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상장 심사를 서둘렀다고 인정했다. 해당 상품이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데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인정하며 투자자 피해에 대해 사과했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상장 심사 절차와 투자자 보호 조치의 적절성을 둘러싼 질의가 이어졌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통상적인 절차와 달리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가 끝나기 전에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심사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ETF는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마친 뒤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심사를 거쳐 상장됐다. 그러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두 심사가 병행되면서 상장까지 걸리는 기간이 크게 단축됐다.
박 의원이 이 같은 심사 방식이 처음인지 묻자 이 원장은 “저희가 확인해보니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일반 ETF의 평균 상장 소요 기간은 62일, 대표 지수형 ETF는 43일이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29일 만에 상장 절차를 마쳤다.
이 원장은 심사를 서두른 이유에 대해 “4월 중순인가 금융위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일정을 정책적으로 발표한 게 있다”며 “그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심사를 빨리 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상품 출시 이후 국내 증시에서 급락장이 반복된 점을 거론하며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미쳤는지 물었다.
이에 이 원장은 “일정 부분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초자산인 개별 종목의 주가 변동성도 원인으로 꼽았다.
김 의원은 금감원이 상품 출시 전부터 투자 쏠림과 단기간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투자자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질의에 이 원장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6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과 관련해 “드러누워서라도 반대했어야 했나 하는 후회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국감에서도 해당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김 의원이 상품 출시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이유를 묻자 이 원장은 당시 정책이 이미 확정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6월 22일에도 그런 말씀을 드린 이유는 투자자들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투자자 경보를 위해서 제가 그런 메시지를 세게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 출시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둘러싼 공방도 벌어졌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 1월 대통령실 비공개 간담회 이후 출시 일정이 앞당겨진 경위를 따져 물으며 관련 회의 자료와 금융당국 간 협의 내역 제출을 요구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개인투자자의 실현손실과 평가손실, 상품별 손실 규모, 연령대별 투자자 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이 원장은 처분손실 자료는 이미 제출했으며 평가손실 자료는 오는 22일 종합감사 전까지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16개 상품이 상장됐다. 이후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 손실 위험과 시장 변동성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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