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노동조합이 한화그룹의 인수 시도 저지와 독립경영 보장을 요구하며 대규모 상경 투쟁에 나선다.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의 18억원 규모 컨설팅 용역을 둘러싸고 ‘민영화 수순’이라는 노조의 반발과 글로벌 대형화 시너지를 강조하는 산업계의 시각이 맞서면서 방산 지배구조 개편 논란이 다시 불붙은 모양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KAI 노조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조합원 약 1300명이 참석하는 상경투쟁을 전개한다. 지난달 14일과 20일에 이은 세 번째 집회로, 세 차례 중 최대 규모다.
노조는 수출입은행이 추진 중인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컨설팅 용역’의 목적과 과업 내용, 수행기관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해당 정책 용역은 국내 우주항공산업 경쟁력과 글로벌 앵커기업 육성 방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황기연 수출입은행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현재 KAI 매각 계획은 없으며,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검토하기 위한 용역”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수은이 컨설팅 우선협상대상자로 AT커니를 선정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AT커니 출신 임원을 영입한 이력을 들어 컨설팅 수행기관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수은의 지분 유지와 독립경영 보장에 대한 확실한 정부의 공식 답변 없이는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한화가 KAI 지분을 15.89%까지 확대하고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한 이후 방산 생태계의 수직계열화와 독과점 폐해를 우려하고 있다. 항공기 완제기 체계종합업체인 KAI가 엔진·항전·무장 분야를 쥔 한화의 영향권에 들어갈 경우 국내 방산 시장의 공정경쟁이 훼손되고 정부(방위사업청)의 납기 및 가격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노조 측의 독과점 우려가 과도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방위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국방부와 방사청이 발주, 승인, 원가 검증 등을 엄격히 직접 관리·감독하기 때문이다. 민간 지배구조가 강화되더라도 정부의 제도적 통제 장치가 작동하는 한 공공성이 훼손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보 차단 등 시정조치를 조건으로 기업결합을 승인한 바 있다. 사업적 시너지 측면에서 한화와 KAI의 결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지상·해양 방산과 엔진, 전자 장비에 강점을 지닌 한화와 전투기·헬기·위성 등 항공 완제기 체계종합 역량을 갖춘 KAI가 힘을 합칠 경우,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대형 통합 방산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평가다.
또 양사의 결합이 첨단 항공엔진 국산화 등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가능하게 하고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의 수주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다만 KAI 민영화가 본격화할 경우 방산 시장의 독과점 심화와 공정경쟁 체제 훼손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실제 추진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결국 향후 KAI의 지배구조 개편 방향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KAI 민영화는 지난 2012년과 2016년에도 각각 추진됐으나, 입찰 유찰과 주가 하락 등의 이유로 모두 무산된 바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수은의 컨설팅 최종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방산 독과점 방지 장치 마련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정부가 어떤 입장을 정리할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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