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대전 김진성 기자] “안 될 때도 자기 스타일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
KIA 타이거즈 외야수 박재현(20)은 올 시즌 주로 리드오프로 뛰었다. 그러나 엄밀히 볼 때 리드오프보다 2번이나 3번타자가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김도영(23)이 훗날 메이저리그로 떠나면 붙박이 3번타자로 손색없다. 컨택이 좋은데 장타력도 있고 발도 빠르다. 중심타선에 이런 선수가 있으면 팀 득점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타고난 컨택을 기반으로 ‘공 보고 공 치기’를 하는 스타일이다. 초구부터 겁 없이 강하게 치는 게 박재현의 트레이드마크다. 대신 공을 골라내는 능력은 다소 떨어진다. 아무래도 2년차라서 경기의 흐름을 읽고 대처하는 능력이 좋은 편은 아니다. 물론 이 부분은 경험을 쌓으면 무조건 좋아질 전망이다.
지난 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 박재현은 3회초에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3루타로 이날 KIA의 유일한 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5회초와 7회초는 좀 아쉬웠다. 1-4로 뒤진 5회초 2사 1루서 아리엘 후라도의 초구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1루 땅볼로 물러났다. 1-6으로 뒤진 7회초 2사 1루서도 후라도의 초구 낮은 체인지업에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굳이 빠르게 타격할 이유가 없었다. 흐름이 완전히 삼성에 가 있어서 반전이 필요했는데, 후라도를 도와준 모양새였다. 어떻게든 끈질기게 출루해서 흐름을 바꿔야 했다. KIA로선 박재현이 출루해서 김도영에게 찬스를 이어주는 게 가장 필요한 상황이었다. 자신의 다음타자가 김도영이었다.
박재현은 두 차례 연속 초구 범타로 이닝 마지막 아웃카운트의 희생양이 되면서, 김도영은 6회초와 8회초에 선두타자로 나가야 했다. 물론 초구를 치는 것은 좋은데 경기흐름상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장면이었다. 더구나 둘 다 치기 쉽지 않은, 낮게 깔리는 체인지업이었다.
지난 3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만난 한국야구대표팀 최원호 감독도 이를 알고 있었다. 만약 박재현이 4~5년차 정도 되는 선수라면 두 번 연속 초구에 범타로 물러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그래도 최원호 감독은 박재현의 연차라면 자기 스타일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호 감독은 “재현이가 아직은 어리다. 아시안게임에도 여유가 없었다. 그럴 연차다. 예전 이병규 같은 선수다. 잘 칠 때는 천재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런 애들이 볼을 보기 시작하면 방망이가 안 나가게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원호 감독은 “잘 안 될 때 자신의 스타일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타자들이 있다. 볼을 보던 애들이 자꾸 안 되면 처음부터 막 친다. 타율을 올리려고. 그게 자기 스타일이 아닌데 막 친다고 다 안타가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무너진다. 안 될 때도 자기 스타일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던 애들은 안 될 때도 적극적으로 쳐야 한다”라고 했다.
최원호 감독은 박재현을 12일 호주와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경기서 중견수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시리즈가 11일 7차전까지 가면 김지찬(삼성)이 호주전에 못 나가기 때문이다. 그만큼 박재현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르다. 우선 7일 울산 웨일즈와의 연습경기서 중견수 선발 출전을 확정했다.

박재현이 훗날 KIA와 대표팀에서 중견수로도 뛰고,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되 경기흐름에 따라 공을 보는 능력까지 올리면 KIA 외야진 리더이자 대표팀 붙박이 외야수가 될 수 있다. 오승환 인스트럭터는 이번 대회서 훗날 대표팀 정예멤버가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박재현은 강력한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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