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최근 금융권에서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면서 5대 은행의 정보보호 투자 확대와 방어 체계 고도화가 주목받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내년 정보보호 예산을 1000억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20% 이상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예산 확대와 함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취약점 점검과 공격 탐지·차단 자동화, 보안 전문인력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내부통제 전문가는 취약점 상시 점검과 사고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 KB 1000억원 이상·우리 20% 증액 검토…투자 확대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내년 정보보호 예산을 1000억원 이상으로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배정한 860억7500만원보다 16% 이상 늘어난 규모다. AI 기반 위협 대응을 위한 신규 보안 프로젝트에도 약 51억원을 투입해 연내 구축을 마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업계 최고 수준의 정보보호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3년간 동종업계의 예산과 집행 실적을 살펴보고 있다. AI 보안 전문가와 화이트해커 등 외부 전문인력 확보도 추진한다.
하나은행은 수백억원 규모의 보안 시스템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정보보호 시스템 예산을 20% 이상 늘리고 보안 전문인력도 10%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NH농협은행 역시 정보보호 투자를 늘리는 한편 서버 보안과 AI 안전성 검증, 취약점 관리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오픈소스 취약점 분석과 보안 설계, 화이트해킹, 보안 데이터 분석 분야의 전문인력 채용도 진행하고 있다.
◇ AI로 취약점 찾고 공격 탐지 자동화…방어 기술 고도화
은행들은 AI를 활용해 취약점을 선제적으로 찾아내고 공격 탐지·대응을 자동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AI 기반 점검 도구와 자체 시스템을 활용해 웹 서비스의 취약점을 탐색하고 공격 시나리오를 생성하는 방식으로 침투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부 화이트해커와 외부 전문업체를 통해 웹·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전반을 점검하고 있으며, 전수 점검은 11월 말까지 마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외부 보안업체와 협력해 AI 기반 방어 체계를 검증하고 있다. 내부 화이트해커를 통한 공격 대응 시험도 병행한다.
신한은행은 외부 전문가를 활용한 긴급 보안 점검을 상시 체계로 전환하고, 단말기·네트워크 탐지·대응 시스템(EDR·NDR)을 전사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AI 기반 보안관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 보안관제센터(SOC) 구축도 추진한다. 해외 영업점의 문서 보안 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별도 시스템 도입도 진행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연내 서버용 EDR 구축을 추진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침입 탐지·분석·대응 시스템을 시험 운영할 예정이다. GPT 기반 보안 모니터링과 공격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자체 AI 레드팀 시스템을 구축해 모델과 데이터, 서비스의 취약점을 공격자 관점에서 점검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AI 기반 사이버보안·자동 침투 테스트 플랫폼과 자동 패치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이상행위 분석과 네트워크 위협 대응, 사고 분석 기능을 개선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양자내성암호 시범 적용과 제로트러스트 확대를 추진한다. 우리은행도 AI 기반 보안관제와 양자내성암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 사고 관련 서비스 중단·해외 IP 차단…"2차 피해 신고 없어"
은행들은 보안 투자와 시스템 고도화뿐 아니라 실제 사고와 관련된 서비스 차단, 외부 접근 통제 등 후속 조치도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해킹 사고와 직접 관련된 직원용 업무지원시스템의 서비스와 서버를 중단했다. 보안 강화와 취약점 점검이 완료될 때까지 이용을 제한하고, 외부 공개 서비스에 대한 보안 점검과 공격자 관점의 침투 테스트도 상당수 완료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용 신청 결과 조회와 고객 연락처 조회, 환전 신청 조회 등 6개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안전성을 확인한 뒤 단계적으로 재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해외 접속이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에 대한 해외 IP 접근을 차단하고, 웹·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전수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정보 유출 사고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한은행도 정보통신기술(ICT) 상황실과 개인정보 유출 비상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5대 은행은 현재까지 접수된 2차 피해 신고는 없다고 밝혔다. 보안 예산 확대와 신규 시스템 도입이 실제 취약점 개선과 사고 예방으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 금융권 내부통제 관계자는 “보안 예산을 늘리고 AI 기반 방어 체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새로운 공격 유형에 맞춰 취약점을 상시 점검하고, 발견된 문제를 신속하게 개선하는 한편 사고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내부통제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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