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그냥 잘한게 아니라, 너무 잘하고 있어서…"
롯데 자이언츠 이호준은 3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팀 간 시즌 5차전 원정 맞대결에 유격수, 9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롯데는 전날(29일) 승리에도 웃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지난해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의 유니폼을 입은 전민재가 부상을 당한 까닭. 당초 전민재는 내야 뎁스 강화 차원에서 영입했던 선수였는데, 올해 타격 1위를 질주할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낸 결과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29일 키움 양지율이 던진 140km 투심 패스트볼에 얼굴 부근을 맞았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검진 결과에서 다행히 큰 부상은 피했다. 일단 CT와 X-레이 검사에서 골절이 발견되지 않았고, 30일 안과 검진에서도 각막과 망막에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다. 다만 우측 안구 전방내출혈로 인해 약 일주일 동안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고, 이로 인해 전민재는 이날 경기에 앞서 1군에서 말소됐다. 이에 롯데는 2군에 있던 박승욱을 급히 콜업했지만, 첫 선발의 기회는 이호준에게 제공됐다.
지난 2~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이틀 연속 3루타를 폭발시키면서 한동안 선발 기회를 얻었으나, 이를 살리지 못했던 이호준. 하지만 다시 기회가 찾아왔고, 이호준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이호준은 0-1로 뒤진 3회 1사 1루의 첫 번째 타석에서 키움 선발 김선기를 상대로 우익수 방면에 안타를 뽑아내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다만 이 안타가 득점과 연결되진 않았는데, 두 번째 타석에선 달랐다.


2-1로 역전에 성공한 4회초 2사 1, 3루에서 이호준은 다시 한번 김선기와 격돌했고, 1B-1S에서 3구째 132km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익수 방면에 1타점 2루타를 폭발시켰다. 이어 이호준은 김선기의 폭투에 3루 베이스를 밟았고, 고승민의 적시타에 득점까지 만들어냈다. 이호준이 2사 이후의 득점권 찬스를 잘 살린 결과 롯데는 4회에만 무려 7점을 쓸어담았다.
활약은 계속됐다. 이호준은 7회 무사 2루에서 키움 박주성을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3루타를 터뜨렸고, 황성빈의 땅볼에 다시 한번 홈을 밟으며 펄펄 날았다. 안타-2루타-3루타로 내추럴 사이클링히트를 노려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이호준은 7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우익수 직선타로 물러나면서 진기록의 달성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으나, 롯데의 10-9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3안타'를 터뜨리며 데뷔 후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이호준은 경기가 끝난 뒤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오늘 고척에 도착한 뒤 훈련을 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선발이라고 들었다. 처음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는 오랜만에 선발 출장이라서 긴장이 됐었다. 그런데 안타가 하나 나오고, 첫 타석이 잘 풀리면서 긴장도 사라졌고,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1군에서 안타 세 개를 쳐서 정말 행복하다"고 싱긋 웃었다.
안타-2루타-3루타까지 친 상황에서 힛 포더 사이클링을 의식하긴 했을까. 이호준은 "조금 욕심을 냈다.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라도 돼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래도 마지막 타석을 포함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긴장은 되지 않았다. 마지막 타석에서는 자신감이 많이 생긴 상태였다"고 너스레를 떨며 "홈런 하나 치고 싶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래도 타석에서는 하던 대로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전민재가 리그 타격 1위를 하고 있던 상황에서 빠진 공백을 메워야 하는 만큼 부담도 있었다는게 이호준의 설명이다. 그는 "(전)민재 형이 그냥 잘한게 아니라, 너무 잘하고 있으셨다. '그 자리에서 못하면 어쩌나'하는 부담감도 있었는데,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어제 경기가 끝나고 호텔에서 마주쳤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내가 또 가장 좋아하는 형이고, 가장 친하다. 그래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말했다.
전민재의 이탈은 '경쟁자' 이호준에게도 분명 속상한 일. 하지만 이는 본인에게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이호준은 4월초 한화전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른 뒤 한동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으나, 4월 4일 두산전에서 두 개의 실책을 기록하는 등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냈고, 이후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다시 선발과 거리가 조금 멀어졌었다.
이호준은 "그동안 열심히 준비를 했었다. 잘하고 싶고, 경기도 나가고 싶었다. 기회가 온다면 잡기 위해서 훈련 때문에 열심히 해왔다. 시즌 초반에도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서 조금 속상하기도 했다. 특히 (4월 4일 두산전) 이후 욕을 먹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너무 많은 응원들을 보내주시더라. 그래서 감동도 받았다. 당시에는 멘탈이 나가는게 어떤 느낌인지 알았다"고 멋쩍게 웃었다.
아직 사령탑은 이호준의 타격 실력을 1군에는 못 미친다고 보고 있지만, 이호준은 루키답게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감독님에게 어필을 해달라'는 말에 "타격도 자신이 있다. 주전 경쟁도 해보고 싶다"며 "올해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1군에 있는 것이 목표고, 홈런도 진짜 한번 쳐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직은 완성형이 아니지만, 무럭무럭 성장하는 단계에 있는 이호준이 어떤 선수로 거듭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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