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안 여당 주도 처리… 정치권·농업계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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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가 열린 지난 4월 21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인근 건물 외벽에 금융노조 농협지부가 내건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 현수막이 걸려 있다. / 뉴시스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 결의대회가 열린 지난 4월 21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인근 건물 외벽에 금융노조 농협지부가 내건 정부의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 현수막이 걸려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소은 기자  농업협동조합법(이하 농협법) 개정안이 지난 3일 여당 주도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농림축산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그러나 야당은 처리 절차에 문제를 제기했고, 농업계에서도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개정안은 오는 2028년 농협중앙회장 선거부터 선출 방식을 기존 회원조합장 등이 참여하는 방식에서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약 187만명이 1인 1표를 행사하게 된다. 아울러 농협 감사위원회를 중앙회에서 분리해 별도 법인으로 신설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열린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여당 주도의 법안소위 의결을 겨냥해 “법안소위에서는 여야 의견이 불일치할 때 한 명의 의원이라도 의견이 통일될 때까지 숙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관례지만 민주당이 야당과 전문가들이 제기한 문제를 묵살하고 정부 ·여당 원안대로 강행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농협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았지만 오는 11일 전체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해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2027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도 농협법 개정안의 처리 절차 등을 문제 삼으며 반발한 뒤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이후 농해수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농어민 삶을 위협하는 정책 강행을 규탄한다”며 “농해수위는 청와대 출장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3일 법안소위에서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을 두고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농민·야당·전문가들의 거듭된 반대와 경고에도 농협법 개정안을 정부·여당 입맛대로 강행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이 제기한 △직선제 선출의 협동조합 원칙 훼손 △감사 기구의 독립성 훼손 △관치 농협으로의 전락 △특정 시민단체의 농협 장악 가능성 등의 문제를 여당이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선교 의원을 비롯한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5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농협법 강행, 미래대응기금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선교 의원을 비롯한 농해수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5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농협법 강행, 미래대응기금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바뀌었다. 1988년 대통령 임명제에서 민선제로 전환되면서 전체 지역조합장들이 참여하는 직선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선거 과열 문제로 인해 2009년 정부 주도로 중앙회 대의원에 의한 간선제로 변경됐다. 농협중앙회장 임기도 권한 견제를 위해 연임제에서 4년 단임제로 전환됐다. 이후 소수 대의원에 대한 매수 등 간선제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2022년 다시 전체 농축협 조합장이 참여하는 직선제로 전환됐다.

농협법 개정 논의 배경에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둘러싼 비리 의혹이 꼽힌다. 역대 농협중앙회장들이 선거 과정에서 금품 수수 및 비리 혐의에 연루된 바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도 1억원대 뇌물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 1월 대국민 사과를 통해 “선출 방식과 농축협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의 선거제도 등 지속적으로 제기된 구조적 문제를 중심으로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자체 개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강 회장은 지난 5월 조합원 직선제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농업계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는 지난 2일 입장문을 통해 농협법 개정안이 농업계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농협 개혁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사전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치권 주도로 입법이 추진되면서 논의 전반에서 다양한 농업계 주체의 참여와 형평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농연은 앞서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입법 추진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농업계의 우려와 요구를 전달해 왔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간접선거제를 제안했고, 외부 감사 기구 신설과 관련해서도 현행 조합감사위원회와 조합감사위원회사무처를 활용해 농협중앙회 내 독립적인 감사 기구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농연은 “(이에 따라) 농업 현장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정치적 논리에 따라 추진되고 있으며, 농업계에 대한 차별적 조치라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며 “충분한 의견수렴과 제도적 검증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농협법 개정에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폭넓은 공론화와 충분한 숙의 절차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이날(5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법 개정안을 놓고 7차례의 법안소위 심사와 약 8개월간의 협의와 숙의가 있었다. 국민의힘에서 제기한 여러 논거도 충분히 논의됐고, 사실관계와 법리 문제 등은 정리됐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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