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출마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극대화되면서 경선에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특히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대행과 국민의힘 경선 후보의 단일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비쳤다고 알려지며 ‘힘 빠진 경선’이 가속화되고 있다.
‘4강’ 경선 후보들도 한 대행이 출마 선언에 나서기 전부터 단일화 시나리오를 거론하며 자신이 최종 후보가 돼 한 대행과 단일화에 나서겠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다만 한 대행이 직접 출마를 밝히지 않은 만큼 후보들은 출마에 나서지 말라는 비토도 동시에 내놓고 있다. 한 대행의 출마 시점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오가는 가운데 한 대행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기 전까지 혼란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정대철 “권영세가 (한덕수) 단일화 부탁했다” 파문
한 대행과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이 오는 30일 회동에 나서는 가운데 28일 권 비대위원장이 정 회장에게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와 한 대행 간의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게 설득해 달라는 취지의 통화를 했다는 보도가 파문을 일으켰다. 당내 대통령 후보 2차 경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당 지도부가 한 대행과의 단일화를 거론한 것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정 회장이 전날(27일) 통화에서 “어제(26일) 저녁 권 비대위원장이 전화를 걸어 ‘좀 만들어 주세요’라고 하더라”며 “내가 어떻게 만들겠냐만 (권 비대위원장도) 답답하니까 그렇게 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오는 30일 회동에 대해 “한 대행이 출마 결심이 선 것”이라며 “계엄 이후 차기 대통령의 시대적 소명에 대해 조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당 지도부도 한 대행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보고, 한 대행과의 단일화 논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 내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보다도 우리 당을 지지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 아니냐”며 “그런 분들이 많이 (모이도록) 도와달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야권 내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이 ‘반이재명’ 빅텐트를 형성해 단일화에 나설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취지의 통화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대행 단일화는 부탁한다면 내가 직접 하지, (정 회장을 통해서) 이야기할 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한 대행과 소통하느냐’는 물음에는 “거의 없다”며 만날 계획에 대해서도 “없다”고 했다.
권 비대위원장과 한 대행과의 통화 내용이 공개되기 전부터 경선 후보들은 한 대행의 출마를 가정하고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런 기류가 심화 되면서 당내 ‘4강’ 후보들의 경쟁보다 외부 인사인 한 대행의 출마 여부가 경선의 가장 큰 변수가 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김문수‧안철수‧홍준표 ‘한덕수 단일화안’ 공표... 한동훈 “패배주의” 직격
김문수 후보 캠프 정책총괄본부장인 박수영 의원은 전날 한 대행과 김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까지 함께 단일화에 나서는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며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투표 ‘콘클라베’ 방식을 거론했다.
홍준표 후보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국민의힘 대선) 최종 후보가 되면 한 대행과 단일화 토론을 두 번 하고 ‘원샷 국민 경선’을 하겠다”고 했다. 경선 후보들이 구체적인 단일화 안까지 공표하는 지경에 이르자 안철수 후보도 이재명 후보와 1대 1로 경쟁해 높은 지지율이 나오는 후보로 단일화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한동훈 후보는 이날 오전 충남 아산 현충사를 찾아 국방‧안보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나 권 비대위원장이 정 회장에게 단일화 지원 요청을 했다는 보도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 후보는 타 후보들이 구체적인 단일화 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자신 없는 분들이 자꾸 말을 바꿔가면서 그렇게 조건들을 붙이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 경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자꾸 그런(단일화) 얘기를 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건 패배주의 아니냐”고 비판했다.
당내 경선보다 한 대행의 출마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홍 후보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서 “탄핵당한 정권의 총리, 장관이 대선 출마하는 게 상식에 맞냐”며 “탄핵당한 정권의 당 대표가 대선 출마하는 것도 상식에 맞냐”고 일침했다.
한 대행과 ‘원샷 경선’에 나서겠다고 한 지 하루 만에 한 대행과 한 후보가 ‘탄핵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대선 출마가 비상식적이라고 직격한 셈이다. 한 대행의 출마설로 인한 국민의힘 경선판의 혼란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한덕수 대망론에 국민의힘 경선 ‘예선전’ 전락
국민의힘 내에선 대선 경선보다 ‘한덕수 대망론’에 이목이 쏠리는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한 대행의 등장이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보는 시선과, ‘한덕수 대망론’이 당 경선을 예선전에 불과하게 만들었다며 결국 당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함께 나왔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한 대행의 출마로 경선 흥행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물음에 “우리끼리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들고 해봐야 이 판에서 결과가 뻔하다”며 “이낙연과 이준석까지 함께 단일화 구성을 할 수 있는 빅텐트 단일화가 우리 입장에서는 더 낫지 않나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한 대행의 출마가) 적절하지 않다”며 “경선에 참여하지 못할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승산이 높은 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퇴 후 출마 시) 국정 공백이 생기면 민주당의 탄핵으로 국정 마비를 일으켰다는 공격의 명분도 사라진다”며 “후보 간 네거티브도 찬탄(탄핵 탄성)과 반탄(탄핵 반대)인 상황에서 한 대행이 나오면 다를 것 같은가”라고 비판했다.
또 “당 경선을 책임지는 비대위원장까지 나서서 (단일화 논의를) 하고 있으니 사실 굉장히 잘못된 행동”이라며 “당 경선에 해가 됐으면 미안한 마음을 가지는 게 맞다”고 직격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경기장 안에 있는 선수들보다 경기장 밖에 있는 선수가 더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의힘 경선이 ‘예선전’에 불과한 의미 없는 경선이 돼버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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