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보이콧, BTS·스키즈 향한 박수 = 정상, 배신자 찾기 = 비정상 [이승길의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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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스트레이 키즈 / 빅히트 뮤직, 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의 신설 부문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이하 아시안팝) 상을 둘러싼 논란은 진행형이다. 아시아 음악을 변방으로 격리 수용한다는 이른바 '음악적 게토화' 논란 때문이다.

여기에 반대하는 의미로 글로벌 팝 시장의 최정상에 선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는 출품을 고사하는 사실상 보이콧을 단행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작용인지, 엉뚱한 방향으로 불똥이 튀는 모습이 포착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도대체 어떤 K팝 가수가 이 굴욕적인 부문에 이름을 올렸느냐"며 이른바 '출품 아티스트 색출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와 명단을 근거로 특정 기획사와 아티스트를 지목해 "자존심도 없냐", "배신자"라는 식의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기현상까지 목격된다. 그래미의 차별을 향해야 할 비판의 화살이 다른 K팝 아티스트들을 겨누는 촌극이 벌어진 셈이다.

당연히 방탄소년단과 스트레이 키즈의 보이콧은 그 자체로 박수받아 마땅한 용기다. 방탄소년단은 이미 미국 4대 시상식인 MTV VMA 대상을 거머쥔 글로벌 주류이며, 스트레이 키즈는 빌보드 200 통산 9회 1위에 멤버 전원이 레코딩 아카데미 투표권을 지닌 핵심 플레이어다. 본상에서 당당히 경쟁해야 할 이들이 "음악은 지역이나 언어로 나뉘지 않는다"며 차별적 카테고리를 거부한 것은 내부 영향력을 지키면서도 그래미의 보수성에 일침을 가한 통쾌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결단이 훌륭하다고 해서, 그 잣대를 K팝 씬의 모든 아티스트에게 똑같이 들이댈 수는 없다.

모든 K팝 그룹이 방탄소년단이나 스트레이 키즈처럼 글로벌 스타디움을 채우고 빌보드 정상을 밟아본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변방의 꼬리표가 붙은 부문일지라도, 미국 주류 음악계의 높은 벽 앞에서 이름 석 자를 알리고 글로벌 레이블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단 한 번의 절실한 기회일 수 있다.

글로벌 팬덤을 이미 확보한 정상급 플레이어의 '보이콧'이 정당한 권리이듯, 갓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중소 기획사나 신예 아티스트에게는 '출품' 역시 냉혹한 산업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합법적이고 치열한 비즈니스 선택이다.

현지 배급사와 해외 에이전시의 판단에 따라 자동으로 출품되는 관행적 구조까지 무시한 채, 단순 출품 여부 하나만으로 '사상 검증'을 벌이는 것은 K팝의 다양성과 생태계를 해치는 독단에 불과하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K팝과 아시아 음악의 막대한 상업적 화력은 취하면서도, 이들을 본상 경쟁에서 배제하고 '아시아 언어 사용'이라는 낡은 잣대로 울타리를 친 그래미 레코딩 아카데미의 시대착오적 보수성이 진짜 문제라는 것이다.

방탄소년단과 스트레이 키즈의 결단은 그 부조리한 시스템에 균열을 냈다는 점에서 충분히 빛났다. 그것으로 족하다. 그 멋진 결단을 칭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방식으로 글로벌 무대 진입을 꿈꾸는 다른 아티스트들을 '범인' 취급하며 낙인찍는다면, 그것 또한 그래미처럼 울타리를 만들고 분열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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