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통합 이후 조종사 인사질서를 둘러싼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갔다. 1년 가까이 노사가 맞섰던 '기장승격 시니어리티가 교섭 대상이냐'는 원칙 논쟁을 잠시 접고, 통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는 조종사에 대한 보상안을 놓고 다시 협상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특별조정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대한항공과 2024년 단체협약·2025년 임금협약 교섭을 오는 27일까지 재개한다. 서울지노위는 지난 6일 오후 4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약 13시간 동안 최종 조정회의를 진행했다.
쟁점의 중심에는 기장승격 시니어리티가 있다. 대한항공은 승진 서열과 대상 결정은 회사의 고유한 인사권이라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단체협약과 노동조합법을 근거로 교섭 의제에 포함된다고 맞서왔다. 양측이 시니어리티를 교섭 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지를 두고 충돌하면서 1년 가까이 접점을 찾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외부 컨설팅을 거쳐 중립적인 승진 서열안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승진에 관한 사항은 사용자 고유의 인사권인 만큼 노동쟁의 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유지해왔다. 이번 조정 신청 취하 이후에도 대한항공은 "시니어리티는 고유의 인사권이라는 원칙을 유지하면서 향후 교섭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반대로 노조는 회사가 정한 서열안이 통합 과정에서 일부 대한항공 조종사에게 근속과 기장 승격 측면의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정 과정에서는 서열 통합 원칙 수정안을 비롯해 여러 해결책을 제시했고, 민간 경력을 바탕으로 입사한 부기장의 최초 입사일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근속 기간이 줄어드는 문제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서울지노위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대신 협상 범위를 좁히는 방식을 택했다. 특별조정위원회는 조합이 제시한 방안 가운데 '기장승격 시니어리티에 따른 대한항공 조종사 보상'을 현실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의제로 정하고, 노사가 추가 교섭을 진행하도록 권고했다.
권고안에 따라 노사는 27일까지 임금·단체협약 타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한다. 이 기간에는 시니어리티 관련 사항을 별도로 거론하지 않으며, 교섭이 타결될 경우 지금까지 논의된 시니어리티 문제도 해결된 것으로 보기로 했다. 기한 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노사 어느 한쪽이 다시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결국 시니어리티를 회사 인사권으로 볼 것인지 노사 협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결론은 뒤로 미뤄졌다. 대한항공은 인사권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노조 역시 시니어리티가 교섭 대상이라는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서울지노위도 이 부분에 대한 별도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앞으로 3주 가까운 교섭에서는 실제 불이익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핵심이 된다. 노조는 일부 조종사의 경우 최초 입사일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최대 27개월의 근속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민 출신을 포함한 조합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보상안을 회사가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의 파업 가능성은 낮아졌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노동쟁의 조정 신청은 2015년 이후 11년 만으로, 조정이 결렬될 경우 2016년 이후 약 10년 만에 조종사 파업이 재현될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번에는 노사가 권고안을 받아들이면서 조정 신청을 취하했다.
다만 갈등이 끝난 것은 아니다. 노조는 이번 결정이 쟁의권 포기나 회사의 인사권 주장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27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즉시 조정을 다시 신청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재신청 시 현재 조정위원들이 사건을 다시 맡아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권고안에 명시돼 있다.
이번 조정으로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는 시니어리티의 법적·제도적 성격을 놓고 벌이던 대치를 잠시 멈추고 실질적인 보상 문제를 협상하게 됐다. 회사가 인사권이라는 원칙을 유지한 채 어느 수준의 보완책을 내놓을지, 노조가 이를 받아들일지가 오는 27일까지 이어질 교섭의 핵심이다.
합의에 이르면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이어졌던 조종사 갈등도 한 고비를 넘길 수 있다. 반대로 보상 수준을 둘러싼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잠시 미뤄둔 시니어리티 논쟁과 쟁의 절차가 다시 동시에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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