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동국제약이 44년간 사용해 온 사명에서 ‘제약’을 빼고 ‘센텔리안’을 전면에 내세운다. 의약품 중심의 사업구조에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헬스·뷰티 분야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더하면서 기업의 정체성도 새롭게 정립하기로 했다. 특히 화장품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이번 사명 변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동국제약은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사명을 ‘디케이센텔리안(DK Centellian)’으로 변경하기 위한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의결했다. 오는 11월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사명 변경이 확정된다.
동국제약은 1968년 10월 주식회사 UEC로 출발했다. 이후 의약품 사업을 확대하면서 1982년 3월 동국제약 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했다. 이번 사명 변경이 확정되면 44년간 사용해 온 ‘동국제약’이라는 이름이 바뀌게 된다.
새 사명의 ‘DK’에는 1968년 설립 이후 이어온 기업의 역사와 과학적 신뢰를, ‘센텔리안’에는 축적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래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센텔리안은 동국제약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에도 사용되는 명칭으로, 마데카솔의 원료로 활용해 온 병풀의 학명인 ‘센텔라아시아티카(Centella asiatica)’에서 유래했다. 인사돌과 마데카솔 등 일반의약품으로 성장한 동국제약이 화장품과 생활건강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해 온 변화가 새 사명에도 반영됐다.

◇ 헬스케어 매출 비중 34%로 확대…화장품이 성장 이끌어
동국제약의 헬스케어 사업 매출은 2023년 2331억원에서 2024년 2736억원, 지난해 3164억원으로 증가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약 36%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전체 연결 매출에서 헬스케어가 차지하는 비중도 31.9%에서 33.7%, 34.1%로 높아졌다.
반면 일반의약품 매출 비중은 2023년 19.9%에서 지난해 18.4%로 낮아졌다. 지난해 일반의약품 매출은 1707억원, 전문의약품은 2281억원으로 합산 3988억원을 기록했다. 두 의약품 사업의 매출 비중은 약 43%로 헬스케어(34.1%)보다 높지만, 헬스케어가 전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만큼 성장했다.
헬스케어 부문의 성장은 화장품이 주도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2015년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센텔리안24’를 출시하며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마데카 크림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운 화장품 매출은 2023년 1549억원에서 2024년 1815억원, 지난해 2227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동국제약의 2분기 화장품 매출은 8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49억원보다 47.6% 증가했다. 화장품을 포함한 헬스케어 전체 매출은 10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0% 늘었다. 헬스케어 매출 가운데 화장품 비중은 78.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일반의약품 매출은 463억원, 전문의약품은 615억원을 기록했다. 화장품 사업 하나만으로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각각의 분기 매출을 웃돌았다.
동국제약은 화장품 사업 확대에 맞춰 생산과 유통 기반도 강화해 왔다. 2024년 미용기기 제조업체 위드닉스를 인수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리봄화장품을 인수했다. 리봄화장품은 인수 당시 26개국에 해외 거래처를 보유한 수출 전문 제조업체로, 동국제약은 이를 통해 화장품 제조 역량과 해외 사업 기반을 강화했다.
해외시장에서도 화장품 사업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LS증권에 따르면 동국제약의 화장품 수출액은 2024년 163억원에서 지난해 3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되면서 수출액이 1200억~1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LS증권은 전망했다. 지난해의 4배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홍식 LS증권 연구원은 동국제약이 2024년 화장품 수출 전담 조직을 신설한 점에 주목하며 “효율적인 마케팅 채널(SNS, 인플루언서)을 통해 온라인 유통(아마존, 틱톡 등)에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사명서 ‘제약’ 빼도 R&D 투자 지속…신약개발·의약품 생산 투자 지속
사명에서 ‘제약’을 제외하는 결정을 두고 기존 의약품 사업의 위상이 낮아지거나 연구개발 투자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동국제약 관계자는 “사명 변경은 글로벌 시장에서 헬스·뷰티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포괄적으로 담아내기 위한 것”이라며 “의약품 사업을 후순위로 두려는 것은 아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각 사업을 고르게 성장시키겠다는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동국제약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연구개발비로 173억원을 집행해 전년 동기보다 15.3% 늘렸으며, 지난 2월에는 전립선암 치료제 ‘로렐린데포주’의 3개월 제형 임상 3상을 완료했다. 기존 1개월 제형보다 투여 간격을 늘린 제품으로, 품목허가를 거쳐 내년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 개발도 추진 중이다. 약물전달시스템(DDS) 기술을 적용한 ‘DKF-MB501’은 현재 비임상 단계로, 내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충북 진천공장에 약 6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미립구 제조라인의 생산규모를 기존 대비 약 2.5배 늘리는 사업으로,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지난 7월 스페인 제약사 파에스파르마와 전립선비대증 개량신약 ‘유레스코정’의 중남미 13개국 라이선스 및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10년이며 총 계약 규모는 390억원이다. 멕시코와 콜롬비아, 칠레 등에서 현지 품목허가를 거쳐 제품을 출시할 예정으로, 의약품 분야에서도 해외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사명 변경 이후 사업부별 투자 비중이나 중장기 매출 목표 조정 등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동국제약이 의약품 연구개발과 헬스·뷰티 사업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는 만큼 향후 투자 방향과 사업 운영 계획이 어떻게 구체화될지가 관건이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새 사명에는 58년간 쌓아온 제약 기술력과 신뢰를 계승하면서 헬스·뷰티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앞으로 의약품을 통한 예방과 치료뿐 아니라 건강과 아름다움을 아우르는 사업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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