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창신메모리(CXMT)’는 D램 반도체에 최신 ‘4F스퀘어’ 기술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도 ‘쇼크’를 받았다. 주가 역시 양사 모두 8~10% 추락했다. 확고부동했던 ‘K-반도체’의 왕좌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반도체 기술 추격이 거세지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계도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개막한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에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 역대 최대 규모 SEDEX 2026… 반도체 기술 총집결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SEDEX 2026은 ‘실리콘 지능의 시대로(Into the Era of Silicon Intelligence)’을 주제로 진행됐다. 참여기업은 300여개 부스는 888개가 마련됐다. 국내 주요 반도체 기술 기업들이 대거 참석하며 역대 SEDEX 행사 중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은 단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전 세계 인공지능(AI) 산업의 기둥이 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그중에서도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선구자들이기 때문이다. 양사 모두 관련 HBM과 최신 메모리 반도체 기술, 피지컬 AI 등 AI분야 핵심 기술들을 선보였다.
먼저 삼성전자는 이번 SEDEX 2026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을 공개했다. 특히 차세대 HBM 제품인 HBM4E와 3차원(3D) 메모리 기술을 중심으로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첨단 패키징 등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패키징까지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기술력도 선보였다.
SK하이닉스는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AI 여정(RUN)’을 전시 테마로 잡았다. 이와 함께 핵심 제품인 차세대 AI 메모리 기술을 대거 공개했다. 대표 전시 제품은 7세대 HBM제품인 ‘HBM4E’와 ‘고대역폭플래시(HBF)’이다.
이때 HBF는 낸드플래시를 활용해 AI 시스템의 메모리 용량과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이기 위한 차세대 기술이다. 이 밖에도 서버·PC·모바일용 D램과 낸드플래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주요 메모리 제품을 전시하며 AI 시대에 대응하는 기술 경쟁력을 강조한다.
또한 SK하이닉스의 안현 사장은 행사 기조연설도 진행했다. 안현 사장은 원자핵공학 분야를 전공, 플라즈마 공정 관련 연구를 진행한 반도체 공정 분야 전문가다. 2024년 사장 승진 후, 1년 만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추월한 성과를 달성한 바 있다. 현재 안현 사장은 개발총괄 역할로 HBM 마켓 리더십을 공고화하고 DRAM/NAND 기술경쟁력 강화를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안현 사장은 “AI 추론 수요 확대에 따라 기존 메모리 계층의 성능과 용량 측면에서 새로운 병목이 발생하고 있다”며 “HBM 기술 경쟁력을 지속 고도화하는 한편, 3D Stacked DRAM과 HBF(High Bandwidth Flash) 등 새로운 메모리 계층을 구축해 AI 인프라 전반의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中 장비 국산화 가속… 韓 소부장 경쟁력 확보 ‘총력’
이번 SEDEX 2026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도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제조장비 분야에서도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반도체 기술력의 급진적 발전은 ‘장비 국산화’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반도체 제조장비는 웨이퍼에 미세한 회로를 형성하고 가공하는 핵심 설비다. 장비의 성능과 정밀도가 반도체의 집적도와 생산 수율을 좌우한다. 특히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자국 반도체 장비 경쟁력 확보는 제조사와 장비업체 간 기술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북방화창(NAURA)’, ‘중웨이반도체(AMEC)’ 등 중국의 주요 장비 기업들은 증착·식각 등 핵심 반도체 제조공정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장비 국산화율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9월 ‘IBK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웨이퍼 팹 장비(WFE) 국산화율은 2025년 21%에서 올해 26%, 2027년 34%, 2028년 43%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기준 열처리 장비의 국산화율은 45%, 화학적 기계 연마(CMP) 장비는 39%, 식각 장비는 31%, 박막증착 장비는 27%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 충격을 안긴 CXMT도 장비 국산화 비율을 크게 늘렸다. 지난 4월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발표한 중국 반도체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CXMT 상하이 공장의 반도체 제조장비 국산화 목표는 30~40% 이상이다. ‘모건스탠리’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CXMT와 양쯔메모리(YMTC)의 생산시설 확대가 중국 반도체 장비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와 제조장비 국산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첨단 패키징, 미세공정, 고성능 반도체 소재 등을 중심으로 기술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SEDEX 2026에는 주성엔지니어링, 동진쎄미켐, 피에스케이, 원익 등 국내 주요 소부장 기업들이 참가, 핵심 기술력을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어필했다.
이 같은 중국의 반도체 기술 추격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정책적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11일부터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을 시행 중이다. 반도체 산업의 연구개발(R&D)과 공급망 경쟁력 강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다.
국내 반도체 소부장 기업의 기술 자립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도 추진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제16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5건의 신규 소부장 협력모델에 5년간 총 91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2030년까지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른바 '슈퍼 을' 기업 15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촉진하고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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