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양분해온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 한미약품의 ‘에페’가 가세한다. 에페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으면서 주 1회 투여형 비만치료제 경쟁도 외산 2강에서 국산 신약을 포함한 3파전으로 넓어질 전망이다. 세 제품이 내세운 무기가 다른 만큼 향후 경쟁은 체중감량 효과뿐 아니라 가격과 공급, 처방 경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먼저 시장을 연 위고비와 뒤이어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린 마운자로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8195억원으로, 위고비가 4833억원, 마운자로가 2209억원을 기록했다. 두 제품을 합치면 전체 시장의 약 86%에 달한다. 올해 2분기에는 마운자로 유통액이 4212억원, 위고비는 1130억원으로 집계됐다. 마운자로는 전분기보다 30.3% 늘었고 위고비도 1분기 1040억원에서 8.6% 반등했다.
마운자로가 빠르게 시장을 넓힌 배경에는 체중감량 효과가 있다. 터제파타이드 성분의 마운자로는 GLP-1 수용체와 GIP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작용제다. 터제파타이드와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직접 비교한 SURMOUNT-5 임상에서 72주 평균 체중감소율은 터제파타이드 20.2%, 세마글루타이드 13.7%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마운자로는 지난해 3분기 294억원에서 4분기 1916억원, 올해 1분기 3232억원, 2분기 4212억원으로 유통액을 빠르게 늘렸다.
위고비는 시장 선점 효과와 축적된 처방 경험이 강점이다. 2024년 10월 국내 출시된 위고비는 주 1회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을 빠르게 키우며 지난해 4833억원의 유통액을 기록했다. 마운자로에 선두를 내준 뒤에도 분기 1000억원 이상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유통액은 전년 동기보다 18.4% 줄었지만 직전 분기보다는 증가했다. 국내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을 먼저 키우며 확보한 인지도와 누적 처방 경험은 후발 제품과의 경쟁에서 위고비가 가진 기반으로 꼽힌다.

이 같은 경쟁 구도에 한미약품의 에페가 가세했다. 식약처는 지난 7일 한미약품의 에페오토인젝터주(에페글레나타이드) 2·4·6·8·10mg을 국내에서 개발된 45번째 신약으로 허가했다. 회사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제품 브랜드명을 ‘에페’로 정하고 연내 국내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수용체에 작용하는 주 1회 주사제로,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성인 비만·과체중 환자의 만성 체중 관리에 사용된다.
에페는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허가, 제조까지 국내에서 진행된 GLP-1 계열 비만신약이다. 한미약품은 앞서 에페글레나타이드로 약 6000명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한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이후 권리를 반환받은 뒤 비만 적응증으로 개발을 이어왔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에페 임상 3상 40주 중간 톱라인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을 대상으로 투여한 결과 평균 체중감소율은 9.75%로 나타났다. 개별 환자에서는 최대 30%의 체중 감소가 확인됐다.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환자는 79.42%, 10% 이상은 49.46%, 15% 이상은 19.86%였다. 한미약품은 구역과 구토, 설사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장관계 이상사례에서도 양호한 내약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체중감량 효과만큼 시장 판도를 좌우할 변수는 가격이다. 에페는 원료 제조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경기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자체 생산한다. 수입에 의존하는 위고비·마운자로와 달리 국내 생산 기반을 갖춘 만큼 한미약품은 공급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주요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4주 투약 기준 10만원대 공급가격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나영 한미약품 혁신성장부문장 부사장은 “에페는 한국인 대상 임상 근거와 국내 생산 기반을 갖춘 만큼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가격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위고비는 마운자로 국내 출시를 앞두고 시작용량 0.25mg의 4주분 공급가격을 37만2000원에서 21만6000원으로 낮췄다. 마운자로 2.5mg 시작용량의 4주분 공급가격은 27만8000원 수준이다. 두 제품 모두 비급여 의약품이어서 실제 환자가 부담하는 가격은 의료기관과 약국에 따라 달라진다. 에페의 공급가격이 실제로 10만원대에서 정해질 경우 가격 격차가 처방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도 관전 포인트다.
에페가 가세하면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경쟁은 체중감량 효과와 가격, 공급 안정성 등을 중심으로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실제 출시 가격과 초기 처방 흐름이 향후 시장 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시장을 키운 상황에서 국산 신약까지 가세하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며 “에페가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앞세워 시장에 안착할 경우 환자 선택지가 넓어지고 전체 시장도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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