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더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 됐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는 1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 맞대결에 중견수,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0.285에서 0.288로 치솟았다.
최근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았지만, 지난 12일 미네소타 트윈스와 맞대결에서 무안타의 침묵을 끊어낸 이정후는 전날(13일) 7년 만에 만난 'KBO 역수출 신화' 메릴 켈리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며 두 경기 연속 안타를 생산했다. 그리고 이날 오라클파크에서 '코리안 해리티지 나이트(한국 문화유산의 밤)'가 펼쳐졌는데, 이정후가 수많은 한국 팬들 앞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날 이정후는 첫 번째 타석에서 애리조나 선발 브랜든 팟을 상대로 2루수 땅볼을 기록하며 경기를 출발했다. 스타트가 썩 좋지 않았는데, 두 번째 타석에서 곧바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4-3으로 근소하게 앞선 3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두 번째 타석에서 팟의 체인지업에 감각적인 배트 컨트롤을 선보이며, 3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렸다.
하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 바뀐 투수 후안 모리요를 상대로 파울팁 삼진으로 물러난 뒤 네 번째 타석에서 다시 바뀐 켄달 그레이브맨을 상대로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3경기 연속 4타수 1안타로 경기를 마칠 것으로 보였던 이정후. 하지만 타선이 힘을 내면서 8회말 2사 1, 2루의 찬스에서 이정후 앞에 득점권 밥상이 마련됐다. 그리고 이정후의 방망이가 대폭발했다.


7-4로 앞선 8회말 1, 2루 찬스에서 이정후는 조 맨티플라이와 맞붙었다. 맨티플라이는 이정후와 승부를 통해 이닝을 매듭짓기 위해 엘리엇 라모스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에 이정후는 맨티플라이를 상대로 1B-2S의 매우 불리한 카운트에서 몸쪽 낮은 커브에 마치 응징이라도 하듯 힘차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발사 각도가 높진 않았기에 우측 담장을 맞고 튀어나올 수도 있었던 타구. 하지만 이정후가 친 타구는 무려 101.2마일(약 162.9km)의 속도로 뻗어나갔고, 우측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쐐기 스리런홈런으로 이어졌다. 시즌 5호 홈런으로 이정후는 6경기 만에 손맛을 느낌과 동시에 멀티히트 경기를 펼치며 샌프란시스코의 4연패 탈출의 선봉장에 섰다.
경기가 끝난 뒤 'NBC 스포츠 베이 에이리어'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 응한 이정후는 '코리안 해리티지 나이트였고, 한국 팬도 많았다'는 말에 "우리나라를 알릴 수 있는 날에 좋은 경기를 하고, 팀의 연패도 끊었다. 그리고 홈런도 치게 돼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밝혔다.
라모스를 거르고 자신과 승부를 펼쳤을 당시 기분은 어땠을까. 최근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았던 만큼 이정후는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채프먼이 아웃됐을 때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상황에서는 라모스가 아닌 나와 승부를 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어떻게든 한 점을 뽑고 싶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정후는 자신의 홈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보다 팀 동료 크리스티안 코스의 데뷔 첫 홈런이 역전 그랜드슬램으로 연결된 것에 대한 질문에 더 기뻐했다. 이정후는 "코스가 홈런을 쳐서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커리어 첫 홈런을 만루홈런으로 치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 홈런으로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코스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날 오라클파크에는 이정후의 팬클럽으로 잘 알려져 있는 '후리건즈(Hoo Lee Gans)'가 방문해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특히 후리건즈는 코리안 해리티지 나이트를 기념해 이정후의 타석에는 한국어로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이정후가 안타, 홈런을 쳤을 때 후리건즈는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 장면들이 고스란히 중계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이정후도 후리건즈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그는 "오늘 응원을 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응원해주시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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