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우리는 귀농해서 청양의 특산물인 구기자라는 작물을 키워 판매하고 있다. 처음에 수확할 때는 7월 말~8월 말, 9월 중순~11월 초까지 수확을 하느라 수확철이 되면 다른 일이나 휴식은 꿈도 못 꾸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해야 했다. 그게 당연한 농부의 삶인 줄 알았다. 그러다 수확철 노동자들을 쓰면서 몸이 조금 편해졌다. 그리고 폭염이 너무 심해지면서 지난해부터는 여름 수확을 기계 수확으로 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가을 수확을 잘 이어가다 꽤나 큰 문제에 직면했다.
구기자는 품종이 여러 가지다. 우리는 알이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신품종을 키워오다 하우스가 무너진 뒤에는 토종 구기자가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해 품종을 변경했다. 토종 구기자는 알이 작고 무게가 덜 나가지만 쉽게 물러지지 않아 기계 수확에도 좋다.
판매특성상 가을에 수확하는 구기자는 손으로 따야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번 10월에만 20번 인력을 썼다. 그런데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토종 구기자는 알이 작고 무게가 덜 나가다 보니 같은 인건비를 썼을 때의 수확량 또한 적게 나오는 것이다.
보통 인력을 한 번 부르면 인당 10만원이 든다. 그러면 그 인력이 적어도 인건비의 3~4배 수준으로 수확을 해줘야 한다. 그런데 이번엔 인건비의 두 배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 정도면 굳이 인건비를 쓸 게 아니라 아내와 둘이 더 일해서 채울 수 있는 수준이라 고민이 깊어졌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내년부턴 무조건 기계 수확을 하는 거다. 이번엔 또 한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셈이다.
올해 하우스가 5개동으로 늘어나면서 우리가 목표로 삼았던 ‘풀 세팅’이 완성됐다. 다만, 올해는 구기자가 1년생이라 수확량이 많지 않고 내년부터 제대로 된 수확을 할 수 있다. 꿈꾸던 농장을 완성하기까지 약 10년이 걸리는 것이다.
3년 전과 비교해봐도 농장 규모는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이렇게 규모가 커지면 당연히 일하는 시간도 늘어나는데, 몸이 힘들어지면 ‘평생직장’으로 농업을 계속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점점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을 거다. 따라서 어느 정도 농장 구축이 완료되면 노동력 절감을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농사를 지으면 어떤 작물이든 반드시 해야하는 작업들이 있다. 첫 번째는 영양분관리다. 영양분관리를 하지 않으면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 관수시설이 돼 있으면 관수로 영양분을 주기도 하고, 퇴비로 주기도 한다. 우리는 둘 다 한다.
관수로 영양분을 주는 건 물에 섞어 모터 전원만 눌러주면 끝이라 힘들 게 없다. 하지만 퇴비 작업은 꽤 힘들다. 흙에 퇴비를 뿌리고 섞어줘야 한다. 우리는 매년 80포씩 퇴비를 썼는데 하우스가 5개동으로 늘어나면서 150포 넘게 쓰고 있다. 나이가 든 만큼 힘도 예전 같지 않다. 예전엔 20kg짜리 퇴비를 한 번에 3~4개씩 옮겨도 힘이 넘쳤는데 이제는 2개씩 옮기는 것도 힘들다. 이번 봄에 퇴비 작업을 할 때 손수레로 퇴비를 옮기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비 작업 시 노동력 절감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구입한 건 전동 손수레다. 버튼을 누르면 손수레를 밀거나 끌지 않아도 앞으로 또는 뒤로 가는 장비다. 무거운 걸 싣고도 알아서 움직이니 몸이 굉장히 편해질 것 같다. 장비는 보조를 받아 구입했는데, 40만원의 보조를 받아 자부담은 20만원만 들었다.
농업 용품이나 장비를 구매할 때 몇 가지 팁을 꼽아보자면 일단 동네에서 사는 건 무조건 비싸고 역시 인터넷이 낫다. 보조를 받기 위해선 몇 가지 간단한 서류를 구비해야 하는데 인터넷으로 구입해도 필요한 서류를 주는 곳이 많다. 보조를 받지 못할 때는 ‘중국 직구’를 알아보길 추천한다. 농업 용품이나 장비는 중국산이 대부분이다. 이번에 구입한 전동 손수레도 인터넷을 찾아보니 중국 유명 쇼핑몰에서 35만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었다. 유통업자들이 중국제품에 스티커를 붙이고 브랜딩해서 판매하는 게 대부분이니 중국 직구로 사는 게 훨씬 저렴하다.
또 하나 꼭 해야 하는 작업은 농약을 치는 거다. 농약을 치지 않는 농산물도 있긴 하지만, 판매용은 100% 농약을 쳐야 한다. 이때 농약은 몸에 안 좋은 것으로 여겨지는 화학 농약만을 말하는 게 아니고, 친환경이든 무농약이든 벌레를 죽이는 약제는 써야 한다.
대다수의 농장은 5~7일 단위로 농약을 친다. 벌레가 생기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쳐줘야 한다. 벌레가 생기면 내성이 생겨 죽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농산물의 상품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이것 또한 꽤나 큰 일이고 힘이 든다. 우리는 농약 치는 기계만 5가지를 사용해봤다. 귀농 초기엔 물 250리터에 약을 넣은 뒤 한 명은 호스를 잡아주고, 한 명은 약을 쳤다. 이곳저것 옮기며 한 시간은 걸렸다. 물을 많이 쓰는 데다 두 명이 붙어야 해서 비효율적이었다. 그래서 혼자 약을 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엔진 분무기기를 거의 5년 정도 썼다. 20리터 짜리 통을 매고 하우스 한 동을 치는 건데, 꼼꼼히 치면 하우스 5동을 다 하는데 1시간 반 정도 걸렸다. 여름은 물론 봄·가을에도 약을 치고 나면 비 오듯 땀이 흘렀다.
재작년부터는 다시 더 좋은 방법을 강구해봤다. 그러다 스마트팜에서 하는 방식을 찾게 됐다. 스마트팜에서 쓰는 방제기계는 버튼 한 번이면 약이 퍼지는 간편한 방식이다. 문제는 비싸다. 설치하려면 1,000만원 이상 든다. 그래서 내가 직접 움직이는 100만원 짜리 연막기를 구비했다. 이제 하우스 5동 약을 치는데 10리터 정도 통을 매고 15분이면 끝난다. 효과가 좋아 주변 어르신들에게도 추천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방법의 대표주자는 스마트팜이다. 스마트팜은 말 그대로 똑똑하게, 편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나도 편하게 농사하는 것을 너무 하고 싶다. 그런데 실제 견적을 받아보면 무조건 억 단위다. 물론 많은 돈을 투자해 더 크고 편하게 농사를 짓고 싶은 사람도 있을거다. 하지만 그 경우 대부분 대출로 시작할 것이고, 나는 빚이 싫다.
그래서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 효율을 뽑는 것에 성취감을 느끼며 농사를 짓고 있다. 사실 노동력 절감이란 게 귀농 초기에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을 수 있다. 농사는 당연히 힘들고, 그것이 귀농생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어디까지나 초기 때까지다. 어떻게 하면 편하게, 빠르게, 쉽게 농사를 지을지 유튜브도 보고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정보도 찾아보면서 자신과 맞는 농사 방식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지속가능한 길이다.
우리 둘 다 일을 하면서 “뭔가 잘못된거 같아”라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올해는 생각보다 가을 수확이 힘들었지만, 내년에 다른 방법으로 농사를 지을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찾으면서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벌써 내년이 기대된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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