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취임 6주년에 인도서 155억달러 승부수…‘글로벌 사우스’ 정조준

마이데일리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사진 왼쪽)이 13일(현지 시간) 인도 뉴 델리에 위치한 인도 총리 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와 만나 현대차그룹의 현지 성장 전략을 설명하고, 인도 모빌리티 산업 발전 방안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나눴다. /현대차그

[마이데일리 = 윤진웅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6주년을 맞아 인도에 총155억달러(한화 약 21조원)를 투자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미국에 이어 인도를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 급성장하는 현지 내수시장과 함께 중동·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1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1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개별 면담하고 현지 성장전략과 인도 모빌리티산업 발전 방안 등을 논의했다.

정 회장과 모디 총리의 만남은 이번이 여덟 번째다. 정 회장은 지난 4월 한국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으며, 2024년 현대차 인도법인의 현지 증시 상장을 계기로 모디 총리와 별도 면담했다. 특히 그룹 회장 취임 6주년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이번 면담은 정 회장이 향후 성장을 견인할 핵심 시장으로 인도를 낙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 회장은 모디 총리에게 “현대차그룹은 1996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지난 30년간 인도와 함께 성장해 왔다”며 인도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이어 “인도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성장과 신흥국 시장 확대를 견인할 전략 국가”라며 “올해부터 7년간 약 155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 대상은 신공장 건설과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현지 공급망 경쟁력 제고,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 등이다. 단순히 현지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개발과 공급망, 신사업을 아우르는 독자적인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그룹 차원의 인도 투자를 발굴하고 조율·집행할 투자 전문법인 설립도 추진한다. 투자 전문법인은 R&D 인프라와 미래 기술, 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투자를 관리하고 현지 유망 기업 및 협력사를 발굴하는 플랫폼 역할을 맡는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푸네공장 가동을 통해 연 140만대 생산체제를 확보했다”며 “안정적인 생산으로 인도 자동차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신흥국 수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인도에서 현대차 첸나이 1·2공장과 푸네공장, 기아 아난타푸르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대차 57만1878대와 기아 28만286대 등 총 85만2164대를 판매했다. 시장점유율은 18.7%로 현지 2위를 기록했다.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와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인도 전체 자동차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승용차 시장은 지난해 457만대에서 올해 525만대로 약 1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 완성차에 70∼11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인도 시장의 특성상 현지 생산 기반은 가격 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을 좌우한다. 현대차그룹이 생산시설 확충과 현지 공급망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배경이다.

인도는 중동과 아프리카 등 주요 신흥시장과 인접해 수출 거점으로서의 가치도 높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현지에서 개발하고 생산한 차량을 글로벌 사우스 시장에 공급해 인도를 제조·수출 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다.

연구개발 현지화에도 속도를 낸다. 현지 R&D 인프라를 확대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해 인도 소비자에게 특화된 차량과 기술을 신속하게 개발·공급한다는 목표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현지 기업 및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확대한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TVS 모터와 전기 삼륜차 시제품 개발을 완료했으며 2027년 말 상용화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금융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폐차 재활용 등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힌다.

현대차그룹은 현지 사업 확대와 함께 ‘인도 국민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도 강화한다.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자립을 지원하는 ‘사마르스’ 캠페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타밀나두주 첸나이에는 연간 약 1만3000명을 교육할 수 있는 직업기술학교 HATS를 설립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인도에서 조성한 사회공헌 기금은 약 1억1000만달러에 달한다. 생산시설과 판매망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인도 정부 및 지역사회와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행보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별도의 취임 기념행사 대신 인도 현장경영으로 취임 6주년을 맞았다"며 "현대차그룹의 지난 6년을 상징하는 ‘글로벌 빅3’를 넘어 앞으로의 성장을 책임질 시장에서 다음 10년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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