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인도 155억달러 투자…생산·RD·수출 집약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를 단순한 판매시장이나 생산기지보다 넓은 역할을 맡는 전략 거점으로 키운다. 이미 연 140만대 생산체제를 갖춘 데 이어 앞으로 7년간 약 155억달러를 투입해 연구개발(R&D)과 현지 공급망, 미래기술, 신흥국 수출까지 사업 범위를 넓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나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성장 전략과 인도 모빌리티 산업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번이 여덟 번째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은 1996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지난 30년간 인도와 함께 성장해 왔다"며 "인도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성장과 신흥국 시장 확대를 견인할 전략 국가"라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부터 7년간 약 155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모디 총리에게 설명했다. 신공장 건설과 R&D 역량 강화, 현지 공급망 경쟁력 제고, 미래 신기술 개발 등이 주요 투자 대상이다.

현대차그룹이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내수시장 성장성과 수출 거점으로서의 가치가 동시에 커지고 있어서다.


인도 승용차 시장은 지난해 457만대에서 올해 525만대로 약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자리 잡은 데다 약 14억7000만명의 인구와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추가 성장 여력도 크다.

수입 완성차에 70~110%의 높은 관세가 붙는 시장 특성상 현지 생산 기반 확보도 필수적이다. 동시에 중동과 아프리카 등 주요 신흥시장과 가까워 인도 내수 대응과 수출을 함께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첸나이 현대차 1·2공장과 푸네 현대차 3공장, 아난타푸르 기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푸네 공장 가동으로 그룹의 인도 생산능력은 연 140만대까지 늘었다. 지난해 현지 판매량은 현대차 57만1878대, 기아 28만286대 등 총 85만2164대다. 합산 시장점유율은 18.7%로 인도 자동차 시장 2위를 기록했다.

정의선 회장이 "안정적인 생산으로 인도 자동차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적극 대응하고 신흥국 수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늘어난 생산능력을 인도 내수에만 쓰지 않겠다는 의미다.

향후 155억달러 투자 역시 생산능력 확대에만 집중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R&D 인프라를 확충하고 인도 우수 인재를 확보해 현지 소비자에 특화된 차량과 기술을 빠르게 개발할 계획이다. 생산 중심이었던 현지 사업에 개발 기능까지 강화해 인도에서 기획하고 개발한 상품을 현지와 주변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현지 공급망 경쟁력도 함께 끌어올린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면서 부품과 기술의 현지 조달 비중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이다.

별도의 투자 전문 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눈에 띈다. 신설 법인은 그룹 차원의 미래 투자 과제를 발굴하고 조율·집행한다. R&D와 미래 신기술, 산업 생태계에 대한 투자를 한데 관리하고 현지 파트너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우수 협력사 발굴까지 맡는다.

각 계열사가 개별 사업을 확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그룹 차원에서 인도 투자를 묶어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인도 시장의 비중이 커지는 만큼 투자 의사결정과 집행 체계까지 현지에 마련하는 셈이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도 같은 흐름에서 확대된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TVS 모터 컴퍼니와 전기 3륜차(i3W) 시제품 개발을 마쳤으며 2027년 말 상용화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금융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폐차 재활용 등 차량 생산·판매 밖의 사업 기회도 함께 찾는다. 완성차 판매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인도 모빌리티 산업 전반에서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는 방향이다.

현대차그룹의 인도 전략은 1996년 첫 진출 이후 현지 생산과 판매 기반을 확대해온 흐름에서도 한 단계 달라졌다. 기존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얼마나 많이 생산하고 판매하느냐가 중요했다면, 향후에는 현지에서 개발하고 투자한 기술과 차량을 주변 신흥시장까지 연결하는 역할이 더 커진다.

정의선 회장이 모디 총리와 직접 만나 장기 투자 계획을 설명한 것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다. 이번 면담까지 두 사람이 여덟 차례 만난 데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현지 증시 상장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접점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현대차그룹 내 인도의 전략적 위상을 보여준다.

결국 155억달러 투자의 핵심은 투자 규모 자체보다 인도가 맡게 될 역할에 있다. 연 140만대 생산체제를 발판으로 생산과 판매에 R&D·공급망·미래기술·투자 기능을 더하고, 이를 신흥국 수출까지 연결하는 구조다.

현대차그룹이 인도에서 준비하는 다음 30년은 차를 더 많이 파는 데만 있지 않다. 인도를 그룹의 생산기지이자 개발 거점, 글로벌 사우스 공략을 잇는 축으로 키우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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