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국민의힘이 6.3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중도 확장’을 염두에 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결별’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탄핵정국에서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의 강성지지층을 등에 업고 보수 지지층 결집을 꾀한 바 있다. 대선 국면에서 중도 확장에 한계를 느낀 국민의힘이 대선을 20일 앞두고 ’윤석열 결별’ 시나리오를 언급하며 중도층에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다.
◇ 국민의힘, 뒤늦은 ‘계엄 사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사과했다. 김 후보가 계엄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지난 12일 채널A ‘뉴스A’에 출연해 ‘비상계엄에 공식 사과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계엄으로 국민들이 굉장히 어려워하고 계신다”며 “수출, 외교 관계 등 계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국무위원이었던 김 후보는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에도 공식적인 사과를 표한 적이 없었다. 국무위원으로 비상계엄 직후 국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계엄에 대한 사과를 요구받았던 김 후보는 다른 국무위원들과 달리 자리에 앉아 사과하지 않았다. 그래서 윤 전 대통령 강성지지층으로부터 ‘꼿꼿문수’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직 사퇴 후 국민의힘 입당과 대선 후보 경선,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이와 관련해 발언할 수 있는 순간들이 많았으나 비상계엄에 대해 ‘잘못됐다’,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다면 반대했을 것’이라고 갈음해 왔다. 하지만 대선 공식선거운동 첫날 계엄에 대해 사과하며 기조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김 후보의 기조 변화는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중도층의 표심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에 의해 내정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도 지난 12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국민의힘이 배출한 대통령의 계엄이 잘못됐다는 것, 그리고 당 스스로 대통령의 잘못된 행동에 마땅한 책임을 지우지 못한 것, 이런 계엄이 일어나기 전에 대통령과 진정한 협치의 정치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과오로써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직후부터 찬탄(탄핵 찬성)파인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윤 전 대통령을 윤리위에 회부해 출당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보수 집결에 골몰한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주축으로 한 지도부는 이를 일축했다. 윤 전 대통령 강성지지층이 집회와 시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윤 전 대통령을 비호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을 견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 판도를 좌우하는 중도층 다수가 계엄과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만큼 지금이라도 기조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판단에서 ‘계엄 사과’를 한 것으로 보인다.
계엄에 대한 사과와 달리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는 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후보가 대권 행보를 걸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윤 전 대통령 강성 지지층에 있었던 만큼 핵심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윤 전 대통령 관련 발언은 김 후보보다는 ‘보수의 젊은피’로 불리는 김 지명자가 대신 스피커로 나선 모양새다.
김 지명자는 전날(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물음에 “김문수 후보, 선대위원장들과 조율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당내 컨센서스를 도출해 국민 상식에 맞는 판단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후보도 전날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탈당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본인의 뜻”이라며 “당이 ‘탈당해라’, 또는 하시려 하는데 ‘하지 마라’ 이렇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출당 문제에 대해 “현재로서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핵심 지지층의 반발이 극명할 ‘출당’ 조치에는 명확하게 선을 그으며 ‘자진 탈당’이라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김 지명자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자진 탈당을 요구했다. 그는 “대선 승리를 위한 관점에서 희생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당을 위해 스스로 탈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출당 조치보다는 ‘자진 탈당’을 촉구하며 윤 전 대통령의 빠른 입장 표명을 압박하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하루 빨리 '윤석열 리스크'를 제거하면서 강성 지지층은 지키고 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함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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