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 칼럼-국제정세의 진실] 중국의 미국 채권시장 교란 가능성 미리 예상한 트럼프…한국은 중국을 편들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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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채권시장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오래전에 간파한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 /X(옛 트위터)
■국제정치의 시계를 2022년으로 되돌려 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이해를 위해 필요하다. ‘채권시장’이 얼마나 무서운 정치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도.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취임한 지 겨우 44일 만에 물러났다. 20세기 이후 영국 정치에서 가장 짧은 재임 기간. 세금을 내려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그녀의 경제정책에 ‘채권시장’이 반발했다. 그 탓에 정부 자체가 무너졌다. 얼마 안 가 보수당이 정권을 잃었다.

단순한 감세 논란이 아니었다. 채권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정치 권력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 일대 사건. 세계는 국제 금융·은행 체제의 세력들이 국제정치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음을 실감했다. 그들이 기후 변화 등 글로벌주의 의제에 대한 도전은 누구에게도 허용하지 않을 무서운 존재임을 새삼 깨달았다.

트럼프의 관세정책도 국제 금융을 장악하고 있는 좌파 글로벌리스트들의 의도·목적을 헤아리며 봐야 한다.

■보수우파 포퓰리스트 트러스는 취임하자마자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에 따른 재원 조달 방안이 명확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놀랐다. 영국 정부는 이미 막대한 빚을 지고 있었다. 감세는 추가 차입을 의미. 투자자들은 걱정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계획 없이 빚을 늘린다. 정말 갚을 수 있을까?”

트러스는 에너지 위기에 대응, 석유·석탄·천연가스를 긴급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기후 변화·탄소 중립을 주도하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 등이 공격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큰불을 질렀다.

바이든은 “엄청난 부자들 세금을 내리는 정책은 ‘실수’다. 다른 유럽 지도자들도 같은 의견”이라고 했다. 그들은 프랑스 대통령, 독일 총리, 유럽연합 위원장 등 바이든처럼 좌파 글로벌리스트. 그는 “어떻게 할지 판단은 영국 몫이다. 내가 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트러스의 정치 운명을 예고한 발언.

미국 대통령은 세계 대통령. 자신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 모르는가? 그는 남의 나라 내정간섭 발언 뒤 발을 뺐다. 무책임의 극치.

■글로벌리스트들의 국제질서 운용 방향은 확고했다:

“석유·석탄·천연가스 사용은 중단되어야 한다. 녹색 에너지는 좋다. 전통 에너지 자원 개발은 나쁘다. 우크라이나는 좋다. 러시아는 나쁘다. 은행은 경제 활동을 계속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 경제 성장은 나쁘다. 정부가 낮은 경제 활동을 보조하기 위해 세금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빈곤은 좋다. 자립은 나쁘다. 자동차·에어컨· 난방·주택 등 개인 사치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은 나쁘다.”

트러스의 새 정책은 좌파가 추구하는 의제와는 반대. 금융 엘리트·다국적 기업 이익에 반했다. 반대자는 글로벌리스트들의 결속에 희생될 수밖에 없다. 바이든이 앞장선 국제 압력 속에서 트러스가 무너질 것은 분명해졌다.

투자자들은 영국 국채를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채권 가격은 하락하고 수익률은 급증했다. 정부를 포함한 모든 차입자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했다. 상황은 급속히 나빠졌다. 많은 영국 연금기금들은 수익률이 오르면서 엄청난 손실과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영국 중앙은행은 전면 붕괴를 막기 위해 개입해야 했다.

채권이 대규모로 매도되면 단순히 시장을 흔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체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정권을 흔든다. 무서운 경제 무기·정치 무기인 채권시장을 활용한 글로벌리스트들의 공작에 영국 총리가 44일 만에 물러났다.

인도계 리시 수낙이 뒤를 이었으나 좌우를 넘나들다 총선에 졌다. 결국 강성 사회주의자 키어 스타머 총리가 등장했다. 채권시장이 보수 포퓰리즘 정부를 몰아내고 사회주의 정권을 세운 꼴이다.

■미국도 트럼프 관세정책이 본격 시작되자 채권시장이 흔들렸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트럼프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가 관세전쟁에서 참패하리라 전망했다. 도대체 채권시장이 뭐길래 그렇게 무서운가?

채권은 정부나 기업이 발행하는 차용증서. 정부 발행 국채를 사면 정부에 돈을 빌려주는 것. 그 대가가 이자. 수익률이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인다.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은 떨어진다. 가격이 내려가면 수익률은 오른다. 단기 채권보다 장기 채권 수익률이 높다. 1년보다 30년 동안 돈을 빌려주면 더 많은 위험이 따르므로 더 높은 보상을 해야 하기 때문.

현재 미국의 국가 부채는 약 36.2조 달러. 그 상당 부분을 중국·일본·영국 등이 보유하고 있다. 이들 나라가 미국 정부에 큰돈을 빌려줬다는 뜻.

2024년 2월 초 기준. 일본이 약 1.1조 달러로 미국 부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다. 중국 약 7,590억 달러. 영국 약 7,230억 달러.

외국 정부들이 미국 부채를 많이 보유하려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안전성. 미국 국채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금융 자산으로 여겨진다. 미국은 지금까지 한 번도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한 적이 없다. 수천억 달러 규모의 보유 외환을 관리하는 외국 중앙은행이 그 자금을 미국 국채에 넣는 것은 지구상에서 가장 안심할 수 있는 금고에 돈을 보관하는 것과 같다.

둘째 전략상 경제 이익. 일본·중국처럼 대미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는 나라는 수출을 통해 대량의 달러를 받는다. 그 현금을 놀리지 않고 미국 국채에 재투자한다. 이 전략은 두 가지 효과를 낸다. 안정된 수익과 달러 수요 증가.

외국의 미국 국채 매입은 달러 수요 유지·금리 안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오르면 미국 정부는 돈 빌리는 데 더 많은 이자를 줘야 한다. 국채 수익률 상승은 은행 등의 금리를 오르게 만든다. 그 후유증은 경제 전반에 물결처럼 퍼져나간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른다. 신용카드 이자도 오른다. 기업 대출도 빡빡해진다. 기업들은 사업 확장을 위한 돈을 빌리는 데 훨씬 더 신중해진다. 이는 고용 결정에까지 영향을 준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 같은 비판자들은 외국의 국채 매입을 미국 경제의 심각한 약점으로 본다. 외국 부채에 의존은 미국 경제·안보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것. 밴스는 일찌감치 그 상황을 경험했었다.

빌 클린턴 정권 등 글로벌리스트들이 중국을 키우면서 오하이오주 밴스의 고향은 술·마약 중독에 찌든 절망의 땅으로 떨어졌다. 어린 그도 중국에 공장을 뺏긴 혹독한 대가를 가난 속에서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다. “민주당 정권과 공화당 조지 부시 대통령 부자의 친 중국 정책 덕에 중국은 사회주의 제국주의가 됐다. 미국은 중국의 신식민지가 된 결과”였다.

밴스는 “우리는 중국 농민들에게 돈을 빌려 그들이 만든 물건을 사들인다. 경제발전과 저물가를 위한 처방이 아니다.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도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이 빚은 위험·부작용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밴스는 “채권시장 죽음의 소용돌이” 가능성을 예상했다. 투자자들이 신뢰를 잃고 미국 국채를 대거 팔면 수익률이 급등한다. 이것이 신용경색이나 경기 침체로 이어져 트럼프에게 치명의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22년 트러스 정부 붕괴가 우연이 아니라고 분석했었다. 대선을 두 달 앞둔 24년 9월 매체 회견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유럽의 글로벌리즘 세력들이 고의로 채권 수익률을 조작해 트러스처럼 트럼프도 무너뜨리려 할 것”으로 예측했다.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매입을 중단하면 채권 가격은 급락하고 수익률은 더욱 빠르게 상승한다. 밴스는 이러한 금융 교란 행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시장이 매우 걱정된다. 국제 투자자들, 글로벌주의 세계화로 부를 쌓은 사람들, 미국 제조업을 중국으로 옮겨 돈 번 사람들, 전쟁에서 부를 얻은 사람들—이들이 채권 수익률을 급등시켜 트럼프 대통령을 무너뜨리려 하지 않겠는가?”

트럼프가 새 관세정책을 발표하자 시장은 불안해졌다. 4월 9일. 미국 채권시장은 큰 혼란을 겪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51%까지 치솟았다. 무역 갈등과 미국 재정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국채를 팔았기 때문.

■언제나 트럼프가 하는 모든 일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세력들은 “채권시장 죽음의 소용돌이”에 기대하는 것으로 보였다. 트럼프를 제2의 트러스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클린턴의 재무장관, 버락 오바마의 국가경제위원장이었던 래리 서머스는 거침없이 퍼부었다. “채권시장 움직임은 투자자들이 미국 전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다는 신호.” 금융 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월 스트리트와 좌파매체들(월 스트리트 저널, AP, 뉴욕타임스 등)도 가세했다.

트럼프와 밴스는 채권시장 움직임을 미리 내다봤다. 채권시장 불안 확산을 막고 경제 안정을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이들은 시장 신뢰가 얼마나 빠르게 사라질 수 있는지를 트러스 몰락에서 목격했다. 런던에서 일어난 일이 워싱턴에서 되풀이되지 말란 법은 없었기 때문.

트럼프는 시장이 흔들리고 수익률이 치솟는 가운데 90일 동안 관세정책을 유예하고 협상 시간을 갖겠다고 발표했다. 곧 채권시장은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주식시장도 반등했다.

한쪽에서는 이를 “전면 위기를 예상한 정교한 조율”이라 했다. 밴스가 오래전 예측했기 때문. 그러나 반대쪽은 “증시 추락을 못 견딘 트럼프가 다급히 서둘렀다. 주위 경고에 후퇴했다. 내부 불화가 심각하다”고 했다. 나아가 “중국 등의 반격을 감당할 수 없다. 중국은 무서운 존재다. 트럼프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이길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의 이른바 전문가나 매체는 후자를 따랐다. 그대로 반복했다. 중국과 시진핑을 편들었다.

최악 상황은 지나갔다. 해외 투자자들이 다시 채권 입찰에 돌아왔다. 재무부 관계자들은 다시금 미국을 “투자하기 가장 좋은 곳”이라 불렀다.

■노벨상 받은 좌파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 상승을 예상했다. 그러나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거의 3년 만에 처음으로 떨어졌다. 트럼프가 전 세계, 특히 중국에 관세를 부과한 것은 인플레이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앞으로도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

왜 대한민국은 그토록 심하게 트럼프 관세정책을 비난하나? 좌파들은 당연히 그럴 것이다. 트럼프 선거공약은 마르크스주의·공산주의·사회주의를 미국에서 들어내는 것. 미국 좌파 세력의 약화는 한국 좌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을 선호하는 그들은 중국을 철저히 견제하는 트럼프 실패만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보수우파들은 왜 그러는가? 나라 운명을 결정할 선거를 앞두고. 중국을 택할 것인가? 도무지 알 수 없다. 진실을 알지도 못하면서.

 

[손태규 시장경제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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