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중용지도(中庸之道).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지나치지 않는 태도를 뜻한다. 정치인에게는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스스로를 앞세우는 데 신중함이 필요한 덕목이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자신이 선두로 나타난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 차기 대선까지 수년이 남은 시점이다. 역대 이맘때 여론조사 선두에 오른 주자들도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한 의원의 ‘1위’ 홍보가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평가받을지, 성급한 김칫국으로 남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 대선까지 수년인데, 지지율 홍보 나선 한동훈
21일 발표된 스트레이트뉴스·조원씨앤아이의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18.7%로 수치상 선두에 올랐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13.8%,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13.7%, 오세훈 서울시장 12.0% 순이었다. 한 의원의 적합도는 직전 조사보다 0.1%포인트 낮아져 사실상 변동이 없었다.
한 의원은 자신이 앞선 조사 결과를 페이스북에 직접 공유하고 있다. 지난 9월 13일에는 올리서치 의뢰로 비전코리아가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 결과를 게재했다. 당시 한 의원은 17.1%, 김 대표는 16.7%를 기록했다. 한 의원이 수치상 앞섰지만 격차는 0.4%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결과였다.
조사 결과에 지지자들의 결집을 촉구하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한 의원은 9월 17일 천지일보·코리아정보리서치의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를 공유하면서 “함께 싸우고 이겨서 대한민국을 지키고 발전시킵시다”라고 썼다. 해당 조사에서도 한 의원은 18.7%, 김 대표는 15.6%로 오차범위 안에서 경쟁했다. 대선주자 선호도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조하는 근거로 내세운 셈이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의 선호와 정당 지지층의 선택에는 차이가 있다. 21일 발표된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은 장 대표 31.0%, 한 의원 30.0%, 오 시장 23.6%로 응답했다. 무당층에서는 한 의원이 35.6%를 기록했다. 무당층의 선호는 한 의원의 강점이지만 전체 조사에서 수치상 선두라는 결과만으로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우위를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소속인 한 의원에게는 후보 선출에 앞서 출마 경로부터 정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국민의힘 후보가 되려면 복당과 당내 경쟁을 거쳐야 한다. 독자 출마를 택하더라도 조직과 지지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역대 정부 집권 2년 차에 앞섰던 주자들 가운데도 이런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가 있다.
◇ 고건·황교안도 넘지 못한 후보 선출, 박근혜는 당선까지
노무현 정부 집권 2년 차에 부상한 고건 전 국무총리가 대표적이다. 고 전 총리는 2004년 하반기부터 차기 대권주자 조사에서 선두로 거론되며 ‘고건 대망론’(고 전 총리를 차기 대통령으로 기대하는 여론)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높은 선호도는 출마로 이어지지 못했다. 고 전 총리는 2007년 1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결적 정치구조 앞에서 저의 역량이 너무나 부족함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여론조사에서의 기대를 실제 정치세력으로 모으는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박근혜 정부 집권 2년 차에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앞섰다. 한국갤럽의 2014년 9월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박 시장은 22%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13%),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10%)를 웃돌았다. 하지만 박 시장은 2017년 대선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고,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인물은 문재인이었다. 당시 한국갤럽도 정치인 선호도를 차기 대권 구도로 확대 해석하기보다 전국적 지명도와 대중적 인기를 반영한 지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에는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와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선두권을 형성했다. 오마이뉴스·리얼미터의 2018년 11월 조사에서 이 총리는 15.1%, 황 전 총리는 12.9%로 오차범위 내에서 경쟁했다.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는 7.0%였다. 그러나 다음 대선을 앞둔 민주당 경선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최종 선출됐다. 황교안 전 총리도 국민의힘 경선에 도전했지만 2021년 10월 2차 예비경선에서 탈락했다. 집권 2년 차의 여야 선두권 주자 모두 최종 후보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반대로 초반 우위를 후보 선출과 당선까지 이어간 사례도 있다. 이명박 정부 집권 2년 차인 2009년 12월 리얼미터 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40.2%를 기록했다. 2위 유시민 전 장관(14.7%)과의 격차는 25.5%포인트였다. 이미 당 대표를 지내고 2007년 대선 경선에 도전한 박 전 대표는 2012년 새누리당 후보로 선출됐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집권 초반부터 주목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지지세가 꺾이는 것은 아니라는 반례다.
이들 사례를 한 의원의 미래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조사마다 질문과 후보군이 다르고 불출마와 경선 탈락에 이른 사정도 제각각이다. 다만 현재의 선호와 실제 후보 선출은 구분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 의원 역시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출마 기반을 확보하고 경쟁 주자를 넘어야 한다. 이런 과제를 남겨둔 한 의원이 현재의 지지율을 얼마나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중용지도’에 비춰볼 대목이다.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는 스트레이트뉴스·조원씨앤아이의 2026년 10월 17~19일 조사와 10월 3~5일 조사, 올리서치·비전코리아의 2026년 9월 12~13일 조사, 천지일보·코리아정보리서치의 2026년 9월 14~15일 조사, 한국갤럽의 2014년 9월 16~18일 조사, 오마이뉴스·리얼미터의 2018년 11월 26~30일 조사, 리얼미터의 2009년 12월 28일 조사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및 해당 조사기관 홈페이지와 당시 공표 자료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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