부족하다. 항상 부족하지만 오늘 연습할 때도 부족한 게 있었다"고 했다.
연습에서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이재현은 "사실 (공을) 하나 놓쳤다"고 털어 놓았다. 취재진이 딱 하나 놓쳤냐고 재차 질문하자 "네. 사소한 것을 놓쳤다"고 했다. 말투는 건조했지만 그 속에서 진한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이재현 최고의 고민은 '타격'이다. 수비가 잘 풀리면 타격까지 같이 올라간다고 말하는 선수가 많다. 이재현은 "좋은 수비를 한다고 타격이 올라가면 좋겠는데, 수비와 공격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너무 어렵다"고 답했다.


얼마 전 최원태가 이재현에게 밥을 사주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재현은 타격 연습을 위해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이재현은 "경기도 잘 안되고 해서 방에서 혼자 스윙을 돌렸다"며 약속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안타와 동시에 볼넷도 감소했다. 이재현은 "타석에서 공이 안 보이는 느낌이 든다. 다시 (선구안을) 정립해야 될 것 같다. 흐트러진 게 있다고 느껴져서 다시 정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5월 들어 8연패와 3연패를 당하며 흔들렸다. 20~22일 키움과의 주중 3연전을 쓸어 담으며 분위기 반등의 발판을 만들었다. 23일 KIA전 7-6으로 패했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팬에게 인사를 부탁하자 "초반 계속 상위권에 있다가 (팀이) 연패에 빠져서 죄송한 마음이다. 저도 좋은 모습 별로 못 보여드려서 죄송하다. 잘 준비해서 다시 올라가겠다. 항상 감사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짧은 인터뷰지만 '완벽주의자' 이재현의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연습 도중 실수 하나, 선배와의 밥 약속을 취소하는 모습까지. 야구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이재현이 매년 커리어하이를 갱신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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