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번째 축제 맞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선택과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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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유의미한 변화에 도전한다. (왼쪽부터) 정한석 집행위원장과 박광수 이사장,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 /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유의미한 변화에 도전한다. (왼쪽부터) 정한석 집행위원장과 박광수 이사장,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 /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올해로 30회를 맞는 부산국제영화제가 경쟁영화제로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29일 오전 부산 영화의전당 비프힐 3층 대회의실에서 공식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박광수 이사장과 정한석 집행위원장,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가 참석해 올해 프로그램 운영 방안 및 주요 변화를 설명했다. 간담회는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됐다. 

먼저 박광수 이사장은 “2년 동안 집행위원장 없이 운영을 해왔는데 올해까지 네 번에 걸쳐 공모했고 최종적으로 정한석 프로그래머를 선발했다. 또 수석프로그래머였던 남동철의 사직으로 박가언을 새 수석프로그래머로 선임했다”면서 새롭게 선임된 정한석 집행위원장과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를 소개했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올해의 운영기조를 밝혔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30년간 아시아 영화와 함께 걸어온 연대의 기억은 특별하다”며 “그 연대의 기억을 돌아보는 한편 아시아 영화의 현안 진단과 발전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첫 번째 목표”라고 했다.

이어 “두 번째는 현재 한국 영화가 처해있는 상황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은데 한국 영화가 직면한 위기라면 위기를 진단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활기를 불어넣고 포럼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고 “세 번째는 관객이 진정으로 보고 만나기를 원하는 작품과 게스트를 초청해 마음껏 영화제를 누릴 수 있는 진정한 관객 친화적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정위원회의 유연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계획도 밝혔다. 선정위원회 구조를 슬림화하고 별도의 프로그래머 추가 채용 없 기존 프로그래머진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선정과 운영을 진행해 조직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프로그래머들의 업무 또한 고정된 담당권역 체제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능동적인 작품 선정이 가능한 구조로 운영될 예정이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다른 세계 영화제에 비해 상근직 프로그래머가 비대하게 운영된 것은 사실”이라며 “올해는 나의 보직 변경과 개인사유로 인한 퇴사로 인해 자연스럽게 슬림화가 됐다. 앞으로 이 정도 규모를 유지하면서 필요시 계약직 프로그래머를 충원하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가 한국 영화 프로그래머를 주관하면서 전반적으로 같이 하게 될 것이고 유능한 스태프를 추가해서 문제없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고 확신한다. 집행위원장이 프로그램의 일부를 겸하는 것이 특수한 일은 아니다. 전례가 있고 시기마다 유기적인 운영이라고 봐주면 맞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올해 영화제의 가장 큰 변화는 경쟁영화제로의 새로운 시작이다. 1996년 비경쟁영화제로 출범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부터 한 해를 대표하는 최고의 아시아 영화를 선정하는 경쟁 부문과 부산 어워드(Busan Award)를 신설한다. 이를 통해 아시아 영화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소개하는 한편 세계 영화계에서 아시아 영화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박광수 이사장은 “부산국제영화제는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로 성장했고 아시아영화에 대한 정보와 네트워크가 충분히 있다”며 “이제 아시아 최고의 영화가 무엇인지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와 있다. 여러 자문 위원들과 논의했을 때도 너무 오랫동안 똑같은 포맷을 해와서 진부한 느낌이 있다는 의견이 있어서 경쟁 영화제로 방향을 전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쟁 영화제로 전환한다고 해서 경쟁 영화제만 있는 것은 아니고 지금까지 해 온 형태는 그대로 유지하고 원래 있던 뉴 커런츠와 지석상 두 섹션이 경쟁 부문으로 통합된다”고 부연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경쟁 영화제로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 시사위크DB
부산국제영화제가 경쟁 영화제로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 시사위크DB

경쟁 부문은 약 14편 내외를 선정해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을 비롯한 주요 상영관에서 선보인다. 선정된 작품들은 엄정한 심사를 거쳐 폐막식에서 시상된다. 수상 부문은 대상을 비롯해 감독상·심사위원특별상·배우상·예술공헌상 총 5개다.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는 “조건은 딱 하나, 아시아영화여야한다는 것”이라며 “신인 감독의 첫 번째 작품이든 40~50년 경력의 감독의 작품이든 경쟁 섹션에서는 동등한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갑자기 칸영화제 경쟁 부문 작품을 가져오긴 어렵고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스스로 제약을 인정하면서 실무적 방안을 통해 경쟁 부문을 키워나가는 게 맡겨진 숙제다. 월드프리미어를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는 아시아프리미어도 감안하면서 진행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경쟁 부문과 비전 부문에 상영되는 데뷔작 감독의 작품을 대상으로 별도의 심사위원단이 1편을 선정, 뉴 커런츠상을 수여한다.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래 지켜온 가치인 신진 감독들의 육성과 발굴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기존 뉴 커런츠상을 재정비해서 신인 감독에게 상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는 “영화제에서 개막작이나 소수의 영화에 많은 포커스가 맞춰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을 조금 더 분산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상이라는 것은 기분 좋은 것이기 때문에 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늘린다는 측면에서 기대되는 라인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시상 트로피는 태국을 대표하는 아시아 영화계의 거장이자 설치 미술가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이 디자인을 맡았다. 2010년 ‘엉클 분미(Who Can Recall His Past Lives)’로 제63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런던 BFI 갤러리를 비롯한 다양한 전시 공간에서 설치미술가로서도 활동해 오고 있다. 

개막식과 폐막식 운영 방식도 새롭게 개편한다. 특히 폐막식에서는 경쟁 부문과의 연계를 강화해 경쟁 부문 시상식을 중심으로 진행하며 별도로 폐막작을 초청하는 대신 대상 수상작을 폐막작으로 선정해 시상식에 이어 상영한다. 뿐만 아니라 연출도 전문 감독이 맡는다. 올해는 영화 ‘파과’ ‘허스토리’ ‘내 아내의 모든 것’ 등을 연출한 민규동 감독이 총괄한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기존 개·폐막식은 소속 프로그래머 중심으로 운영했는데 조금 더 전문적인 연출 능력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해서 민규동 감독에게 연출을 의뢰한 상태”라며 “수십년 간 쌓인 틀이 있기 때문에 갑자기 모든 것을 바꾸긴 어렵겠지만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고 어떤 퍼포먼스가 있을지 논의하면서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30주년 기념 로고. /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부산국제영화제 30주년 기념 로고. /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이외에도 부산국제영화제는 △비전 섹션 확장 및 통합 신설 △미드나잇 패션 섹션의 확대 운영 △공식 초청작 선정규모 확대 △상영관 추가 확충 △포럼비프의 재개와 활성화를 선언했다.

특히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공식 초청작 선정 규모 확대와 상영관 추가 확충 계획을 설명하며 “되도록 많은 관객과 페스티벌 관계자들이 불편 없이 보고 싶어 하는 작품을 보다 많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이를 통해 늘 지적받아 온 좋은 영화는 많은데 볼 수 없다는 지적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험적이지만 집중적으로 성공적으로 꾸려낼 계획”이라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OTT 작품인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개막작으로 선정해 영화제의 정체성이 흔들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OTT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우려하는 바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미 한국 영화와 문화에 폭넓게 자리 잡은 OTT를 전면적으로 배제하고 외면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같은 경우 개막작이었기 때문에 더 크게 이견을 제기했다고 생각하는데 개막작이 영화제 전체를 상징하진 않는다. 모든 초청작이 중요하다”며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작을 마치 영화제 전체의 상징물인 것처럼 홍보해 온 것도 사실이다. 개막작이 개막날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가치를 드높이겠지만 개막작만 강조되는 왜곡된 현상은 바로잡고자 한다”고 했다. 

또 “개막작은 야외 광장에서 모두 즐길 수 있게 하는 작품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며 “대중적인 작품이라는 말이 그것 때문에 나온 건데 전통적인 극장 배급 영화든 OTT 작품이든 가리지 않고 보편적인 재미를 가진 작품을 개막작에 맞게 진행할 계획이다. 향후에도 OTT 작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제하지 않고 작품의 중요도와 가치를 중심으로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제 예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영화진흥위원회 지원금은 5억4,700만원으로 지난해 6억1,000만원보다 6,300만원 줄어들었다.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는 “2010년 대비 영화진흥위원회 예산 총액은 차이가 없고 국비는 줄었다. 3분의 1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며 “어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예산은 줄었지만 영화제 개최에 드는 모든 비용은 늘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스폰서 유치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렇지만 제한된 예산 안에서 영화제를 잘 치르기 위해 효율적인 조직 운영뿐 아니라 비용적 측면도 고민하고 있고 올해 당장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고 가야 할 과제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모색하도록 하겠다”고 전하며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기 때문에 핑계로 삼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열흘간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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