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부산 박로사 기자] 첫 장편 데뷔작 '추격자'(2008)부터 '황해'(2010), '곡성'(2016), 그리고 신작 '호프'까지. 한국 장르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나홍진 감독이 부산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마스터클래스 '나홍진 그가 곧 장르'가 개최됐다.
'호프'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됐다. 지난 7월 10년 만의 신작 '호프'를 선보이며 456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날 나홍진 감독은 미술을 처음 접했던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못해 대학에서 공예과를 전공한 이야기, 영화감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살아왔다 보니까 대학에 가서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인물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꺼려하는 곳이든 어떤 사람이든 만나는 데 주저함 없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 다녀오고 서른쯤 됐을 때 저라는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 어떤 존재인지 판단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나 감독은 '추격자', '황해', '곡성' 그리고 올해 7월 개봉한 '호프'의 비하인드도 밝혔다. 실제로 겪은 경험들이 영화를 만드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추격자'는 동네 술집에서 친해지게 된 형사에게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기수대장의 눈을 찌르고 탈출했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시작됐다. '황해'는 칼부림이 일어나는 가리봉동을 직접 찾아간 뒤 연변에서 조직폭력배와 나눈 이야기로 시작됐으며, '곡성'은 무속인의 가족과 친해지게 되면서 무속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이후 무속인들과 산속에서 몇 달간 함께 생활하면서 보고 느끼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나 감독은 "영화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만났다. 인간은 너무나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너무 복잡해서 인간을 어떠한 유형으로 나누는 게 불가능하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에서 캐릭터가 점점 늘어나면 이야기는 거미줄처럼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너무 복잡한 구성이 생겨버리지만, 이젠 그걸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극 중 인물뿐만 아니라 관객까지도 거미줄 안에 같이 넣어버리자 싶더라. 정리하려 들지 않고, 쉽게 만들려 하지 않고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 나가자는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나홍진 감독이 중요시하는 요소는 '불길함'이다. 그는 2017년 한반도에 전쟁이 날 거라는 확신을 했었다며 이러한 불길함으로 인해 '호프'의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나 감독은 "불길함을 집어넣게 되면 미스터리라는 것을 아주아주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만들어낸다기보단 자연스럽게 형성된다"며 "불안함과 불길함. 이 두 가지 요소가 만나게 되면 인간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두려움을 느끼면 답을 찾고자 하고 원인을 알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영화에 집중하고 영화 속에 답이 있을 거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제가 영화를 만들면서 되게 중시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가 감독으로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과정은 포스트 프로덕션(후반 작업)이다. 시나리오 집필부터 프리프로덕션, 프로덕션까지 모든 과정이 포스트 프로덕션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홍진 감독은 "후반 작업은 너무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노하우라는 게 없다. 정말 행운처럼 의도를 넘어서는 괴물 같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고, 부족한 상태로 공개될 수도 있다"며 "전 영화가 자기의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을 거미줄 안에 끌어들여서 불안감을 전달하고, 믿게 하고, 궁금하게 하고, 또 속이면서 두 시간여의 시간을 함께 공유하게 되는 것이 내 영화"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나 감독은 '나홍진은 어떤 장르인가'라는 관객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여러분이 저를 가까이 보시게 되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마주쳤던 적 없고, 경험해 본 적 없는 유형의 인간을 만났다고 느끼실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된 지는 아주 오래됐다. 보편적인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흔들림 없이 일말의 의심 없이 공유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도 "그것과는 별개로 저라는 인간은 호불호가 강하고 이상한 사람 같다고 생각한다. 옛날엔 사람의 진중을 파악하기 위해 힘들게 살았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느긋한 성향으로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다니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말해 웃음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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