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할 수 있게 해보겠다"
롯데 자이언츠 한현희는 9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팀 간 시즌 4차전 원정 맞대결에 앞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취재진과 인터뷰의 시간을 가졌다.
한현희는 지난 2023시즌에 앞서 생애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통해 롯데와 3+1년 총액 40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한현희의 가장 큰 장점은 선발은 물론 불펜으로도 뛸 수 있다는 다재다능함. 하지만 체중 감량까지 하면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지난 2년 동안의 성적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23년 한현희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12패(6승)을 떠안는 등 평균자책점 5.45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2023년의 경우 새로운 팀과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단에 적응하는 기간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한현희가 남긴 결과는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이 좋지 않은 흐름은 지난 시즌으로도 연결됐다. 한현희는 지난해에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7경기에 등판했으나, 5승 3패 8홀드 평균자책점 5.19로 반등하지 못했다.
롯데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단 한 번도 5점대 평균자책점은 기록하지 않았었는데, 2년 연속 한현희는 5점대에 머무를 정도로 좋지 않았다. 이는 당연히 한현희의 입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올해는 시범경기에서도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결과 급기야 개막 로스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2군 성적이었다. 한현희는 올해 2군에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는데, 7경기에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6.90으로 최악의 결과들을 되풀이했다. 1군의 부름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성적. 하지만 1군에서 김진욱과 구승민이 부진, 찰리 반즈가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지금 당장 이닝을 먹어줄 투수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자, 9일 처음으로 1군의 부름을 받았다.


2군에선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지만, 1군에서 한현희의 보직은 정해지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9일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선발과 중간을 정해놓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 중간에 들어가야 하면 중간, 선발로 써야할 때는 선발로 쓸 것"이라고 밝혔다. 즉, 결과로 역할군을 쟁취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이에 한현희도 남다른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취재진과 마주한 한현희는 "너무 오랜만에 (1군으로) 왔다. 언제 나갈진 모르겠지만, 잘 던져야 한다. 2군에서 새로운 변화구도 장착했기에 잘 써봐야 할 것 같다. 싱커인데, 스플리터처럼 잘 던져지는 것 같다. 키움 시절에 던졌던 구종인데 한동안 던지지 않았었다. 그런데 다시 한번 던져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1군에서 힘이 돼 줘야 할 상황에서 2군에서도 그토록 부진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현희는 "2군에서 성적이 안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힘들더라. 1군에서 던지는 것과 느낌 자체가 많이 달랐다. (긴장감) 같은 것이 없더라. 사실 내가 못 던져서 못 올라온 것이기 때문에 나의 잘못이다. 긴장이 안 되고 뭔가 잘 안 올라와도 최대한 집중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내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가 무려 총액 40억원의 계약을 안겼지만, 김태형 감독은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선수의 몸값에 구애받지 않는 편이다. 한현희도 이를 잘 안다. 그렇기에 이번 콜업에 대한 마음가짐은 분명 남다르다. 그는 "다짐이나 각오는 없다. 오랜만에 올라와서 아내와 부모님, 장인, 장모님도 엄청 좋아해주셨다. 때문에 안 내려갈 수 있게 잘해야 할 뿐"이라며 "매 구 신중하게 던질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한현희는 "그동안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FA로 이적했고, 팬분들의 기대에 부응을 하는 등 잘하려고 했다. 그런데 욕심이 크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자신감을 많이 잃었었다. 지금은 (1군에 내) 자리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 무(無)에서 시작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유(有)를 창조할 수 있게 해보겠다"며 "지고 있든, 이이고 있든 팀원들과 함께 잘하고 싶다. 최대한 열심히 해볼 것"이라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과연 한현희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살려나갈 수 있을까. 전성기 때의 폼까지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좋았을 때의 모습에 근접만 해준다면, 선발과 롱릴리프 등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한현희라는 자원은 롯데의 순위 싸움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모든 것은 한현희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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