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다시 탄핵론이 등장했다. 보완수사권과 중수청장 인선을 놓고 충돌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에는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놓고 갈림길에 섰다. 조국혁신당은 동참을 압박하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역풍을 우려한다. 이견을 조정해야 할 김민석 대표는 탄핵 논의의 문을 열었지만 추진 여부는 정리되지 않았다. 강경론의 기대와 신중론의 우려 사이에서 집권당이 또다시 당력을 소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보완수사권부터 인선까지, 반복되는 갈등의 숙제
조국혁신당은 지난 19일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공개하고 민주당에 공동 태스크포스 구성과 의원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원내를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국정감사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혁신당은 속도를 요구하고 국민의힘은 저지에 나선 가운데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할 민주당의 부담이 커지는 구도다.
혁신당의 압박은 거세다. 신장식 대표는 탄핵 역풍을 우려하는 이들을 국민의힘과 ‘윤어게인’ 세력으로 묶으며 공동행동을 촉구했다. 탄핵의 법적 타당성과 정치적 효과를 따질 신중론까지 적대 세력의 논리로 몰아붙인 셈이다. 민주당이 이 구도에 끌려가면 탄핵 여부에 대한 판단이 강경론에 동참하느냐의 문제로 좁혀질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미 논의의 문을 열었다. 김민석 대표는 지난 16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프로그램 ‘민티07’에서 탄핵을 포함한 모든 방법과 경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김기표 의원은 이번 국면에서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1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내 중심의 집중적인 의견 수렴을 주문했다. 탄핵 추진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대표가 논의 착수를 공개한 만큼 어떤 근거로 추진 여부를 판단할지는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앞선 갈등의 상처도 가볍지 않다. 보완수사권 문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후보 간 충돌로 이어졌다. 김지용 중수청장 인선에서는 여권 인사들의 공개 반대와 이를 제지하는 목소리가 맞섰다. 양부남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인선에 반대해 온 추미애 경기도지사에게 그만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정책과 인사를 둘러싼 이견이 대통령의 권위와 개혁 의지를 따지는 공방으로 번진 것이다.
조 대법원장 탄핵을 놓고 같은 진영이 다시 균열이 생겼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쟁점마다 공개 충돌이 먼저 벌어지고 지도부가 뒤늦게 봉합하는 방식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탄핵 추진 여부를 둘러싼 이견이 공개 충돌로 번질 경우 김 대표의 당내 조정 능력도 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강경론에 힘을 실으면 신중론의 반발을, 추진을 접으면 탄핵을 요구해 온 지지층의 반발을 감수해야 하는 진퇴양난이 될 수 있다. 지도부는 정치적 부담만 떠안은 셈이다.
◇ 탄핵의 실익과 정치적 비용, 지도부가 답할 차례
탄핵 필요성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불신만으로 입증되지 않는다. 혁신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과정, 대법관 후보자 제청 지연과 재제청 요구 거부, 격려금·업무추진비 집행 문제 등을 탄핵 사유로 제시했다. 각각의 사안에서 어떤 직무상 위법행위가 있었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는 무엇인지 구분해 따져야 한다. 여러 의혹을 나열하는 것과 파면을 정당화할 근거를 갖추는 것은 다른 문제다.
조 대법원장의 퇴임 시점이 내년 6월이라는 점도 판단에 포함돼야 한다. 남은 재임 기간이 짧다고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탄핵소추를 통한 직무정지만으로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도 없다. 심판을 거쳐 어떤 결론을 얻을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사법행정의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일단 멈춰 세우자’는 접근으로는 집권당이 감수할 정치적 비용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반발도 더 거칠다. 주호영 의원은 19일 민주당의 탄핵 논의를 비판하며 ‘제2의 부마항쟁’까지 거론했다. 야당의 경고가 탄핵 여부를 결정할 기준일 수는 없다. 다만 추진하는 순간 정국의 대립이 한층 격해질 가능성은 확인된다. 민주당은 지지층의 호응을 넘어 국민에게 왜 지금 대법원장 탄핵이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어야만 탄핵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여권 내부에서 누가 더 강경한가가 아니다. 제기된 위법 의혹이 제대로 규명되는지, 그 결과 사법제도가 나아지는지, 정부와 국회가 맡은 일을 차질 없이 수행하는지다. 당내 결속이나 선명성 경쟁이 이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다. 추진이 필요하다면 법적 근거와 실익으로 설득하고 근거가 부족하다면 지지층의 반발을 감수하더라도 선을 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 탄핵 논의는 오래 머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논의를 열어놓고 결론을 미루면 추진론과 신중론의 충돌을 관리해야 할 부담도 커진다. 국감 이후 논의하겠다는 방침에는 무엇을 검토해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지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갈등을 수습한 뒤 또 다른 갈등에 휩쓸리는 일을 반복한다면 지도부의 조정 능력부터 의심받는다. 집권당의 책임은 갈등에 올라타는 데 있지 않다. 필요한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것이 국민이 투표를 통해 국회 다수석을 부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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