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크라이나 ‘공관원 철수’ 결정… ‘결단’일까 ‘자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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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7월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부의 우크라이나 공관원 일부 철수 결정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양국 간 합의를 어기고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한 항의 차원라곤 하지만 수위가 상당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이 단순히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국제 정세와 얽혀있다는 점에서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20일 주우크라이나 대사관 공관원 일부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8일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로 한 데 이은 조치다.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친 공습 위협이 상존해 안전 확보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우크라이나 측이 양국 간 합의를 어기고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을 공개한 것에 ‘전향적 조치’가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을 공개한 것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측이 국내 비판 여론 등을 고려해 먼저 비공개를 제안했고 우리 역시 외교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의제인 만큼 이를 수용하였음에도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측이 해당 사안을 비공개하기로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도 정부의 불만을 끌어 올린 이유다. 국내 정치권에서 해당 사안이 대통령의 거짓말 논란으로 비화하며 정쟁의 소재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의 공식적인 해명과 사과를 촉구하는 동시에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대사 소환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 유럽의 대러시아 공조 엇박자 우려

일방적인 공개로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측면에서 일차적 책임이 우크라이나에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 조치에 대한 우려는 상당하다. 공관 철수라는 것이 국교 단절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고 수위의 항의 조치인 만큼 향후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야권에서는 “정부가 왜 이렇게까지 감정적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이러한 조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분명치 않다는 점은 비판의 주된 이유다. 북한과의 실전 경험이 있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북한군의 전술, 드론전 운용 능력 등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이점이 분명함에도, 이러한 측면을 외면한 결정이었다는 점은 비판의 한 축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군이 현대전 경험을 축적하는 상황에서 정작 북한군과 싸우는 나라와 갈등을 키우는 것이 무슨 안보 전략인가”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번 조치가 당장 유럽과의 외교적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럽 전체의 안보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유럽의 대러시아 공조 기조와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유럽연합이나 서방 국가는 아직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가 강하다”며 “이렇게 되면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연대에서 이탈하는 것으로 보일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결정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한 조치였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전후 러시아 시장 복귀나 북극항로 등 여러 측면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느낀 상황에서 나온 전략적 고심의 결과물이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러시아와 북한이 혈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음으로써 남북 관계의 외교적 공간을 확보하려는 의중이 깔렸을 것이란 분석도 존재한다. 다만 이는 ‘북중러 동맹’과의 결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점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갈등을 격화시키는 것이 아닌 원만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관원을 모두 철수하는 것이 아닌 일부 철수하는 것이란 점을 부각하며 외교적 소통은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의 ‘전향적 조치’를 여전히 갈등 해결의 전제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관계 개선이 쉽게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상대국의 사과를 받아내려다 더 큰 국익을 잃는다면 그것은 외교적 성과가 아니라 외교적 자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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