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몸값 낮춰 새 주인 찾은 보험사들…남은 건 ‘수천억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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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13일 롯데손해보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롯데손보 지분 77.04%를 6933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AI생성이미지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장기간 매각이 표류했던 보험사들이 잇따라 새 주인을 찾았지만 인수사들의 자금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재무건전성 개선과 영업 정상화에 수천억원대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가운데 KDB생명은 사전 증자 규모를 둘러싼 이견으로 매각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13일 롯데손해보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롯데손보 지분 77.04%를 6933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번 거래가격을 전체 지분가치로 환산하면 약 9000억원이다. 과거 매각 과정에서 거론됐던 2조~3조원 수준의 기업가치와 비교하면 몸값이 크게 낮아진 셈이다.

그러나 신한금융의 자금 부담은 지분 인수가격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당국 승인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잔여 지분 22.96%를 추가로 확보하고, 인수 이후 약 3000억원의 자본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합하면 총 투자금액은 약 1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롯데손보의 취약한 자본건전성도 부담 요인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비율은 -5.4%로,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인 기본자본비율 규제 기준인 50%에 크게 못 미친다.

iM증권은 롯데손보가 기본자본 K-ICS 비율 50%를 충족하려면 경과조치 적용 후 약 4900억원, 적용 전 약 7400억원의 기본자본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예별손보도 5100억 이상 투입…KDB생명은 증자 규모 놓고 줄다리기

OK금융은 지난 7일 예금보험공사와 예별손보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예별손보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의 보험계약을 이전받기 위해 설립된 가교보험사다.

예별손보의 자본총계는 -4874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K-ICS 비율도 -13.1%에 그쳐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상황이다.

OK금융은 당초 향후 3년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약 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실사 과정에서 예별손보의 실적이 예상보다 악화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기존 계획보다 1100억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총 자금 투입 규모는 51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 정상화에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OK금융은 현재 약 260명인 인력을 500~600명 수준으로 확대하고 전산 시스템과 영업 조직도 정비할 계획이다. 기존 보험계약 관리와 신규 영업 기반 구축을 병행해야 하는 만큼 추가 비용 부담도 예상된다.

예금보험공사는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지원한 뒤 OK금융과의 지분매매를 통해 매각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왼쪽부터)심상돈 OK넥스트 대표이사, 이병재 예금보험공사 부사장, 안병율 예별손해보험 대표이사가 지난 7일 열 ‘예별손해보험 주식매매계약 체결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OK금융

반면 KDB생명은 인수 이전부터 자본확충 비용 분담을 놓고 매각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 8월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산업은행에 약 1조원의 사전 증자를 요구하는 반면, 산업은행은 5000억원 안팎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증자 규모를 놓고 이견을 보이는 배경에는 KDB생명의 취약한 자본건전성이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KDB생명의 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시 182.4%지만 적용 전에는 78.7%로 떨어진다. 경과조치에 따른 규제 완화 효과를 제외하면 자본 여력이 크게 부족한 셈이다.

기본자본 건전성은 더욱 취약하다. 같은 기간 기본자본 K-ICS 비율은 경과조치 적용 후 33.2%, 적용 전 -26.1%로 집계됐다. 현재 요구자본 수준이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기본자본비율을 정상화하려면 1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에도 KDB생명에 5150억원을 출자했다. 추가 증자 규모가 커질수록 매각을 위해 투입해야 할 자금도 늘어나는 만큼 산업은행과 한국투자금융지주 간 비용 분담이 거래 성사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싸게 사도 끝이 아니다…인수가보다 커진 정상화 부담

최근 보험사 인수합병(M&A)은 매매가격 못지않게 인수 이후 필요한 자금 규모가 거래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금융은 롯데손보의 고객과 영업망을 확보하는 대신 대규모 자본확충과 계열사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 OK금융은 예별손보의 부실을 해소하면서 사실상 영업 기반을 다시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역시 KDB생명 인수 이후 발생할 자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산업은행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보험사 기본자본 K-ICS 규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되면서 인수사의 자본 조달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기존 K-ICS 비율뿐 아니라 손실 흡수 능력이 높은 기본자본까지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해야 하는 만큼 재무구조가 취약한 보험사일수록 추가 증자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인수는 계약 체결 이후에도 자본확충이나 조직 정비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한 만큼 단기간에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기는 어렵다”며 “인수사들이 각 회사의 재무 상황과 사업 구조에 맞춰 단계적으로 정상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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