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깊어가는 가을, 한화오션은 노사갈등 또한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하청 노조(금소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및 웰리브지회)에 이어 정규직 노조(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도 고공농성에 돌입하며 투쟁의 수위를 높인 것이다. 한화오션의 이 같은 노사갈등은 대통령의 칭찬까지 받았던 곳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 ‘이중 노사갈등’… 초유의 원·하청 동시 고공농성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는 지난 8일 새벽 거제사업장 내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하청 노조와 정규직 노조가 동시에 고공농성을 벌이는 초유의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한화오션 하청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공장 지붕과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 같은 극심한 갈등은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및 단체교섭 과정에서 불거졌다. 먼저, 정규직 노조와는 지난 6월 초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 교섭을 이어왔으나 합의점 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파업 등 투쟁 수위가 점차 고조돼왔으며, 핵심 설비인 크레인의 가동이 전면 중단되기까지 했다. 지난 7일 이뤄진 26차 교섭에서 한화오션이 꺼내든 3차 제시안 역시 노조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결국 고공농성에 돌입하기에 이른 모습이다.
고공농성에 나선 김유철 한화오션지회 쟁의대책위원회 의장은 “회사는 3차안을 제시하면서 더 이상의 회사 제시안은 없고, 제시할 수 있는 최종안임을 명확히 밝혔다”며 “주면 주는 대로 받으라는, 노동자를 우롱하는 더러운 짓거리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고공농성에 돌입한 하청 노조와의 갈등은 지난 3월 시행된 ‘노란봉투법’이 시발점이었다. 하청 노동자의 단체교섭 요구 권리 확대를 골자로 하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당일, 한화오션 하청 노조는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한화오션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면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만 교섭 대상에 포함시키고, 웰리브지회는 제외했다. 사업장 내에서 단체급식과 통근버스 운영,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웰리브는 다양한 업체를 대상으로 위탁사업을 영위 중인 독립된 법인이며, 구조적인 통제에 놓여있지 않다는 게 한화오션 측 입장이었다.
하지만 한화오션의 이러한 주장은 관계당국 및 법원에서 잇따라 인정되지 않았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웰리브지회도 교섭대상이란 판정을 내렸고, 이에 불복해 제기한 가처분 신청 역시 이달 초 기각됐다. 이 과정에서 교섭이 수개월 간 이뤄지지 않으면서 투쟁의 수위를 높여오던 하청 노조가 고공농성까지 단행한 것이다. 최근엔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마침내 교섭에 돌입했으나, 노사 간 긴장은 여전히 팽팽하기만 하다.
이처럼 ‘이중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한화오션의 행보는 노란봉투법 시행을 전후로 대통령의 칭찬을 받은 바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재명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시행 당일 개최된 ‘상생 협력의 씨앗, 모두의 성장으로 꽃피우다’ 간담회에서 “한화오션은 매우 모범적인 사례다. 감사드린다. 이런 사례가 많이 확산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 시절이던 2022년 파업 및 점거 농성을 벌였던 하청노동자를 향해 제기했던 4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했고, 지난해 말엔 하청노동자에 대해서도 원청과 동일한 성과급을 적용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바 있는데, 이를 높게 평가한 것이다.
한편, 초유의 원·하청 동시 고공농성이란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은 한화오션은 정인섭 사장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한편, 조속하고 원만하게 교섭 마무리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인섭 사장은 “노사가 교섭 마무리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 천막농성과 고공농성까지 돌입한 상황에 대해,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회사는 무겁게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힘든 시기를 이제야 조금 벗어나 어렵게 맺은 소중한 성과를 앞에 두고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의 제시안은 경쟁력 있는 기본급 인상과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는 임금·복지 향상에 무게를 둔 것이자 재정적 여건 및 미래를 위한 투자도 함께 고려한 것이었다고 설명한 그는 노조의 주요 요구사항인 정년퇴직자 재고용 추가 1년 연장에 대해선 무조건적인 수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과급 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노사TF를 통해 현장의 수용가능성을 고려한 진일보한 제도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지급기준 개정을 회피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공농성이란 투쟁 방식 및 수위에 대해선 불법 행위라고 선을 긋는 한편 큰 우려를 표했다. “현장의 안전과 생산활동을 모두 위협하는 것으로 경영진으로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작업장 내 불법 점거행위는 결국 안전과 직결된다. 도크 크레인이 생산, 진수, 인도일정 등에 미치는 영향력은 야드에 있는 구성원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며, 점거 이후 미치는 회사 전반의 경영·신뢰도 측면의 손실은 물론 이를 회복하기 위한 모든 구성원의 분투를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화오션지회가 과거 점거행위에 대해 ‘정상적인 생산활동을 막는 행위는 회사와 구성원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멸의 길’이라고 밝힌 바 있는 점을 상기시키며 “원칙을 스스로 저버리고, 이미 점거된 크레인들이 있는 상황을 인지하면서도 동일하게 ‘공멸의 길’과 방향을 같이 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인섭 사장은 “지금의 간극을 좁히고 교섭을 마무리 단계로 가고자 한다면 크레인 위가 아닌 협상장에서 논의를 이어나가기 바란다”며 “크레인 위에서 ‘납득할 만한 회사안 제시’라는 추상적인 요구보단 협상장에서 대안 마련을 위해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명확히 밝히고 논의하길 바란다”고 거듭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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