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역대 최악의 산업재해로 남은 ‘아리셀 참사’와 관련해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 대한 처벌이 확정됐다. 1심에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래 ‘최고형’인 징역 15년이 선고됐지만, 최종 형량은 징역 4년으로 줄어들었다.
대법원 1부는 20일 오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대표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24년 6월 ‘아리셀 참사’가 발생한 지 2년 4개월여 만에 법적 책임 및 처벌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2024년 6월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배터리 공장에서 발생한 ‘아리셀 참사’는 무려 23명의 사망자를 낳았으며 희생자는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였다. 인명피해 규모가 컸을 뿐 아니라 참사 이후 비상구 존재 여부를 비롯해 기본적인 안전교육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각종 안전관리가 ‘총체적 난국’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큰 파문이 일었다.
역대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아리셀 참사’는 이후에도 여러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박순관 대표와 그의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이 구속기소됐는데,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래 첫 구속 사례였다. 이어 1심에서 두 사람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래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크게 달라졌다. 박순관 대표는 징역 4년, 박중언 본부장은 징역 7년으로 대폭 감형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안전 관련 의무 및 위반 여부, 유족과의 합의 반영 정도 등에서 1심과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이 같은 판단은 대법원에서도 유지됐다.
이에 노동계 및 시민사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와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는 대법원 선고 직후 낸 성명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피해자들에게 또다시 절망을 안긴 대법원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23명이 죽었다. 그러나 아직 아무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 사과를 받아낼 때까지, 이 참사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소원을 비롯해 가능한 모든 법적·사회적 수단을 검토 및 동원해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을 통해 “대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지웠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를 무력화하고 사법 정의를 훼손한 대법원 1부와 주심 천대엽 대법관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오늘 대법원의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우리 사회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선언이다. 23명이 숨진 참사에도 경영 책임자에게 징역 4년이면 충분하다는 판단이 반복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 책임자에게 안전과 생명에 대한 책임을 강제하고 중대재해를 예방하려 했던 취지는 사실상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역시 논평을 통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한 경영책임자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부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와 실효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이번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기업 경영책임자의 형량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기업들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어떠한 가치로 인식하고,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얼마나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다. 2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참사에도 경영책임자에게 이처럼 가벼운 처벌이 내려진다면, 어느 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을 두려워하고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보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는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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