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윤혁 기자 북한 문제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외교적 대응 기조가 국정감사 시험대에 올랐다.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는 지난달 21일 경기 파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의 후속 조치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야당은 과거 사례를 언급하며 보다 강경하고 신속한 외교적 대응을 요구했지만, 조현 외교부장관은 단호한 대응과 군사적 긴장 관리의 병행을 강조했다.
◇ 안보리 서한 발송, 제재 실행 안갯속… 부처 간 정책 조율도 난항
이날 외통위 국정감사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DMZ 지뢰 사고에 대한 정부 대응이었다. 먼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고가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 매설한 지뢰에 의한 것이었다는 국방부와 유엔사의 공동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북한에 책임 있는 설명과 사과, 재발 방지 조치 등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MDL 일대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선제적 관리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 내 메시지 조율도 주문했다. 외교부·국방부·통일부·국가안보실이 국민과 국제사회에 일관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조 장관은 북한에 단호하게 요구하는 것과 상황이 불필요하게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을 ‘동전의 앞뒷면’에 비유하며 공감을 표했다.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논의를 거쳐 사고에 대한 정부 입장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MDL 일대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요청에는 북한이 호응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야당은 정부의 대응 방침이 실제 조치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따져 물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 정부가 UN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에게 서한을 보냈던 사례를 거론하며, 사고 발생 후 2주가 지났는데도 서한 발송 여부를 검토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질타했다. 조 장관은 서한 발송을 포함한 대응책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시점까지 제시하지는 않았다.
지뢰 사고 후속 대응의 일환으로 정부 내에서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 대북 독자 제재를 놓고는 부처 간 정책 조율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외교부가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제재를 제안했지만 통일부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사실 관계를 따져 물었다. 대북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통일부의 입장이 외교부의 대응을 사실상 제약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장관 간 고성이나 충돌이 있었다는 주장을 부인하는 한편, NSC 회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보안상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통일부가 외교정책을 이유 없이 가로막는 일은 없다고도 밝혔다. 다만 외교부의 자체적인 독자 제재 검토 여부를 묻는 질의에는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 보고서를 근거로 제재를 검토하고 있으며, 시행 시점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재를 둘러싼 논쟁은 지뢰 사고 대응을 넘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접근법으로 이어졌다. 권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현행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낮게 평가하면서 대북 제재와 북한의 추가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을 맞바꾸는 구상을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외교부의 기존 제재 이행 방침과 한미일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와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물었다.
조 장관은 대통령의 발언을 거시적인 맥락 속에서 살펴야 한다고 반박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를 무시하면서 과거보다 효과가 약해졌다는 현실을 설명한 취지라는 것이다. 결국 조 장관의 발언은 정부가 기존 대북 제재 이행과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되, 북한과의 교착 상태를 풀기 위한 접근법은 현실에 맞게 조정하겠다는 기조로 해석된다. 다만 제재가 압박 수단이자 협상 카드로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야당의 의문에는 구체적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북한군 포로 두 명의 한국 이송 이후 우크라이나와 불거진 갈등도 도마에 올랐다. 조 장관은 비공개를 전제로 이송에 합의했으며, 우크라이나 측의 사과 메시지가 정부가 기대한 수준에 미치지 못해 추가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한동훈 의원은 “북한이 주적입니까. 우크라이나가 주적입니까”라고 물으며 북한에 비해 우크라이나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지만, 조 장관은 북한에도 필요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이날 국감 질의는 지뢰 사고 이후의 대북 제재와 유엔 안보리 대응, 비핵화 협상 등 정부의 외교 대응 기조에 집중됐다. 야당은 속도와 실효성을 추궁했고, 외교부는 단호한 대응과 긴장 관리를 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한 발송이나 신규 독자 제재 등의 시점이 여전히 구체화되지 않았고, NSC 논의 내용도 보안을 이유로 공개되지 않아 정부 내 조율 과정과 실제적인 대응 방안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외교부는 북한에 책임을 묻는 대응과 대화의 여지를 함께 고려하면서, 한미일 공조와 주변국 관계까지 조율해야 하는 복합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다. 특히 대북 정책에 있어서는 통일부와의 역할 분담과 정책 조율을 통해 일관된 대응 기조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오는 7일 실시되는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남북 관계 관리 방향과 부처 간 소통 문제가 한층 구체적으로 다뤄질지 주목된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