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대통령선거일을 11일 앞둔 가운데, 막판 표심잡기에 한창이어야 할 국민의힘이 대선이 아닌 차기 ‘당권 경쟁’ 전초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윤(친윤석열)계 인사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에게 당권을 주겠다며 ‘단일화’ 회유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한동훈 대표는 “친윤들의 숙주 찾기용 단일화는 거부한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대통령 후보자 등록 직전 ‘한덕수 단일화’ 등 여러 차례 내홍을 겪은 바 있는 국민의힘은 대선 승리보다는 당권 투쟁에 골몰하는 것으로 보인다.
◇ 개혁신당 ‘당권 거래’ 폭로로 친윤-친한 갈등 점화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혁신당의 ‘당권 거래 요구’ 폭로로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재점화됐다. 친윤계가 이준석 후보 측에 ‘당권’을 대가로 보수진영 단일화를 제안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계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당의 총력이 집중돼야 하는 시기에 계파갈등이 불거지면서 김 후보 캠프 측은 해당 폭로를 ‘낭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앞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참여 제안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예상되는 발언에 조심스러운 김 후보 측은 명확한 ‘선 긋기’를 하지 못했다. 한 전 대표는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고 자신의 SNS 플랫폼에 라이브 방송으로 지지자들과 만나는 등의 활동만 유지한 채 공식적인 활동은 중단했다.
친윤(친윤석열) 측에서는 선대위 참여에 조건을 내걸며 선거 지원에 나서지 않는 한 전 대표를 향해 “도리가 아니다”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에서 “우리 당도 단단한 내부 단합을 해야 한다”며 당내 결속을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이 언급한 조건을 수용하지 않았지만 당을 위해 선거 유세에 나서겠다며 지난 20일부터 부산, 대구, 청주 등 독자적인 선거 유세에 나섰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해야 한다며 당내 주류인 친윤계를 향한 공세도 놓지 않았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1일 오전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은 윤어게인, 자통당(자유통일당), 우공당(우리공화당),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손잡으면 안됩니다”라며 “국민의힘이 자멸하는 지름길”이라고 일침했다.

이렇게 윤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당내 주류인 친윤계와 명확한 선을 긋는 메시지를 지속해 온 한 전 대표는 ‘당권 거래설’을 계기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동훈 개혁신당 공보단장은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친윤계 인사들이 “당권을 줄 테니 단일화를 하자”, “들어와서 당을 먹어라”는 식으로 단일화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친윤계 측의 이런 거래 제안이 한 전 대표가 당권을 가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이에 한 전 대표는 이 공보단장의 게시물이 올라온 지 1시간 만에 즉각 입장을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에 “친윤 쿠데타 세력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이재명이 아니라 저와 싸우고 있다”며 “이것이 진짜 내부총질”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친윤 구태정치 청산에 앞장설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맞다. 저는 그럴 거다. 친윤 구태정치 청산 없이 국민의힘에 미래가 없다”고 직격했다.
해당 폭로로 ‘이준석 단일화’에 관심이 모이며 ‘당권거래설’이 논란의 중심이 됐다. 이에 유상범 국민의힘 단일화추진 본부장은 전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만약 그런 제안(당권)이 있었다면 단일화를 위해서 ‘이준석 후보가 원하는 건 다 들어줄게’라는 차원의 표현으로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이 공보단장이 ‘친윤계가 대선 승패에는 관심 없고 한 전 대표가 당권을 쥘까 노심초사한다’는 주장에 대해 “전혀 동의할 수 없다. 현재 우리 당에는 친윤계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부분이 거의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서 유 본부장의 위와 같은 발언을 담은 기사를 캡처해 함께 올리며 재반박에 나섰다. 그는 “친윤들이 다른 당에 우리 국민의힘 당권을 주겠다고 당권 거래를 제안했다는 다른 당의 폭로가 나왔다”며 “그런데도 친윤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입장도 안낸다. 못 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친윤들은 국민의힘이 윤석열·김건희 사당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김건희 뒷배 없어진 친윤들이 당을 넘겨주겠다는 약속을 다른 당에서 믿을 것 같냐”며 “친윤들이 자기들 살자고 우리당을 통째로 팔아넘기겠다는 것을 당원들이, 지지자들이 그냥 두고 보실 것 같냐”고 일침했다.
해당 폭로를 둘러싼 내홍이 깊어지며 당의 대선 행보보다 내홍에 관심이 집중되자 당과 캠프는 이같은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부정하고 있다.
김 후보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당권은) 다음 전당대회에서(선출한다), 전당대회가 언제 있는지,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르지 않느냐”며 “전혀 모르겠다”고 답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도 “당원이 뽑는 건데 당권을 어떻게 주나. (당권을 준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라고 부정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재원 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당권 거래설에 대해 “허무맹랑하다”며 “그 실체나 사실관계 확인도 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쌍권(권영세-권성동)이 한덕수를 모시려고 한 이유도 당권 싸움이었다”며 “당권을 잡아야 다음 지방선거에 공천권을 가질 수 있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 내부 전 의원들은 이미 다 당권 싸움에 나선 것”이라며 “한 전 대표는 친윤계를 끌어내겠다는 것인데 목표는 ‘당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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