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경쟁영화제로 새로운 길을 연 부산국제영화제가 두 번째 여정을 시작했다. 아시아 영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세계로 연결하기 위해 부산에 모인 심사위원 7인은 질문을 던지고 익숙한 경계를 넘어서는 영화에 주목한다.
7일 오전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경쟁 심사위원 기자회견이 열렸다. 행사에는 모더레이터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 장이머우 심사위원장과 비간 감독·정주리 감독·이시카와 케이 감독·배우 사말 예슬라모바·최희서·쩐 티 빅 응옥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996년 비경쟁영화제로 출범한 이후 30년 만에 첫 경쟁영화제로 도약에 나섰다. 아시아 영화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소개하는 한편 세계 영화계에서 아시아 영화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데 기여하기 위함이었다. 지난해 성공적인 첫 출발을 알렸고, 올해부터는 경쟁부문 대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올해는 한층 높아진 경쟁부문의 위상을 이어갈 심사위원 7인이 함께한다. 심사위원장으로는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까지 세계 3대 영화제 주요상을 모두 석권하며 세계 영화사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온 장이머우 감독이 위촉됐다. 장이머우 감독은 경쟁부문에 선정된 아시아 주요 작품 13편의 심사를 이끈다.
여기에 ‘카일리 블루스’ ‘지구 최후의 밤’을 연출하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예술공헌상을 받은 중국 감독 비간을 비롯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카자흐스탄 배우 사말 예슬라모바, ‘한 남자’로 일본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 등을 휩쓴 일본 감독 이시카와 케이, ‘도희야’ ‘다음 소희’ ‘도라’까지 세 편의 연출작 모두 칸영화제에 초청된 정주리 감독, 베트남 프로듀서 쩐 티 빅 응옥, 배우이자 감독·프로듀서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최희서가 함께한다.
경쟁부문에는 △임하연 감독의 ‘그날의 태주’ △염규복 감독의 ‘긴긴밤’ △김정훈 감독의 ‘면도’ △히로세 나나코 감독의 ‘비트윈 투 러버스’ △가토 타쿠야 감독의 ‘일요일 다음날’ △구유 감독의 ‘처음 만난 외로움’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빵과 책’ △에디 카효노 감독의 ‘마이 마더’ △요셉 앙기 노엔 감독의 ‘바다에 새겨진 이름’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사토코는 언제나’ △다나카 미키 감독의 ‘실버 익스프레스’ △리윈찬 감독의 ‘평범하기 위하여’ △보티르 압두라흐마노프 감독의 ‘힐롤’ 등 13편이 이름을 올렸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소감은.
장이머우 감독 “부산영화제에 다시 오게 돼 기쁘다. 십수 년 전에 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부산국제영화제가 굉장히 중요한 영화제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이 자리에 오게 돼 기쁘고 많은 작품을 볼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
비간 감독 “작년에는 ‘광야시대’라는 작품으로 경쟁에 참여했는데 올해는 심사위원으로 와서 마음이 한결 편하다. 만나서 반갑다.”
정주리 감독 “작년 이맘때 한창 영화를 찍고 있었는데 영화를 찍으면서도 내년엔 부산에 있을 수 있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에 와서 이렇게 심사까지 하게 돼 너무나 영광이다. 훌륭한 분들과 함께 작품을 보게 돼 영광이다. 열심히 하겠다.”
사말 예슬라모바 “큰 영화 축제에 함께할 수 있게 돼 매우 행복하다.”
이시카와 케이 감독 “이 자리에 초청해 줘서 감사하다. 2~3년 전에 왔는데 그때는 폐막작으로 왔다. 폐막작이라 오자마자 거의 영화제가 끝났다. 이번에는 훨씬 더 오래 있을 수 있게 돼 더 기쁘다. 감사하다.”
쩐 티 빅 응옥 프로듀서 “이렇게 오게 돼 아주 영광이고 기쁘다. 부산국제영화제에 10년 동안 영화인으로서 많이 왔다. 그리고 영화제 지원도 상당히 많이 받았다. 내게 있어 아주 큰 영화제이고 집과 같은 곳이다. 여러분과 함께 영화를 보고 심사를 같이 하게 돼 영광이다. 감사하다.”
최희서 “미국에서 찍은 영화로 홈그라운드인 부산에서 한국 프리미어를 하게 되면서 굉장히 설레고 기분이 좋았는데 거기에 더해 이렇게 막중하고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감히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함께하는 심사위원들의 이름을 보고 무리가 되더라도 정말 큰 배움을 얻고 가겠다고 생각을 하고 임했다.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영화를 보고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좋은 심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아시아영화제로서 부산영화제가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조언할 부분이 있다면.
장이머우 감독 “칸이나 베니스, 베를린은 굉장히 중요한 영화제다. 중국에서는 3대 영화제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는 아시아의 부산영화제도 이미 중요하고 점점 더 중요한 영화제가 돼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영화의 국제적 영향력도 커지고 있고 아시아 각국의 영화도 약진하고 있다. 국제적 위상도 높아졌고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부산이 그리고 도쿄, 그리고 베이징 등 모든 아시아 영화제들이 점점 더 발전하고 잘 돼서 세계가 우리 영화의 우수성을 볼 수 있도록, 많은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나아갔으면 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 영화계에서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보나.
정주리 감독 “지아장커 감독님이 부산영화제를 통해서 세계적 감독이 됐고 이미 부산영화제는 아주 세계적인 영화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해외에 나가서 다른 영화제에서 다른 분들을 만나서 대화할 때도 무조건 제일 먼저 부산을 이야기한다. 아시아 영화를 세계에 소개하고 인재를 발굴하고 하는 데 독보적인 영화제라고 생각한다. 장이머우 심사위원장님 말처럼 아시아 영화 자체가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너무나 세계적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하고 더 나아갈지 그게 더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좋은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에 대한 질문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 같다. 어떤 점에 주목해서 심사를 할 것인가.
비간 감독 “좋은 영화는 각양각색의 영화가 있다. 그런데 나쁜 영화는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보기만 해도 좋지 않다고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좋은 영화는 왜 좋은지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 경험을 넘어서는, 그리고 도전이 되는 영화에 주목할 예정이다. 경쟁에 참여한 영화라면 대담하고 가로막혀 있는 것들을 돌파하고 거리낌없이 표현하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의 감정, 정서를 연결해 주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주안점을 두고 심사하겠다.”
최희서 “좋은 영화란 어떤 해답을 제시하는 영화가 아니라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최근 ‘가능한 사랑’을 보고 더더욱 느꼈다. 정말 좋은 영화는 내가 영화관을 나설 때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영화를 통해 질문을 받고 그 질문으로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가능한 사랑’을 보고 부친과 한 5분 정도 극장 앞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아버지와 함께 그런 대화를 한 건 처음이었다. 소중했고 그 시간 동안 아버지와 나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됐다. 미학적, 기술적으로 훌륭한 영화는 많다. 하지만 결국 우리 가슴에 점을 찍을 수 있는 영화가 좋은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한국에서 작품에 대한 논쟁이 제작진이나 배우를 향한 위협, 영화 상영 중단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창작과 표현의 자유, 역사적 사실에 대한 책임 사이 경계를 어떻게 보나.
장이머우 감독 “한마디 말로 표현하거나 짧은 시간 내에 그 해답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창작은 창작이라고 생각한다. 꼭 진실이나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계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생활에 기반하되 그 생활을 넘어서라.’ 관련된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지만 내용을 듣긴 했다. 나는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사적 진실이라고 하는 것도 그 자체가 정말 진실인가라는 것에도 논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영화의 흥미로운 부분,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예술이라는, 영화라는 형식을 빌려 오늘날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가 예술의 형식을 빌려 오늘날 우리에게 다가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관객이 느끼는 것은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관객 의견에 동의하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 자체가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정주리 감독 “역사적인 사건, 실제 사건을 언급하셨기 때문에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 또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영화를 만들었고 관객을 만났다. 영화란 영화다. 심지어 내가 영화를 만들 때도 영화로 만들어지면 영화는 영화고 허구의 이야기인 것이고 허구의 인물들이 된다. 그것이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내가 영화를 만드는 자세에 있어서도 그렇다. 그런데 지금 내가 느끼는 건 내 영화도 아닌데 너무나 위축된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한편으론 이 이야기 때문에, 이렇게 다루는 것 때문에 상처받는 분들이 계실 수 있구나 그리고 그 상처가 당연히 표현될 수도 있구나 생각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 영화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이런 반응이 오면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서 영화가 시작됐든 어느 것에서 길어 올려졌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그 안에서 모든 책임을 다 진다. 우리가 만든 세계니까. 당연히 비판도 들을 것이고 공감도 해줄 것이고 다양한 의견을 기대하면서 영화를 만든다. 그 작업을 계속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경쟁부문이 신설된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비간 감독 “경쟁이 없어도 이미 오래된 역사 깊은 영화제다. 모두 특별한 영화들이고 가장 좋은 모습으로 관객을 만나게 되는 파티라고 본다. 이 파티에서 경쟁을 하고 경기를 하는 부분이 있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중국이나 일본, 한국에서 경쟁부문이 신설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1등, 2등을 뽑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경쟁부문을 통해 영화에 대한 논의, 담론을 나누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쟁부문이 가진 좋은 의미가 아닌가 싶다.”
쩐 티 빅 응옥 프로듀서 “베트남에서 온 영화 제작자로서 부산국제영화제는 정말 많은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는 중요한 장소였다. 뉴커런츠 섹션이 오랫동안 있었다. 뉴커런츠 섹션 자체도 정말 많은 신진 감독과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는 공간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들의 새로운 목소리를 듣고 작업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랫동안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많은 신진 제작자를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내가 만든 영화도 부산에서 소개되고 많은 지지를 받았다. 감독들에게도 이러한 지지나 지원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시아 영화는 점점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경쟁부문이 신설된 것은 아시아 영화를 더욱더 성장하게 하는 촉매제가 될 거다. ‘부산 어워드 대상’ 수상작이 미국 아카데미영화제에 간다는 것도 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영화를 새롭게 발견하고 세계에 소개하는 더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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