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포인트] 솔리다임 美상장설에 SK하이닉스 “주주가치 우선”…증권가는 “실익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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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표현. /AI 생성 이미지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의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표현. /AI 생성 이미지

[포인트경제] SK하이닉스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의 미국 증시 상장설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에 직접 입을 열었다. 아직 기업공개(IPO)와 외부자본 활용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기존 주주에게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우선적으로 따져보겠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회사가 충분한 재무 여력을 갖고 있더라도 모든 성장투자를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반드시 최선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증권가에서도 솔리다임의 예상 기업가치를 감안하면 일부 지분을 활용한 자금조달에 따른 모회사 가치 희석은 제한적인 반면 투자재원 확보와 자본 효율화 등 실익은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자사 뉴스룸을 통해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가능성과 관련해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며 “외부 자본 활용 여부는 기존 주주에게 미치는 경제적 영향과 자본 활용에 따른 효과, 자금조달의 재무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투자를 위한 재무 여력을 갖추고 있지만 자금이 있다고 모든 투자를 자체 자금으로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부 자금과 외부 자본 등 투자재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시장 상황과 투자 시점, 회사의 재무상황 등을 함께 고려해 검토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직접 설명에 나선 것은 최근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가능성이 제기된 뒤 국내 일각에서 ‘중복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상장설은 구체적인 숫자와 함께 제기됐다. 로이터는 지난달 25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솔리다임이 이르면 2027년 미국 IPO를 검토하고 있으며 투자은행(IB)들을 상대로 주관사 선정을 위한 이른바 ‘베이크오프(bake-off)’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상장을 통해 약 150억달러를 조달하고 기업가치는 최대 1500억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논의가 초기 단계인 만큼 거래 규모와 기업가치, 일정 등은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분 희석’ 우려 있지만…증권가 “모회사 영향 제한적”

중복상장 우려를 제기하는 측에서 주장하는 배경은 모회사 주주가치 희석 가능성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별도 상장하면서 모회사 주주가 누리던 성장가치가 자회사로 이전된다는 논란이 반복돼 왔다. 솔리다임의 IPO 가능성 역시 이런 ‘중복상장’ 프레임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다.

다만 솔리다임은 출발점부터 차이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SK하이닉스가 기존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만든 회사가 아니라 인텔의 낸드플래시와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범시킨 미국 법인이다.

증권가가 이번 사안을 과거 논란이 된 전형적인 물적분할 후 중복상장과 구분해 보는 이유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솔리다임이 일부 지분을 활용해 외부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상장 시 기대되는 기업가치를 감안하면 SK하이닉스 모회사 지분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추가적인 재무 부담을 낮추면서 미래 투자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결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 자체뿐 아니라 외부자본을 통해 얼마의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의 추가적인 기업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의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자체적으로 부담하면 경제적 지분은 유지할 수 있지만 그만큼 다른 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줄어든다. 반대로 솔리다임이 미국 자본시장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성장자금을 확보하면 일정 수준의 지분 희석 가능성이 생기는 대신 SK하이닉스의 직접적인 투자 부담은 낮출 수 있다는 논리다.

△인텔 낸드 인수→기업가치 상승→투자재원…‘자본 선순환’

증권가에서 주목하는 또 다른 대목은 ‘자본 선순환(Capital Recycling)’이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SSD 사업을 인수해 솔리다임을 출범시켰고, 이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eSSD(기업용 SSD)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졌다.

AI 데이터센터는 연산을 담당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할 고용량 eSSD가 필요하다. 솔리다임은 고용량 eSSD와 QLC(쿼드레벨셀) 컨트롤러 등 관련 경쟁력을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용 저장장치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 변화에 맞물려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이 현실화하면 과거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SSD 사업을 성장시킨 성과를 미국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로 평가받고, 그 가치의 일부를 다시 성장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가 가능해질 수 있다.

일부 금융권 전문가들은 이를 국내 증시에서 논란이 됐던 물적분할 후 중복상장과 달리 인수한 사업을 성장시킨 뒤 그 가치를 활용해 새로운 투자재원을 마련하는 ‘자본 선순환’ 모델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도 실익으로 거론된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 자본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현지 투자 기반을 확대하면 자금조달을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은 “미국 현지에서의 자금 조달과 설비 투자는 관세 및 지정학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완화하는 대응”이라며 “메모리 업황의 상승 사이클 속에서 솔리다임 상장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며, 실질적인 실익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자본 배분의 선택지도 넓어진다.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비롯한 AI 메모리 시장의 성장에 대응하려면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솔리다임이 외부 자본을 통해 자체 성장재원을 확보할 경우 본사의 현금흐름을 다른 성장투자에 활용할 여지가 커진다.

주주환원 측면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솔리다임에 대한 추가 자금지원 부담이 줄어들면 SK하이닉스가 창출하는 잉여현금흐름(FCF)을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배당 확대 등에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물론 상장 자체가 곧바로 주주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영향은 솔리다임이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가치, 외부에 내놓는 지분 규모, 조달 자금의 사용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재까지 미국 상장 여부와 시기, 지분 매각 규모 등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런 변수를 감안해 외부 자본 활용 여부를 결정할 때 자체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과 비교해 기존 주주에게 미치는 경제적 영향과 자본 활용 효과, 자금조달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시장의 관심도 단순히 솔리다임의 상장 여부보다는 기업가치 수준과 성장자금 유치 규모 등에 포인트가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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