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항공 전문교육기관 중 한 곳인 써니항공이 비행기록 조작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해당 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조종사들은 “교관의 지시에 따라 ‘로그북’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관심이 모아진다. (관련기사 [단독] 자격미달 조종사, 항공사 취업… 항공교육기관 써니항공, 비행시간 허위·과대 조작)
조종사들은 써니항공 교관이 비행기록 일지인 ‘로그북’을 작성할 필요가 없다고 해 이를 믿고 따랐고, 이에 따라 자신이 몇 시간이나 비행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본인들도 피해자라는 주장인 것인데, 업계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지적이다.
◇ 써니항공 훈련생 “교관이 로그북 작성 필요 없다고 말해… 우리도 피해자”
부산지방항공청(이하 부항청)은 최근 써니항공에 대해 안전점검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 비행교육을 진행하는 교관의 기록과 훈련생(교육생)들의 비행기록에 오차가 있음을 확인하고 감사에 착수했다.
부항청 감사 과정에서 써니항공은 사업용 육상다발(멀티) 조종자격증명 교육을 받은 조종사(교육생)들 15∼20여명이 비행교육을 정상적으로 이수하지 않았음에도 비행을 한 것처럼 비행기록이 부풀려져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TS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TS)에서는 기존 육상단발 조종자격증명을 보유한 조종사들이 사업용 육상다발 조종자격증명으로 전환·취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10시간 이상의 다발 항공기 비행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행교육 시간이 부풀려진 교육생들은 대부분 써니항공에서 10시간에 못 미치는 비행교육을 받았음에도 문제 없이 교육을 이수했다는 비행경력증명서를 발급받았고, 이를 TS에 제출해 사업용 육상다발 조종자격증명 취득을 위한 시험인 구술면접평가에 응시했다. 이렇게 자격을 취득한 그들은 현재 국내 항공사에 신입 부기장으로 취업했거나 취업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되는 점은 이들의 자격 취득 과정에 위법한 행위 여부다. 항공안전법 제43조(자격증명·항공신체검사증명의 취소 등)에 따르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자격증명 등을 받은 경우’ 자격이 취소(박탈)와 더불어 2년간 자격 취득 응시가 제한된다.
이와 관련해 써니항공에서 비행교육을 받은 조종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써니항공에서 제공하는 교육과정을 전부 이수했고, 교관이 시키는 대로 비행교육을 성실히 마쳤는데 비행교육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것이다.
써니항공 교육생 A씨는 “훈련생들은 로그북을 작성한 적이 없으며 교관으로부터 ‘로그북을 작성할 필요가 없다’, ‘교관이 시간을 기재한다’는 말을 듣고 훈련에 매진했을 뿐”이라며 “비행기록 조작·허위의 행위는 없었으며, 교육생들은 정상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교육기관에서 시키는 대로 교육을 받았는데 갑작스럽게 자격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교육생 B씨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로그북 작성에 대해서도 잘 몰랐으며 교관들이 조종사들(교육생)에게 로그북 작성이 필요하지 않다고 얘기했고 비행시간 산정·입력 등에 대해서도 일체 설명해주지 않았다. (우리도) 교관들에게 피해를 당한 것”이라며 “(우리는) 써니항공에서 운영하는 커리큘럼을 충실히 따랐을 뿐, 써니항공 교관이 비행시간을 어떻게 입력했는지 모른다. (문제가 있다면) 교관이 비행시간을 거짓으로 입력하고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종사들이 교관들과 (비행시간을 부풀리려) 모의를 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의 해명과 달리 항공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항공기 조종사가 로그북을 작성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게 중론이다.
자신을 항공업계 종사자라고 밝힌 C씨는 “로그북은 비행경력 증명과 관련된 것으로, 조종사라면 어떤 비행을 하든 자신의 로그북에 반드시 작성하게 돼 있다”며 “그런데 군 출신 조종사들이 자신들의 로그북 작성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발한정 면장을 취득하려면 TS에 ‘멀티(다발) 비행 10시간을 했다’는 비행경력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 과정은 TS에 자신(조종사 개인)의 명의로 로그인을 하고 비행경력증명서를 업로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령 써니항공에서 교육생들의 비행경력증명서를 위조했다 하더라도 비행경력증명서를 TS에 업로드 하는 것은 결국 조종사 개인이 직접 해야 하는 것”이라며 “비행교육 시간이 1∼2시간에 불과함에도 ‘10시간 이상 비행’을 한 것으로 비행경력증명서에 기재된 것을 봤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항공운항과 교수 및 비행교육원 관계자 역시 항공기 조종사들이 로그북을 작성하지 않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익명을 요구한 비행교육원 관계자는 “민·군 출신 여부를 떠나 비행학교에서 비행을 하면 일단 모두 기본적으로 로그북을 쓰도록 안내를 하고 교관들은 교육생들에게 로그북 작성 방법을 알려준다. 교육생들이 로그북을 안 쓸 수는 없다”며 “교관이 로그북 작성 방법을 안 알려줄 수도 없고, 교관은 교육생이 작성한 로그북을 크로스체크하고 확인 서명을 해주는데, 이는 교육생들이 비행 기록을 잘못 작성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의 비행학교에서는 비행교육 등 항공기 운항 기록을 전산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교관과 교육생(학생조종사)이 비행교육을 진행하게 되면 비행 종료 후 함께 사무실에 들어와서 시스템에 비행기록을 입력을 한다”며 “시스템에 입력된 비행 기록은 임의 수정이 불가능하며 수정할 경우에는 수정 이력이 남게 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운항과 교수도 “조종사라면 누구나 개인 로그북을 가지고 있으며 학생조종사로 처음 시작할 때 교관에게 로그북 작성 방법부터 배우고 항공기 운항 후 교관과 학생조종사 모두 비행기록을 작성한다”며 “써니항공에서 다발 교육을 받은 군 출신 조종사들이 본인들의 비행시간을 몰랐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비행교육원에서도 비행기가 운항을 나간 후 돌아오면 누가 탑승을 했는지, 운항 시간과 운항 항로, 운항 목적 등을 세부적으로 작성한 비행기록일지(로그북)를 보관한다”며 “추가적으로 항공기가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항공당국에 플라이트플랜(비행계획서)도 제출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고시와 항공안전법 등에도 조종사들이 비행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국토부 고시인 고정익항공기를 위한 운항기술기준에 따르면 ‘8.1.7.6 조종사 비행기록부(파일럿 로그북)’ 조항에 “항공운송사업자는 조종사의 자격증명시험, 한정자격시험 또는 최근의 비행경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사용되는 비행훈련 및 경험에 대해 정확하게 기록·유지해야 한다”, “조종사는 모든 운항 시 조종사 비행기록부를 소지하거나 기내 접근하기 쉬운 곳에 두어야 하며, 동 기록부에는 다음 사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파일럿 로그북에는 △비행 일자 △항공기 형식 △착륙 회수 △기장·부기장으로서의 비행시간 △부기장(Co-pilot)으로서 기장감독하의 비행시간 △교관조종사로서의 비행시간 △학생조종사로서의 비행시간 △항공기관사로서의 비행시간 △주·야간 시계비행시간 △주·야간 야외비행시간 △실제항공기 및 모의비행장치 계기비행시간 △기타 비행훈련 및 운항자격심사 등 최근의 비행경험 요건 등이 포함된다. 다만, 항공사업에 종사하는 조종사의 경우에는 해당 사업자가 발행한 전산 출력물 등으로 동 기록부를 대체할 수 있다.
또한 학생조종사는 모든 단독비행 시 비행교관의 확인서명이 포함된 조종사 비행기록부를 소지하거나 접근하기 쉬운 곳에 탑재해야 한다.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제108조(항공일지)에도 “항공안전법 제52조 제2항에 따라 항공기를 운항하려는 자 또는 소유자등은 탑재용 항공일지, 지상 비치용 발동기 항공일지 및 지상 비치용 프로펠러 항공일지를 갖춰 둬야 한다”는 내용이 존재한다.
이렇듯 항공기 조종사는 비행을 하게 되면 비행기록을 남기는 로그북 작성을 해야 한다.
그러나 써니항공 조종사들은 현재 “교관이 로그북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면서 항변하고 있다. 교육생들의 해명대로라면 써니항공 측 교관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위법행위를 자행했다는 얘기인 셈이다.
현재 부항청은 해당 사안에 대해 조사를 진행중이다. 처분 결과는 이달 말 결정해 통지될 예정으로 전해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비행 전문교육기관을 지정만하고 비행교육원의 운영실태나 교관들의 일탈 등에 대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지는 만큼 향후 부항청의 감사·조사 발표에 관심이 쏠린다.
고정익항공기를 위한 운항기술기준 8.1.7.6 조종사 비행기록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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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5. 21 | 법제처, 국토교통부 |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108조(항공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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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5. 21 | 법제처, 국토교통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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