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시련 딛고 58세에 문학인으로…해군 '병영의 달인' 원종일 주무관

포인트경제
원종일 해군 군무주무관. /원종일 주무관
원종일 해군 군무주무관. /원종일 주무관

[포인트경제] 거친 바다를 누비던 선박 기관사에서 해군의 핵심 기술을 정비하는 군무원으로, 그리고 이제는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작가로 거듭난 이가 있다.

해당 주인공은 해군 군무주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원종일(58) 씨다. 원 주무관은 국방부가 주관하는 '제25회 병영문학상'에 도전해 최우수상(국방부장관상)에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4일 서울 국방컨벤션에서 열린다.

원 씨의 삶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젊은 시절 선박 기관사로 일하며 기계의 진동 속에서 자부심을 느꼈던 그는 결혼을 앞두고 발생한 예기치 못한 폭발사고로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는 생사의 고비를 겪었다. 오랜 재활 끝에 다시 일어섰으나, 조선소 현장에서 이어진 또 다른 사고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는 시련을 맞았다.

평생 기계를 다뤄온 기술자에게 시력 상실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변화였다. 거리감을 가늠하는 것조차 다시 배워야 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는 대신 도전을 택했다.

마흔다섯의 나이에 해군 군무원 채용 시험에 당당히 합격하며 해군 정비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에게 군무원 임용은 단순한 취업이 아닌 '인생의 두 번째 출항'이었다.

원종일 주무관 딸의 환영인사 글. /원종일 주무관
원종일 주무관 딸의 환영인사 글. /원종일 주무관

◆ 정비창 거쳐 보급창으로…현장의 경험이 한 편의 글로

해군 군무원으로 임용된 뒤 정비창에서 대형 함정의 추진계통 정비를 도맡아 온 그는 뛰어난 현장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난 2022년 국방TV 프로그램 '병영의 달인'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후 함정 기관부속을 관리하는 보급창으로 자리를 옮겨 함정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핏줄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번에 수필부문 최우수상을 안겨준 수상작 '나사 하나가 출항을 붙든다'는 바로 이러한 현장 경험에서 싹텄다.

지난 2022년 해외 파견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를 맞이한 딸의 짧은 환영 인사를 계기로 거대한 군함을 움직이는 작은 부품과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도 자기 자리를 지키는 평범한 사람들의 묵직한 가치를 글에 담아냈다.

원 씨는 "정비 현장에서는 아무리 큰 장비라도 작은 부품 하나가 제때 준비되지 않으면 작업이 멈춘다"며 "창고에서 작은 나사를 보며 조직의 가장 낮은 곳에서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원종일 해군군무주무관. /원종일 주무관
원종일 해군군무주무관. /원종일 주무관

◆ '병영의 달인'에서 문학인으로…"사람 온기 전하는 글 쓸 것"

원 씨의 이번 수상은 단순한 상장 수여를 넘어 뜻깊은 성취를 더한다. 이번 최우수상 수상으로 한국문인협회 입회 자격을 획득하며 정식 문학인으로서의 길도 열리게 됐다.

그동안 2017년 해군 핵심가치 실천인 선정, 2020년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 2025년 국방부 장관 표창 등을 받으며 일선 현장에서 귀감이 온 그는 이제 기계의 이상음을 듣던 기술자를 넘어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문장으로 기록하는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원 씨는 오는 14일 시상식을 앞두고 "오늘의 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동료들과 함께 받은 것"이라며 "앞으로도 읽는 이들에게 '내가 지키는 자리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자리'라는 위로와 온기를 전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거대한 군함이 바다로 나아가기까지 수많은 부품과 손길이 필요하듯, 우리의 평범한 일상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는 이들의 헌신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원종일 주무관의 담담한 항해가 깊은 울림으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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