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22대 후반기 국회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6일 막을 올린 가운데,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된 대법원 국감은 사실상 ‘조희대 대법원장 국감’이 된 모습이었다. 여야가 시작부터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감장 이석 여부를 두고 정면충돌했고, 조 대법원장이 지난해 국감과 달리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선 적극 반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이날 오후 조 대법원장이 국감장을 이석한 후에도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질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 여야, 조희대 이석 여부 두고 충돌
이날 오전 10시경부터 법사위에서 실시된 대법원 국감은 우선 정제된 분위기로 시작됐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감 시작 전 조 대법원장과 악수를 했고,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조 대법원장에게 “잘 나오셨다. 답변 잘하시라”며 악수를 청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인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국감 실시를 선언하고부터 여야의 공방은 거세졌다. 조 대법원장의 국감 인사말 이후, 그의 국감장 이석 여부를 두고 여야 법사위원들이 정면충돌한 것이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헌법 취지에 비춰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에 관해 증언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 원칙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민주당 주도로 조 대법원장이 국감 일반 증인으로 채택됐고, 조 대법원장은 지난 4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는데, 이날 인사말을 통해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 거부’ 사태에 대한 질의에 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인사말 이후 서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용하지 않고, 증인 선서를 실시했다. 관례적으로 대법원장은 인사말 후 국감장을 이석하는 것을 허용했지만, 지난해 국감에 이어 이번 국감에서도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자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선서 전 대법원장을 이석하게 해야 한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서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노경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 대법원 관계자들은 증인 선서를 실시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증인 선서를) 하지 말라”며 소리쳤다. 다만 조 대법원장은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후 여야 모두에서 항의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장은 선서하라고 왜 강력하게 요구하지 않나”라고 항의했고,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대통령도 국감장에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 증인 선서 거부한 조희대… 의혹엔 ‘적극 반박’
이처럼 조 대법원장이 증인 선서를 거부한 후, 본격적인 질의가 시작됐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구 거부 사태에 대한 질의에 대해선 “선서·증언을 할 수 없다”며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외의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선 적극 반박했다. 이는 지난해 국감에서 인사말 이후 질의에 답하지 않은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조 대법원장은 박균택 민주당 의원의 ‘오늘 국회에 출석하면서 접근 저지선 설치를 요구한 적 있나’라는 질의에 “없다. 저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이 ‘제2의 윤석열을 꿈꾸나’라고 질문한 것에 대해선 “그런 말은 모욕적이고 서글픈 일”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이성윤 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장 개인 업무추진비로 고가의 술을 구매한 것 아니냐고 지적한 점에 대해, 조 대법원장은 “카드를 본 적도 없다”며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은 2024년 12·3 불법 비상계엄 당시 침묵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대법원은 어느 기관보다 먼저 위헌적이라고 얘기했다”며 “여러 차례 계엄사에서 ‘인원을 파견해달라. 명단이라도 보내 달라’고 했지만 제가 ‘위헌적인 행위니까 절대 보내지 말고 명단도 주면 안 된다’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월 발생한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조 대법원장이 침묵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직접 현장에 가서 강경한 성명을 발표했다”며 “저도 이어서 나가려고 하니 ‘현장에 또 나가면 사태 수습에 오히려 지장이 되니 어느 정도 수습된 뒤 가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어 “현장이 어느 정도 수습된 후 가서 당시 관계자 전부를 모아두고 일일이 고충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들었다”며 “그 뒤에 원하는 모든 조처를 해줬다”고 밝혔다.
다만 조 대법원장은 오후에 진행된 국감엔 건강을 이유로 이석했다. 서 위원장이 노 처장을 향해 ‘대법원장은 이석했나’라고 묻자, 노 처장은 “(조 대법원장이) 몸이 편찮으셔서 잠시 가셨다. 끝날 무렵 오시겠다고 한다. 지금 감기가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 위원장이 재차 ‘이석했나’라고 묻자, 노 처장은 “네”라고 답했다.
그러자 서 위원장은 “대법원장에게 묻고 싶은 게 많고, 국회 출석이 의무 사안임에도 (조 대법원장은) 오전에 선택적 답변만 했다”며 “(조 대법원장이) 임의로 이석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러한 가운데, 조 대법원장이 국감장을 이석한 후에도 조 대법원장에 대한 질의는 이어졌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인사말에서 ‘삼권분립’을 언급한 것에 대해 헌법 제61조 국정감사와 관련한 조항을 언급하며 “그것(헌법)에 따라서 국정감사가 진행되는데, 이게 헌법상 삼권분립이랑 무슨 상관인가”라고 비판했다.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을 강조한 점에 대해서도 “사법부 독립은 헌법에 안 써있다. 이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헌법 103조에 따르면,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를 ‘사법부 독립’으로 확대 해석했다는 것이다.
반면 법사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국감장에서 답변을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그는 “사법권의 독립을 지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다. 때로는 수모를 참아야 하고, 때로는 억울해도 참아야 한다”며 “그런데 대법원의 태도는 뭐가 모르겠다. 참아야 할 때는 발언을 한다. 그렇게 해선 사법권의 독립을 지킬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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