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이 불 붙인 병역특례 개정 요구… 특례 폐지와 기여금 부과 등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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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시상식 모습. / 뉴시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현지 시간)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시상식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김윤혁 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이에 정치권은 일률적인 병역특례 기준을 폐지하는 방안부터 복무 기간 중 소득에 기여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 다양한 해법을 담은 제도 개선 입법을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이전 국회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이어졌던 만큼, 이번에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특례 기준과 의무가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주호영, 아시안게임 금메달 특례 폐지

특혜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 3일 아시안게임 우승 직후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보인 경솔한 언행이었다. 국군체육부대 입대를 불과 일주일 앞둔 주장 이기혁 선수는 인터뷰에서 “저 군대 안 갑니다”라고 했고, 양민혁 선수는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다. 군 면제라는 보상 하나만 보고 경기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박승수 선수가 라커룸에서 전역모를 쓴 사진을 SNS에 공개하면서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

비판의 핵심은 선수들이 병역의무를 가볍게 여기거나 특례를 당연한 보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 있다. 그들이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과와 노력을 인정하더라도, 혜택에 따르는 책임까지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태도를 향한 비판은 병역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 자체에 대한 재검토 요구로 번졌고, 정치권에서도 국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1973년 도입된 예술·체육요원 제도는 병역법상 보충역의 한 종류로,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활용해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을 위한 업무에 복무하는 사람을 뜻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해 편입된 대상자는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34개월 동안 자신의 분야에서 활동하며 병역의무를 이행한다. 이 기간 동안에는 공연, 강습 등 자신의 특기를 활용한 봉사활동도 총 544시간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예술·체육요원 편입 요건을 재정비하는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된 편입 요건을 법률에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에게 일률적으로 편입 자격을 부여하는 기준을 폐지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예술·체육요원 편입 요건을 재정비하는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된 편입 요건을 법률에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에게 일률적으로 편입 자격을 부여하는 기준을 폐지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 뉴시스

흔히 ‘군 면제’라고 불리지만 법적으로 병역의무가 완전히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역으로 입대하는 대신 운동선수나 예술인으로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학업이나 생업을 중단해야 하는 일반 복무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때마다 반복돼 왔다. 이런 점에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나온 선수들의 언행은 현역 입대를 피하는 혜택만을 부각해 제도의 명분과 취지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예술·체육요원 편입 요건을 재정비하는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된 편입 요건을 법률에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에게 일률적으로 편입 자격을 부여하는 기준을 폐지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체육 분야에서는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를 편입 대상으로 두고 있는데, 아시안게임 특례는 1990년에 자리 잡았다.

이러한 입법에는 아시안게임 종목의 국가별 선수 구성과 경기 수준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금메달만으로 편입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공정성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또 주 의원은 대표팀 선발 단계부터 병역 혜택이 주요 관심사가 되는 등 국위선양보다 혜택 자체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도 문제 삼았다. 병역의무는 국민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대한 의무인 만큼, 예외를 인정하는 기준 역시 국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예술·체육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현저히 높이는 등 특별한 공적이 인정되는 사람은 국회 추천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편입할 수 있도록 했다. 세계적인 대중문화예술인처럼 국가의 위상과 이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현행 제도상 편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도 전체를 없애기보다 특례 부여 기준과 절차를 재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춘 입법인 셈이다.

이번 입법 논의는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을 계기로 촉발됐지만, 사실 그 바탕에는 오랫동안 반복돼 온 병역특례의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가 놓여 있다. 특례를 축소할지, 대상을 조정할지, 수혜자의 의무와 책임을 강화할지에 따라 제도의 방향과 과제도 천차만별이다. / 뉴시스
이번 입법 논의는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을 계기로 촉발됐지만, 사실 그 바탕에는 오랫동안 반복돼 온 병역특례의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가 놓여 있다. 특례를 축소할지, 대상을 조정할지, 수혜자의 의무와 책임을 강화할지에 따라 제도의 방향과 과제도 천차만별이다. / 뉴시스

◇ 차규근, 복무 중 소득에 기여금… 장병 복지에 활용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특례 수혜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2일 병역법·군인복지기금법·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안으로 구성된 이른바 ‘예술·체육 병역특례 기여금 도입 3법’을 대표발의했다. 예술·체육요원이 의무복무 기간 중 얻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에 기여금을 부과해 군인 복지에 사용하는 것이 골자다. 병역특례를 유지하되 그에 따른 혜택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기준소득월액이 500만원 이하는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이를 초과하면 소득 구간에 따라 5%부터 최고 30%까지 기여금을 누진 적용한다. 걷힌 기여금은 전액 군인복지기금에 귀속된다. 차 의원은 이를 위해 ‘군인복지기금법’에 기여금을 기금 재원으로 추가하고, ‘부담금관리 기본법’에도 부담금의 하나로 명시하도록 했다. 미납 시 가산금을 부과하고 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한편 병역특례를 대통령령 개정만으로 폐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7일 페이스북에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은 병역법 시행령 제68조의11에 규정돼 있다”며 “(대통령은) 하루빨리 시행령을 개정해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부터 군 면제를 폐기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시행령 개정은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해당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체육요원을 둘러싼 입법 논의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대 국회에서는 김병기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예술·체육요원에게 군부대 내 예술·체육 업무를 맡기고, 사회복무요원에 준하는 방식으로 2년 2개월간 실질적인 복무를 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체적 전성기에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예술·체육 분야 특기자의 징집·소집을 50세까지 연기하는 방안도 담았지만, 법안은 결국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정부도 2019년 대체복무제도 개선 과정에서 예술·체육요원의 전면 폐지를 검토했지만, 국제대회 성과가 국민 사기와 국가 위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제도를 존치했다. 당시에도 아시안게임을 특례 인정 대회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좋은 성적을 낼 경우 국민 사기 진작에 미치는 효과가 크고, 특례가 사라지면 일부 비인기 종목의 존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번 입법 논의는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솔한 언행을 계기로 촉발됐지만, 사실 그 바탕에는 오랫동안 반복돼 온 병역특례의 공정성과 형평성 문제가 놓여 있다. 특례를 축소할지, 대상을 조정할지, 수혜자의 의무와 책임을 강화할지에 따라 제도의 방향과 과제도 천차만별이다. 정치권이 1973년 도입된 예술·체육요원 제도를 달라진 시대와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재정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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