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보안은 금융산업의 신뢰와 안정성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다. 보안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최근 금융권을 덮친 연쇄 해킹 사태를 두고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내놓은 메시지다. 연말 은행장 인선을 앞둔 금융지주에도 정보보안과 내부통제 역량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말이다.
올해 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일제히 끝난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오는 19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증인석에도 나란히 선다. 최근 금융권 해킹 사고와 정보보호 체계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올해 은행장 인선에서 무엇을 검증해야 할지도 분명하다. 실적 못지않게 고객의 정보와 금융회사의 방어선을 제대로 지켰는지를 따져야 한다.
최근 해킹 사태에서는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공격을 받았지만 결과는 엇갈렸다. 신한은행에서는 2만5000여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됐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도 정보유출이 확인됐다. 반면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공격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정보유출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태는 아직 진행형이다. 경찰은 13일 공격자의 신원과 활동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공조 절차에 나서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외부 공격의 고도화가 금융회사의 책임을 덜어주는 것은 아니다. 이 위원장도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최근 해킹 대응에 대해 "아주 기본적인 부분도 굉장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공격 기술만큼 기본적인 인증과 접근통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마침 금융당국은 은행장 인선을 앞두고 승계절차에도 구체적인 주문을 내놓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8개 은행지주 회장을 만나 특정 계파나 친소관계가 아닌 능력에 따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고, 미흡한 승계절차는 인선 전에 보완하라고 요구했다. 금융지주들도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역할과 후보 검증 절차를 잇달아 강화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강화된 절차 안에서 무엇을 '능력'으로 평가할지다. 은행장이 직접 방화벽을 관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안에 얼마나 투자하고 어떤 위험을 우선 관리할지는 결국 경영진의 판단이다. 정보보안과 내부통제를 전산부서의 일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물론 해킹 사고 발생 여부 하나만으로 은행장의 자격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필요한 인력과 투자를 배치했는지, 취약점을 제때 보완했는지, 사고 이후 소비자 보호와 대응은 적절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금융당국이 '능력에 기반한 적임자'를 주문한 만큼 이번 인선에서 정보보안과 내부통제 역시 형식적인 평가항목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정한 절차만큼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무엇을 검증하느냐다.
올해 은행장 후보들에게 던질 첫 질문은 복잡할 필요가 없다. '얼마를 벌었나'에 앞서 '고객정보를 제대로 지켰나'. 연쇄 해킹을 겪은 금융권이라면 이제 그 답부터 확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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