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과세, 내년 시행 괜찮나…풀리지 않은 형평성 논란

마이데일리
김재진 DAXA 상임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재경위원 가상자산사업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과세가 네 번째 유예 기로에 섰다. 정부와 여당이 과세를 두 달여 앞두고 제도적 준비 상황을 재점검하면서 추가 연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해외 거래소 이용자와의 과세 형평성과 손실 공제 제한 등 해결되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 과세 시행을 둘러싼 논쟁도 다시 불붙고 있다.

1일 정치권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과세 준비 상황과 제도 개선 필요성 등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간담회 이후 1~2주 안에 과세 유예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달 국회 조세소위원회 심사가 시작되는 만큼 추가 유예를 추진하려면 11월 말까지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당정 협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정부의 과세 관련 고시 발표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권칠승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과세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을 서두를 경우 투자자 혼란과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소득이 발생하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조세 원칙도 고려해야 한다며 조속한 결론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과세 시행 시기를 2029년으로 2년 더 늦추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추가 유예 여부와 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당국도 신중한 입장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여러 가지 상황들을 다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시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부터 시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이 막바지 협의 단계에 있으며 과세 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 차례 미룬 가상자산 과세…내년부터 수익에 22%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당초 2022년 1월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제도적 준비 부족과 시장 여건 등을 이유로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세 차례 연기됐다.

현행법대로라면 내년 1월 1일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에 세금이 부과된다.

연간 과세 대상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한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해외 거래는 추적 한계…손실 공제·스테이킹도 쟁점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의 핵심 쟁점. /AI 생성 이미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고객의 매수·매도 내역을 관리하고 있어 거래소 내에서 발생한 양도차익을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해외 거래소에서 매입한 가상자산을 국내로 옮겨 매도할 경우 최초 취득가격을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가령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100만원에 매수한 뒤 국내 거래소로 옮겨 150만원에 매도했다면 실제 양도차익은 50만원이다. 그러나 국내 거래소에는 해외 매입가격이 기록돼 있지 않아 별도의 증빙자료가 없으면 정확한 차익을 산정하기 어렵다.

해외 거래소 이용자도 국내 거주자라면 원칙적으로 과세 대상이다. 다만 과세당국이 해외 거래내역을 얼마나 정확하게 확보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진하는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가 해외 거래정보 확보 수단으로 꼽히지만 국가별 도입 일정이 달라 시행 초기부터 모든 거래내역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거래소 이용자의 소득이 상대적으로 쉽게 파악되는 구조가 과세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거래소 이용을 부추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손실 이월공제가 허용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현행 제도에서는 특정 연도에 발생한 손실을 다음 연도로 넘겨 공제할 수 없다.

투자자가 한 해 큰 손실을 입고 이듬해 일부를 회복하더라도 해당 연도에 과세 대상 이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내야 한다.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의 특성상 여러 해에 걸친 실제 투자 손익과 과세 대상 소득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스테이킹과 해외 가상자산 파생상품 등 다양한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도 쟁점이다.

스테이킹은 보유한 가상자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 운영에 활용하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매매차익과 소득 발생 구조가 다른 만큼 보상의 소득 구분과 취득가액 산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외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가상자산 파생상품 역시 일반적인 양도·대여 거래와 성격이 달라 과세 범위와 소득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는 ‘제도 정비 우선’…반복 유예 비판도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에서 관계자가 비트코인 시세를 확인하는 모습. /뉴시스

가상자산업계는 과세 자체보다 공정하고 정확한 세금 부과를 위한 제도 정비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투자자의 실제 소득을 제대로 산정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를 강행하면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추가 유예에 반대하는 측은 소득이 발생하면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조세 원칙을 강조한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등 시민사회에서는 가상자산 과세를 반복적으로 미루는 것이 다른 소득과의 조세 형평성을 훼손하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비판해 왔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등에는 세금이 부과되는 상황에서 가상자산 투자소득만 장기간 과세를 미루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미 세 차례 시행을 연기한 만큼 제도를 보완하면서 예정대로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에서만 거래한 투자자는 거래 기록이 남아 있지만 해외 거래소에서 매입한 가상자산은 최초 취득가액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과세를 시행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가상자산 과세, 내년 시행 괜찮나…풀리지 않은 형평성 논란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