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st BIFF] 한 권의 만화에서 시작된 질문…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룩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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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가운데)이 새 영화 ‘룩백’을 들고 부산을 찾았다. (왼쪽부터) 데구치 나츠키·마키타 아쥬·나나세 후리·오카다 로카 / 시사위크DB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가운데)이 새 영화 ‘룩백’을 들고 부산을 찾았다. (왼쪽부터) 나나세 후리·데구치 나츠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마키타 아쥬·오카다 로카. / 시사위크DB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창작의 의미를 되묻는다. 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한 권의 만화가 ‘왜 영화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고, 그때 받은 강렬한 인상을 자신만의 영화적 언어로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 ‘룩백’이다.

7일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룩백’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데구치 나츠키·마키타 아쥬·나나세 후리·오카다 로카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룩백’은 잊지 못할 사계절을 함께 그리며 서로의 세상이 돼준 두 소녀의 애틋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일본의 인기 만화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동명 단편 만화 ‘룩백’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후지모토 타츠키 작품 중 최초의 실사화로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도 공식 초청됐다.

연출은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맡았다. 연출뿐만 아니라 각본과 편집도 담당했다. 여기에 데구치 나츠키·마키타 아쥬·나나세 후리·오카다 로카·노로 카요·쿠도 칸쿠로·스다 마사키 등이 출연해 탄탄한 시너지를 완성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긴 시간 작품을 공유해 온 배우들과 함께 영화제에 올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부산국제영화제는 데뷔했을 때부터 계속 초청받아 찾아왔던 곳이다. 내게도 아주 애착이 있는 영화제다. 부산이라는 도시와 영화제에 작품을 가지고 다시 올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원작 ‘룩백’을 처음 접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작품을 영화화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그는 “영화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해 집으로 가져와 그날 밤 읽었는데, 당시 받은 충격을 잊을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때 ‘왜 사람들은 이야기를 쓰는가, 왜 창작을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에게 대입하면 ‘왜 영화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창작자들이 짊어지고 있는 것, 그 안에 있는 ‘업’에 관한 이야기라고 느꼈다. 원작을 통해 영화와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당시 받은 충격을 영화를 통해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만화와 영화의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사람은 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가, 왜 창작하는가’라는 질문을 늘 머릿속에 두고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고 밝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따스한 시선이 담긴 ‘룩백’ 스틸. / 메가박스 중앙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따스한 시선이 담긴 ‘룩백’ 스틸. / 메가박스 중앙

네 배우와 함께한 촬영 현장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네 배우가 정말 딸처럼 느껴졌다”며 “현장의 분위기가 평화롭고 편안하고 좋았다. 세세하게 연출하기보다 네 사람이 함께 공유하는 시간과 동네에 흐르는 사계절, 빛의 변화를 정성스럽게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네 배우가 그것을 잘 표현해 줬다. 실제로 그 동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처럼 그곳에서 지냈던 것 같다”며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룩백’은 두 소녀가 함께한 시간을 35mm 필름에 담아냈다. 그는 “이번 작품에 한정하지 않고 필름으로 찍을 수 있는 영화는 필름으로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영화화가 결정된 단계부터 35mm 필름으로 찍고 싶고, 사계절을 담고 싶다고 프로듀서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름으로 찍으면 나중에 후반 작업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차단된다”며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는 긴장감이 더해질 수 있지만, ‘여기서만 가능한 것’이라는 긴장감이 모였을 때 현장에서 생기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작품에 담기고 관객에게도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영화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며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실사 영화 속 애니메이션은 두 사람의 관계와 이루지 못한 꿈을 표현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후지노가 편의점에서 자신들이 상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 꿈은 내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그 한마디로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된다”며 “미래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하나의 계기가 되는 상황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단절돼 버린 가능성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이루지 못했던 꿈을 다시 보여주는 부분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중간 영역에 있는 영상을 활용해 쿄모토가 그린 배경 속에서 두 사람이 이루지 못했던 꿈이 움직이는 표현이 적절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할리우드 배우 에디 레드메인과 함께하게 된 차기작을 언급하며 다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지금 시나리오를 열심히 쓰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것을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순조롭게 준비하고 있다. 내년 이후 자세한 발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작품으로 다시 부산국제영화제에 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룩백’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뒤 오는 8일 정식 개봉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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