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탕감해도 세금은 여전?…서민금융연구원 “공공채무 조정 확대 제안”

마이데일리
서민금융연구원은 금융권 채무조정 이후에도 남는 국세·지방세 등 공공채무가 서민의 재기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채무 조정 확대와 생계형 체납자 세금 감면·면책 근거 마련을 제안했다. /서민금융연구원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사업 실패나 생활고로 빚을 진 서민들이 금융권 채무를 조정하더라도 국세·지방세 등 공공채무가 남아 재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민금융연구원은 공공채무를 민간채무와 함께 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생계형 체납자에 대한 세금 감면·면책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9일 서민금융연구원은 연체채권 일괄매입 정책의 한계와 연체채무자의 재기 지원 방안을 담은 자료에서 정부 재정을 활용한 부실채권 직접 매입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개인회생·워크아웃·파산 등 채무조정 과정에서 국세와 지방세 등 공공채무도 함께 조정하고, 취약계층의 조세채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연체채권 일괄매입에 재정 부담 우려…“시장 원리 고려해야”

연구원은 고금리·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 가계의 부실이 심화하고 있지만, 정부가 재정으로 연체채권을 일괄매입하는 방식은 부작용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 무담보 신용대출 연체채권이 원금의 1% 수준에 거래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연구원은 채무자의 상태와 상환 가능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해당 채권의 거래 가격은 평균적으로 원금의 10~15% 수준에서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시장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채권을 매입하면 금융회사들의 매각 동의를 얻기 어렵고, 시장 가격에 맞춰 매입하면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연구원의 주장이다. 금융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처리해 온 잠재적 부실채권까지 매입 대상에 포함될 경우 정부가 부담해야 할 채권 규모가 80조~100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연구원은 정부의 일괄매입이 금융회사의 자구 노력을 약화하고 잠재 부실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민금유연구원 측은 “금융회사가 스스로 부실을 인식하고 자구책을 마련할 유인이 없으므로 누적된 부실채권이 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괄적인 채무 매입과 탕감이 반복되면 채무자의 상환 유인이 떨어지고, 성실하게 원리금을 갚아 온 차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금융회사들이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출 심사를 강화하면 저신용자와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세금 체납도 함께 조정해야”…생계형 체납자 감면 제안

연구원은 서민의 재기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금융권 채무뿐 아니라 국세·지방세와 4대 보험료 등 공공채무를 함께 꼽았다. 금융권 채무를 조정하더라도 세금 체납액이 남으면 경제활동을 재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료는 현행 법제에서 국세와 지방세 등 조세채무가 면책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채무자의 재기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의 체납액 징수특례, 소멸시효 등 기존 제도가 있지만 적용 요건이 까다롭거나 한시적으로 운영돼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개인회생·워크아웃·파산 절차에서 금융권 민간채무뿐 아니라 국세와 지방세 등 공공채무도 통합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채무조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체납에 따른 재산 압류와 체납정보 제공 등을 유예해 최소한의 경제활동 기반을 보장하는 방안도 담았다.

특히 생계형 영세 체납자와 최저생계비 이하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조세채권의 배당을 포기하거나 세금 원금과 가산금을 감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복지적 시혜 차원에서 변제 배당권을 포기하거나 세금 원금 및 가산금을 과감히 감면·탕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채무조정 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거나 법원의 파산·면책 결정을 받은 경우에는 세금 체납 기록을 정리해 신속한 신용회복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미국의 소득세 채무 면책 및 국세청 타협 제도, 영국과 독일의 도산·잔여채무면책 제도 등을 참고해 취약계층의 상환 능력을 고려한 조세채무 조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빚 탕감해도 세금은 여전?…서민금융연구원 “공공채무 조정 확대 제안”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