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희소성을 일부러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고객이 있는데 일부러 몇 년을 기다리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페데리코 포스키니(Federico Foschini)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 최고 마케팅 및 세일즈 책임자는 판매 확대와 브랜드 희소성의 모순을 지적하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그는 람보르기니가 브랜드의 희소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가파른 성장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판매량이 늘어날수록 희소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지고, 일부 슈퍼 스포츠카는 인도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할 만큼 주문이 쌓여 있다.
그렇다면 람보르기니가 강조하는 안정적인 성장은 브랜드의 희소성을 지키기 위해 판매 기회가 있어도 의도적으로 공급을 제한하겠다는 의미일까.

지난 8일 서울에서 열린 '람보르기니 데이 코리아 2026' 미디어 인터뷰에서 포스키니 책임자는 "성장 자체는 자연적으로 이뤄지는 것인데 무리하게 판매 목표를 가져가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해 주시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고객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수요와 시장 여건을 고려해 판매 목표를 설정한다는 취지다. 그는 람보르기니가 수백 대 단위로 판매를 논의하는 브랜드라는 점도 강조했다. 연간 100만대 규모의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량이 증가하더라도 희소성은 유지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고객을 일부러 기다리게 하지는 않겠지만, 수요가 늘어난다고 생산과 판매를 무작정 확대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이다. 시장 상황과 사전 주문 물량에 따라 내부 판매 목표를 관리하겠다는 것으로, 람보르기니가 강조하는 안정적인 성장의 의미도 여기에 있다.
이런 설명은 한국 시장의 성장세와 맞물려 주목된다. 한국은 올해 상반기 차량 인도량 기준 아시아·태평양 지역 2위이자 세계 6위 시장에 올랐으며, 이번 행사에서는 국내 누적 3000번째 차량 인도도 기념했다.
포스키니 책임자는 2019년 이후 판매가 급증한 배경으로 우루스의 등장을 꼽았다. 폭스바겐그룹의 디젤게이트 이후 강화된 인증 절차로 한동안 판매 확대에 제약이 있었지만, 한국 고객의 높은 SUV 선호도와 우루스 출시가 맞물리면서 성장세가 본격화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글로벌 럭셔리 시장의 상황은 과거와 달라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했던 고급 소비재 수요가 둔화된 데다 경기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긴장도 커졌다.
포스키니 책임자는 올해 초 중동 지역의 분쟁으로 현지 고객에게 차량을 인도하지 못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시장 상황과 사전 주문 수요를 고려한 판매 목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역시 부동산과 주식시장, 금리 변화가 고급차 구매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한국의 성장 가능성에는 기대를 나타냈다. 포스키니 책임자는 올해 국내 판매가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한국에서 처음 열린 람보르기니 데이 역시 시장의 전략적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람보르기니는 이번 행사에서 우루스 SE 퍼포만테와 레부엘토 SV를 아시아·태평양 최초로 공개했다. 주요 시장에서만 개최하는 브랜드 행사를 한국에서 진행한 것도 높아진 시장 위상을 반영한다.
한국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SUV 중심의 판매 구조다. 글로벌 시장에서 SUV와 슈퍼 스포츠카의 판매 비중은 대체로 5대5 또는 6대4 수준이지만, 한국에서는 SUV가 약 75%를 차지한다. 여성 고객 비중도 글로벌 평균 10%의 두 배인 20%에 달하고, 40세 미만 고객은 글로벌 평균 25~30%보다 높은 최소 35% 수준이다.
포스키니 책임자는 한국 고객들이 디자인과 주행 성능을 중요하게 평가하면서도 일상적인 활용성을 갖춘 고성능 차량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우루스가 한국에서 람보르기니의 고객층을 넓혔다면 앞으로는 슈퍼 스포츠카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포스키니 책임자는 일본에서 V12 모델의 인기가 높은 것과 달리 한국은 SUV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레부엘토와 테메라리오의 판매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최근 출시한 슈퍼 스포츠카에 대한 글로벌 고객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며, 일부 모델은 차량 인도까지 수년을 기다려야 할 만큼 주문이 쌓여 있다는 설명이다. 포스키니 책임자는 이를 토대로 현재 25% 수준인 한국의 슈퍼 스포츠카 판매 비중도 앞으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람보르기니의 상징인 V12 엔진을 탑재한 레부엘토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모델이다. V8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슈퍼카인 테메라리오는 강력한 성능과 함께 여유로운 실내 공간과 적재 능력을 갖췄다. 포스키니 책임자는 각 모델의 특성을 살린 마케팅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슈퍼 스포츠카 수요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전했다.
순수 전기차 전략에서도 람보르기니는 신중한 입장이다. 우루스 SE와 레부엘토, 테메라리오를 통해 전 라인업의 하이브리드화를 마쳤지만, 순수 전기차 출시는 시장 수요와 기술적 완성도를 살펴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포스키니 책임자는 2030년을 바라보는 전동화 구상을 언급하면서 란자도르 콘셉트카와 우루스의 순수 전기차 버전을 검토하고 있으며, 우루스 전기차가 먼저 등장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출시를 늦춘 핵심 이유는 감성적 경험이다. 전기차의 가속 성능은 이미 슈퍼카 수준으로 발전했지만, 람보르기니가 중시하는 사운드와 주행 감각까지 충분히 구현하지는 못했다는 판단이다. 포스키니 책임자는 "저희한테는 퍼포먼스도 중요하지만 감성이 너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급 전기차의 잔존가치 하락과 주요 시장의 수요 둔화도 고려 대상이다. 포스키니 책임자는 일부 럭셔리 전기차의 중고차 가격이 출시 후 1~2년 사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을 지적하며 고객의 차량 보유 가치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스키니 책임자는 순수 전기차 전략에 대해 "포기했다기보다는 좀 연기했다고 이해하시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드러난 람보르기니의 과제는 분명하다. 한국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판매 기회를 확대하면서도 희소성을 유지하고, 전동화 시대에도 브랜드 특유의 주행 경험을 지켜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람보르기니의 미래는 판매량을 얼마나 늘리느냐와 함께 성장 과정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얼마나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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