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서울시의 2023년 총 혼인 건수는 3만6324건, 조혼인율은 3.9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다. 합계출산율은 0.55명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을 통해 가족을 이루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하지 않기로 선택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가족센터의 '2024 서울가족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청년들은 결혼이나 자녀 양육보다 개인 생활의 만족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 삶의 만족과 커리어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은 여성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삼십 대 미혼 시민에게 가족을 꾸리는 것과 개인 생활(여가, 자기 계발, 개인 시간 등) 중 어떤 쪽이 더 중요한지 물으니 △개인 생활이 약간 더 중요하다(32%) △비슷하다(22.6%) △가족을 꾸리는 것이 약간 더 중요하다(22.6%) 등 순으로 나타났다. 개인 생활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비율은 18.4%로 가족을 꾸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비율 4.5%보다 월등히 높았다.
미혼 시민 중 언젠가 결혼할 의향은 평균 3.8점으로 대체로 있는 편에 가까웠다. 성별로는 남성(4점)이 여성(3.6점)보다 높았으며 30대(3.6점)보다 20대(3.8점)에서, 주관적 계층이 중하 이하인 집단(3.7점)보다 중상 이상인 집단(3.9점)에서 결혼 의향은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결혼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아도 괜찮다'는 의향도 3.6점으로 적지 않았으며 결혼을 하려면 안정적인 직장이 있어야 한다(4.2점)는 전제조건과 결혼을 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된다(3.4점)는 제약에 대한 인식도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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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될 의향이 없는 이유[사진=서울시가족센터] |
자녀가 없는 20~40대 서울 시민 중 언젠가 부모가 되겠다는 의향은 평균 3.4점으로 '보통(3점)'과 '대체로 있다(4점)'의 사이를 가리켰다. 남성(3.7점)은 여성(3점)에 비해 부모가 될 의향이 더 높았다. 부모가 될 의향이 있는 이유로는 △사랑을 줄 존재가 생겨서(3.9점)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갖고 싶어서(3.8점) △자녀를 키우는 보람, 즐거움 때문에(3.7점) 등이 꼽혔다.
반면 부모가 될 의향이 없는 이유로는 △기대만큼 자녀를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4.1점) △자녀 양육·교육 비용이 부담스러워서(4점) △한국 사회가 자녀를 키우기에 적절하지 않아서(4점) △경제적 상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서(3.9점)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의 평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여성은 △한국 사회가 자녀를 키우기에 적절하지 않아서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서 △기대만큼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 등에서 남성보다 더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남성은 △양육·교육 비용의 부담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결과는 가정 내에서 여성이 주 양육자, 남성이 경제적 부양자를 맡는 전통적인 성 역할 인식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한국 사회가 자녀를 키우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항목에서는 여성(4.1점), 남성(3.6점) 모두 높은 공감도를 보여 사회 분위기나 제도적 미비 등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정 나이가 되면 으레 결혼, 임신, 출산, 육아로 이어지던 전통적 생애 주기는 더 이상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서울 청년들은 결혼이 경제적, 정서적인 측면에서 오히려 삶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시민들이 꼽은 결혼에 대한 이점으로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서 좋다(4.1점) △심리적으로 안정돼서 좋다(4.1점) △평생의 동반자가 생겨서 좋다(4.1점) 등 정서적 만족감과 친밀감의 가치가 높게 평가됐으나 △가족부양과 같은 경제적 책임이 부담된다(3.7점) △출산과 육아가 부담된다(3.7점) △시가(처가)와의 관계나 며느리(사위) 역할이 부담된다(3.7점) 등 결혼에 따른 부담도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은 △결혼하면 여성이 손해를 본다(3.6점) △배우자의 부모 및 가족과의 관계 부담(4점) △가사일 부담(3.6점) 등 성 역할 분담 및 젠더 이슈 부분에서 남성보다 더 높은 점수를 보였다.
서울시는 탄생응원서울 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저출생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결론적으로 서울가족보고서는 정책의 방향 전환을 요구한다. 단순한 경제적 인센티브보다 성 평등한 가사·돌봄 분배, 문화적 인식 변화, 청년의 현실에 맞는 일·주거·돌봄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출산율 향상만을 목표로 삼는 정책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가족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이를 낳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주면 출산율은 자연히 따라오지 않을까.
맘스커리어 / 김보미 엄마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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