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박로사 기자] 매년 11월, 수많은 수험생의 운명을 가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아닌 문제를 만드는 출제위원들의 이야기는 어떨까. 신선한 소재임은 분명하지만 극적인 재미는 다소 아쉬운 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이 관객들을 만난다.
'수능, 출제의 비밀'은 지방 소도시에서 국어교사로 근무하던 맹보람(이보람)이 행정 착오로 수능 출제본부에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얼떨결에 출제 캠프에 합류하게 된 맹보람은 출제위원 경력이 오래된 교수들 사이에서 은근한 차별을 받는다.
문제를 제안해도 무시당하기 일쑤지만, 맹보람은 우연히 문제를 출제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수능을 코앞에 두고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서 교사로서 지켜야 할 공정함과 현실적 타협 사이에서 갈등한다. 과연 그는 고인물 출제위원들 사이에서도 뚝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수능, 출제의 비밀'은 '해지지않아',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각본을 쓴 이용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동안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수능 출제'를 소재로 내세웠다.
소재는 신선하지만 전개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극적인 재미를 위해 스케일을 키우기보단 수능의 본질과 지방 소도시에서 근무하는 한 국어교사의 정의감에 집중한다. 교육열이 거센 강남권 학생부터 문제집 하나로 공부하는 학생까지, 모든 수험생이 차별 없이 공정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애쓰는 과정을 담았다.
수능을 치르는 학생이 아닌 출제하는 인물들을 조명했다는 점도 독특하다. 혹시 모를 문제 유출과 부정을 막기 위해 진행되는 짐 검사부터 철저한 감시까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수능 출제 현장의 이면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이용재 감독은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실제 출제위원회 경험이 있는 지인들에게 조언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른들의 욕망과 비리, 위계질서 등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를 더해 소소한 재미도 살렸다.
웃음 타율은 나쁘지 않다. 극 중 대학 동문이자 라이벌로 등장하는 유재명(국어과 출제위원장 문주열 역)와 김명민(수능 검토위원장 박경태 역)은 극의 활력소 역할을 한다. 서로의 단점을 폭로하며 유치한 말싸움을 벌이는데, 두 사람의 티격태격 케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현직 교사 황시인 역의 이중옥은 은근한 웃음을 자아내고, 국문과 교수 나은미 역의 황보라는 중후반부 예상치 못한 등장으로 실소를 안긴다.
이선빈은 익숙한 코믹 연기로 극을 이끈다. 새로움은 없지만, '미션파서블', '술꾼도시여자들' 등을 통해 다져온 코믹력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큰 한 방은 부족해도 누구와 함께 봐도 부담 없이 즐길 만한 영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 거쳐 갔을 수능, 그 이면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28일 개봉. 12세 관람가. 9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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