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2년…효성은 ‘확장’, HS효성은 ‘재편’에 베팅

마이데일리
효성중공업 미국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전경. /효성중공업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2024년 계열분리 이후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효성그룹과 HS효성그룹이 대규모 설비투자(CAPEX)를 통해 독자 생존 기반을 다지고 있다. 효성은 전력기기와 바이오 등 기존 제조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는 반면 HS효성은 탄소섬유와 이차전지 음극재 등 첨단소재 중심의 신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과 HS효성 양 그룹은 계열분리 이후 각자의 사업 전략에 맞춘 핵심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을 본격화하고 있다.

효성그룹은 중공업의 전력기기 사업을 축으로 생산 기반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에 1억5700만달러(약 2300억원)를 추가 투자해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증설이 진행 중이며, 공장 인수 이후 투입한 누적 투자액은 3억달러(약 4400억원)에 달한다.

미국 현지 생산체제도 확대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자회사 효성하이코는 지난 6월 미국 콴타서비스 자회사와 초고압차단기 합작법인 ‘효성하이코브레이커’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 중으로 펜실베이니아주 캐논스버그 공장에서 72.5kV~800kV급 초고압차단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초고압직류송전(HVDC) 분야에서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2540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HVDC 변압기 신공장을 착공했으며, 내년 7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공장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대형 전력망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HVDC 변압기의 개발 및 생산을 담당할 예정이다.

효성그룹은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와 함께 연구개발(R&D)도 전력기기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효성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는 945억9000만원으로 전년 동기(483억2000만원) 대비 약 2배 늘었다. 이 가운데 신설·증설 투자액은 692억5000만원으로 전년 동기(233억원)의 약 3배에 달했다. 미국 법인 효성하이코가 진행 중인 투자만 총 2억4700만달러(약 3400억원) 규모로, 2028년 6월까지 이어진다.

효성티앤씨는 베트남 바이오 사업을 본격 가동하며 새로운 성장축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베트남 바리아붕따우성에 건설한 연산 5만톤 규모의 바이오 부탄다이올(BDO) 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프로젝트 전체 투자 규모는 10억달러이며, 향후 연산 20만톤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현재 효성티앤씨가 베트남 바이오 BDO 설비에 투입하는 금액은 2억3600만달러다. 반기 말 기준 1억8600만달러가 집행됐으며, 완공 예정 시점은 내년 8월이다. 스판덱스 등 섬유 부문 가동률도 상반기 90.8%로 지난해 연간(87.9%)보다 높아졌다. 바이오 BDO 사업은 향후 연산 20만톤, 약 1조원 규모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에서도 효성중공업의 확대세가 두드러진다. 효성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는 313억7500만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536억4100만원)의 58%에 달했다. 매출 대비 R&D 비중도 지난해 0.90%에서 올해 상반기 1.03%로 상승했다. 효성티앤씨 역시 상반기 134억원을 R&D에 투입해 지난해 연간(252억원)의 절반을 넘어섰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0.30%로 효성중공업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다만 효성화학의 R&D 비용은 2024년 212억원에서 지난해 167억원으로 감소했다.

타이어코드 울산공장에서 한 직원이 생산품을 살펴보고 있다. /HS효성

이에 반해 HS효성은 계열분리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기존 사업의 투자 규모를 조정하고 신사업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를 일괄적으로 확대하기보다는 사업 구조를 정비하는 동시에 첨단소재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HS효성첨단소재는 해외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시주 정부와 내년부터 대규모 현지 생산기지 투자를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업계에서는 자동차용 카페트 소재 생산라인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HS효성은 현재 멕시코와 미국에서 타이어코드, 에어백, 모빌리티 인테리어 등을 생산해 GM, 굿이어 등에 공급하고 있다.

같은 달 29일에는 베트남 다낭시 땀탕 산업단지에서 카페트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1억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해 2029년까지 벌크연속필라멘트(BCF) 원사부터 자동차용·상업용 카페트까지 생산하는 일관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 타이어코드·에어백 공장 부지 39만㎡에 11만㎡를 추가해 전체 부지를 50만㎡로 확대한다.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추진한다. HS효성에너지솔루션코리아는 울산시와 실리콘 음극재 생산공장 신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2030년까지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 총 1조2000억원을 3단계로 투입할 계획이다. 1단계로 3000억원을 투자해 2028년 1분기까지 연산 5000톤 규모의 1공장을 짓고, 이후 2·3단계에서 각각 5000톤과 1만톤의 생산능력을 추가한다. 벨기에 유미코아와 설립한 합작법인을 통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계열분리 이후 첫 신사업 투자다.

탄소섬유 사업도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다. HS효성첨단소재는 초고강도 탄소섬유 ‘H3065’(T-1000급)를 앞세워 우주항공·방산·드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전주와 중국에 이어 하반기 베트남 공장 가동을 준비 중이다.

다만 HS효성의 전체 설비투자 규모는 계열분리 이후 감소세다. HS효성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설비투자 금액은 2024년 3115억원에서 지난해 1916억원으로 줄었으며, 올해 계획도 1685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집행액은 949억원으로 연간 계획의 56% 수준이다.

특히 HS효성첨단소재의 설비투자 감소 폭이 크다. 2024년 806억원에서 지난해 184억원으로 줄었으며, 올해 계획은 102억원, 상반기 집행액은 60억원이다. 해외 종속회사의 설비투자 역시 2024년 2309억원에서 지난해 1732억원, 올해 계획 1583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889억원이 집행됐다.

사업 재편도 병행하고 있다. HS효성은 지난해 6월 멕시코 자회사(GST Safety Textiles Mexico)와 미국 HS효성 USA홀딩스의 에어백 사업부를 매각했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HS효 USA홀딩스의 무역사업부도 매각했다.

대신 R&D 기능은 강화하며 독립 그룹으로서의 기술개발 기반을 확보했다. HS효성은 지난해 5월 ㈜효성으로부터 타이어보강재·아라미드·탄소재료·바이오 소재·이차전지 등의 연구용역 사업부문을 양수했다. 해당 사업부문은 HS효성첨단소재와 체결한 연구용역 계약을 기반으로 기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계열분리 이후 양 그룹의 투자 전략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효성은 전력기기와 바이오 소재 등 기존 제조사업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규모의 경제와 수익성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HS효성은 기존 사업의 효율화와 함께 탄소섬유·이차전지 소재·모빌리티 소재 등 미래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독자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HS효성의 전체적인 설비투자 규모만 보면 계열분리 이후 투자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투자 축소보다는 기존 사업을 효율화하면서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자원을 재배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반면 효성은 전력기기 등 수요가 확대되는 사업을 중심으로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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