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오는 12월24일 시행을 앞둔 가운데, 초진 환자의 진료 지역 제한과 처방 일수 규제 등을 담은 시행규칙안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시행규칙안에 따르면 초진 환자는 주소지와 같은 시·도 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진료받을 수 있고, 처방은 원칙적으로 7일 이내로 제한된다. 예외적으로 최대 30일까지 처방받을 수 있지만, 과거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되고 의사가 기존 치료의 지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해 1회만 허용된다. 비만치료제 처방도 금지된다.
이같은 규제가 시행되면 만성질환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환자들의 진료와 처방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는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시행규칙안 재검토를 촉구했다. 아울러 비대면진료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진료뿐 아니라 처방약 수령 과정까지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며, 약 배송 확대를 논의할 민관협의체의 조속한 구성을 요구했다.
다음은 이슬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과의 일문일답.

- 비대면진료 이용 규모와 환자군에 변화가 있는가. 진료 이후 처방약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이 겪는 불편이 있다면.
"비대면진료는 코로나19 당시 한시적으로 도입된 이후 국민의 일상적인 의료 이용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초기에는 감염병 대응과 의료취약지의 접근성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현재는 직장인과 육아 가정, 만성질환자 등 의료기관 방문에 제약이 있는 다양한 환자들이 이용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이용 환자는 2023년 6월 약 15만7000명에서 2026년 4월 약 23만2000명으로 47.6% 증가했다. 반면 참여 의료기관은 같은 기간 5335개소에서 4939개소로 7.4% 감소했다. 환자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의료서비스 공급 기반은 오히려 축소된 셈이다.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불편은 비대면진료로 처방을 받더라도 의약품을 수령하기 위해 다시 약국을 방문해야 한다는 점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돌봄 부담이 있는 보호자, 야간·휴일에 진료받은 환자에게는 처방 이후 약을 받는 과정이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산협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비대면진료 이용자 20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7.5%가 의약품 배송 등 약 수령 방식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감했다. 약 배송은 단순히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가 아니라 비대면진료를 통해 처방받은 의약품에 환자가 실제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제다."
- 오는 12월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은 재택수령 대상을 일부 환자군으로 제한하고 있다. 약 배송 확대 가능성과 원산협의 개선 요구는 무엇인가.
"이번에 시행되는 개정 의료법에서 일부 환자군에 한해 의약품 재택수령을 허용한 것은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대다수 비대면진료 이용자는 여전히 약국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정부가 비대면진료 환자 전체로 의약품 배송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긍정적인 변화라고 평가한다. 비대면진료가 법제화된 만큼 진료 이후 의약품 수령 과정까지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원산협은 환자가 의약품의 특성과 자신의 상황에 따라 약국 방문과 재택수령 중 적합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건의하고 있다. 배송 안전관리 기준과 약사의 복약지도 보장, 배송 과정의 책임체계, 지역약국과의 상생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아쉬운 점은, 정부가 약 배송 확대 추진 방침을 밝혔음에도 민관협의체가 아직 구성되지 않아 실질적인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제도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법률 개정과 이해관계자 간 협의가 필요한 만큼, 정부가 논의 구조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일정과 의제를 제시해야 한다."
- 의약품 배송 과정에서는 변질과 오배송, 분실, 수령자 확인 누락 등의 우려도 제기된다. 필요한 안전관리 기준과 운영 모델은 무엇인가.
"의약품 배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질과 오배송, 분실 등의 우려는 충분히 타당하며 제도화 과정에서 반드시 해소해야 할 문제다. 의약품 배송을 일반적인 상품 배송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되며, 의약품의 특성과 환자 안전을 고려한 별도의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다만 품목별 보관 조건과 포장 방식, 배송 시간, 수령 확인 등 구체적인 안전관리 기준과 운영 모델은 정부가 구성하기로 한 민관협의체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아직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실질적인 논의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다.
국내에서 처방의약품 배송을 실제 운영한 경험이 있는 사업자는 많지 않다. 원산협 회원사들은 그간의 시범사업을 통해 운영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협의체가 조속히 구성된다면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와 시행착오를 공유해 안전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에 기여할 계획이다."
- 약 배송이 허용되더라도 약사의 복약지도와 중복 복용 확인 등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상담을 보장하고 배송 사고의 책임을 구분할 방안은 무엇인가.
"최근 국정감사에서 논의된 것처럼 복약지도 실시 여부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에 일정한 역할이 부여된다면 환자가 필요한 복약지도를 충분히 받고, 약사도 전문적인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협력할 수 있다.
배송 사고의 책임 역시 어느 한 주체에 일방적으로 부담시키기보다 약국과 플랫폼, 배송업체의 역할과 관여 범위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사고 유형과 실제 운영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책임 기준과 대응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약사회와 환자·소비자단체, 플랫폼 업계 간 입장 차이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쟁점과 정부에 요구하는 조치는.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개선과 약사의 전문성·의약품 안전관리를 서로 대립하는 가치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다. 환자의 선택권과 접근성을 확대하면서도 약사의 전문적인 역할을 보장하는 것은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
약사사회가 우려하는 배송 안전 문제와 플랫폼에 대한 약국의 종속 가능성, 지역약국의 역할 약화 등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약 배송 거리 또는 지역 제한, 창고형약국 등 대형약국의 참여 배제, 약 배송 전담 약국 금지 등을 통해 지역약국이 배송 과정에 참여하고 전문적인 조제·복약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결국 환자 편익을 높이면서 지역약국의 역할도 유지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운영 원칙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가 중심이 돼 약사단체와 환자·소비자단체, 플랫폼 업계 등이 참여하는 실질적인 협의 구조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이로 논의가 장기간 지연되지 않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논의 일정과 의제를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조정·중재할 필요가 있다. 비대면진료의 제도화가 진료 방식의 변화에 머무르지 않고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진료부터 조제·복약지도·수령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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