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재구성] 현대모비스 車반도체 원팀, 왜 양산까지 묶나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현대모비스(012330)가 국내 차량용 반도체 협력의 무게중심을 기술 발굴에서 실제 차량 적용과 양산으로 옮기고 있다.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포럼을 출범시킨 뒤 1년 동안 시스템반도체 협업 과제 19건을 발굴했고, 이 가운데 13종은 개발에 들어갔다. 목표 차종까지 정한 반도체도 9종에 이른다.

개발 과제를 찾는 단계에서 어떤 차에 적용할지까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현대모비스가 올해 협력 범위를 팹리스와 파운드리 중심에서 소프트웨어와 설계자산(IP), 패키징, 시험평가, 기능안전까지 넓힌 것도 실제 양산에 필요한 과정을 한 체계 안에서 다루기 위해서다.

현대모비스는 21일 경기 성남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서울 판교 호텔에서 제2회 차량용 반도체 포럼 '오토 세미콘 코리아(Auto Semicon Korea, 이하 ASK)'를 열었다. 지난해 27개 기업·기관이 참여했던 ASK에는 올해 53개 기업·기관이 이름을 올렸다. 참여 범위도 반도체 설계·제조에서 시험평가와 기능안전 분야까지 넓어졌다.

현대모비스가 ASK를 통해 풀려는 과제는 국산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서 발생하는 각 단계의 간극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설계 이후에도 소프트웨어와 IP, 파운드리, 패키징, 시험평가, 기능안전, 품질 검증을 거쳐야 실제 차량 적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ASK가 개발 전 과정을 다루는 구조로 바뀐 이유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은 "현대모비스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 기업으로서 그간 축적해 온 다양한 노하우를 적극 공유하겠다"며 "차량용 반도체의 높은 진입장벽을 개별 기업이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각자의 장점을 연결하고 개발부터 검증과 양산까지 함께 책임지는 전 주기 협력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올해의 차이도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첫 ASK가 국내 기업이 보유한 가전·모바일·산업용 반도체 기술 가운데 차량용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찾는 자리였다면, 올해는 그 가운데 실제 제품 개발에 들어간 과제를 차량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과정에 들어갔다.

이규석 사장은 "지난해 첫 포럼에서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가전·모바일·산업용 반도체 기술을 차량용으로 확장하고 공동 개발하는 기회를 발굴하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는 실제 제품 개발과 차량 적용, 사업화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한층 고도화된 단계로 진입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현대모비스의 위치가 중요해진다. 현대모비스는 완성차에 부품과 시스템을 공급하는 Tier 1이면서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사용하는 수요기업이다. 동시에 반도체를 자체 설계하고 외부 기업과 공동 개발해온 경험도 갖고 있다. 완성차가 요구하는 성능과 품질을 반도체 사양에 반영하고, 개발된 반도체를 제어기와 실차에서 검증한 뒤 양산까지 가져갈 수 있는 접점을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모비스는 이 역할을 개발 초기부터 활용하려 한다. 완성차와 함께 필요한 기능과 품질 기준, 적용 시점, 목표 차종을 조기에 정하고 이를 국내 반도체 기업의 기술개발과 투자 판단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박철홍 현대모비스 반도체사업담당 전무는 "시스템과 제어기 관점에서 미래 핵심 반도체의 요구사항과 기술 로드맵을 선제적으로 제시하겠다"며 "완성차와 함께 차량에 적용할 기능과 품질 기준, 적용 시점, 목표 차종 등을 조기에 구체화하고 검증과 양산을 거쳐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지는 수요 기반 개발체계를 강화한다"고 말했다.

실제 협업 과제도 시스템반도체와 전력반도체 양쪽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에서는 차량용 미세제어장치(Microcontroller Unit, MCU)와 통신·전원 반도체 등을 대상으로 국산화 전략을 논의하고, 수요기업과 팹리스·파운드리·시험·인증기관이 개발과 검증, 양산 과정에서 맡을 역할을 나누고 있다.

전력반도체에서는 실리콘카바이드(Silicon Carbide, SiC)와 절연게이트양극성트랜지스터(Insulated Gate Bipolar Transistor, IGBT) 개발과 양산 경쟁력 확보 방안을 다룬다. 전동화 확대로 전력반도체 수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현대모비스가 반도체와 파워모듈, 인버터, 모터, PE시스템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는 점도 협업 방향에 영향을 준다.

현대모비스 자체 반도체 사업도 ASK를 떠받치는 기반이다. 2020년 현대오트론에서 반도체 사업을 인수한 뒤 시스템반도체와 전력반도체를 두 축으로 연구개발 범위를 넓혀왔다. 현재 전원과 구동, 통신, 센서, 데이터 처리 등에 쓰이는 자체 개발 시스템반도체 16종을 외부 파운드리를 통해 연간 2000만개 규모로 양산하고 있다.

이 경험은 국내 반도체 기업과의 협업에서도 활용된다. 현대모비스가 반도체 사양을 제시하고 제어기와 차량 수준에서 검증할 수 있다면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개발 초기부터 실제 수요처와 적용 조건을 확인할 수 있다. 개발 초기부터 목표 차종과 적용 시점을 정하고 실제 수요를 반도체 사양에 반영하는 구조로 바뀐다.


올해 행사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현대차, 현대모비스, LG전자가 주도하는 '차량용 반도체 원팀 태스크포스(One Team TF, 이하 원팀 TF)'도 출범했다. 포럼에서 논의된 과제는 후속 협의체를 통해 담당 주체와 일정을 구체화하고, 일부 프로젝트는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로 연계할 예정이다.

검증 인프라도 함께 마련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으로 추진 중인 천안 차량용 반도체 지원센터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된 반도체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차량 적용에 필요한 검증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모비스가 ASK에 부여한 역할은 '수요→과제→개발→검증→양산'으로 이어지는 실행 과정이다. 완성차의 수요를 개발 과제로 구체화하고, 개발된 반도체를 실차에서 검증해 양산까지 이어가는 구조를 지향한다.

지난 1년 동안 발굴된 19개 과제 가운데 13종이 실제 개발에 들어가고 9종은 목표 차종까지 정해졌다. 국산 차량용 반도체 경쟁력의 다음 단계는 개발 과제를 얼마나 늘리느냐보다 이미 시작된 과제가 검증과 실차 적용을 거쳐 양산으로 얼마나 이어지느냐에서 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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