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한소희 기자] tvN이 개국 20주년을 맞아 야심 차게 선보이는 '100일의 거짓말'이 첩보와 로맨스, 시대극을 한데 엮은 이야기로 안방극장을 찾는다. 김유정과 박진영은 격변의 시대 속 서로를 성장시키는 청춘 로맨스를, 김현주와 이무생은 절제된 '어른 멜로'를 그린다. 여기에 진선규가 강렬한 악역으로 가세한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tvN 20주년 특별기획 새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유인식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유정, 박진영, 김현주, 이무생, 진선규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100일의 거짓말'은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가 밀정이 돼 조선총독부에 잠입하면서 시작되는 첩보 로맨스다. 적의 심장부에서 마주한 밀정과 엘리트 통역관이 서로의 정체를 감춘 채 100일간 위험한 관계를 이어간다.

연출을 맡은 유인식 감독은 작품에 대해 "1932년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한다. 조선을 떠나는 것만 꿈꾸던 소매치기 소녀가 밀정이 돼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며 "긴장감 넘치는 첩보와 가슴 절절한 사랑,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는 이들의 뜨거운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총 16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택한 이유도 밝혔다. 유 감독은 등장인물들이 시대의 격랑 속에서 변화하는 과정과 그들이 특정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세밀하게 따라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분량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10부나 12부로는 부족할 만큼 담아야 할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다.
시대극인 만큼 고증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당시 모습을 간직한 건물과 공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미술적인 재현부터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유 감독은 당시의 기억과 최대한 어긋나지 않도록 미술팀을 비롯한 제작진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김유정은 경성 최고의 소매치기에서 조선총독부 통역생으로 위장 잠입하게 되는 이가경을 연기한다. 미국으로 떠나겠다는 목표를 위해 돈을 모으던 인물이 구국단의 제안을 받고 밀정이 되면서 거대한 사건에 휘말린다.
김유정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을 꼽았다. 그는 "대본을 읽으면서 이 작품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배우로서 영광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직 자신이 무엇을 꿈꾸는지도 알지 못하는 20대 초반의 가경이 이 이야기를 지나며 어떻게 성장하는지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외국어 연기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처음에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됐다고. 특히 극 중 인물마다 외국어를 사용하는 방식과 말투가 달라 이 역시 작품을 보는 재미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박진영은 정무총감의 양자 사토 히데오이자 조선총독부 엘리트 통역관 김태웅을 맡았다. 영어와 일본어, 조선어까지 3개 국어에 능통하지만 두 개의 이름과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인물이다.
박진영 역시 외국어 연기를 위해 반복적인 연습을 거듭했다. 그는 "연습밖에는 답이 없었다. 머리로 외운다기보다 입이 기억할 정도로, 건드리면 바로 대사가 나올 만큼 연습했다"며 촬영 현장에서도 긴장을 놓지 않고 계속 대사를 익혔다고 전했다.
캐릭터의 복잡한 내면은 오히려 절제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박진영은 인물이 겪는 혼란을 모두 겉으로 드러내면 부담스럽게 보일 수 있다고 판단해 감정을 최대한 감추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양아버지 밑에서 오랜 시간 강압적인 교육을 받은 인물인 만큼 자세와 몸가짐까지 신경 쓰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은 것은 김유정과 박진영의 로맨스 호흡이다. 박진영은 두 사람의 호흡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 "100점 만점에 1000점"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두 사람의 로맨스 장면을 촬영할 때마다 유인식 감독이 누구보다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유정도 박진영과의 호흡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현장에서 정말 편안하고 재미있게 해줬다"며 "가경이 혼자 힘으로 만들어가기 어려운 성장 서사를 가진 인물인데 박진영 배우와 함께했기 때문에 잘 만들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청춘 로맨스와는 또 다른 결의 관계도 펼쳐진다. 김현주는 항일단체 구국단의 저격수 유소란으로 변신한다. 개인적인 복수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더 큰 대의를 위해 움직이게 되는 인물이다. 이무생이 연기하는 유필립과는 위장 부부로 얽힌다.

김현주는 작품에 임하기 전 대본 리딩 현장에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시대적 배경을 다루는 만큼 가볍게 접근할 수 없다는 책임감을 느꼈지만, 작품 전체를 지나치게 무겁게만 표현하려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진중한 이야기 속에서도 밝고 재미있는 요소가 공존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필립 역의 이무생은 조선계 미국인이자 미국 언론사의 경성 특파원으로 등장한다. 구국단의 일원인 그는 언론인이라는 신분을 활용해 독립운동을 돕는다. 유소란에게 마음을 품고 있지만 개인적인 감정보다 대의를 앞세우는 인물이다.
김현주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김유정·박진영 커플 못지않게 애절한 로맨스가 펼쳐진다고 예고했다. 이무생 역시 마음을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소란을 지키려는 유필립의 감정이 중요한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진선규는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 역으로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성공과 출세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망가이자 구국단이 제거해야 할 첫 번째 목표다.
진선규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자신을 대표하는 악역 캐릭터인 영화 '범죄도시'의 위성락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작품을 시작할 때부터 '범죄도시' 위성락을 조금이라도 지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새로운 악역을 완성하기 위해 유인식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에 유 감독은 "보시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진선규의 변신에 기대를 더했다.
일본인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한 노력도 상당했다. 진선규는 일본어를 비롯해 말투와 분위기를 익히기 위해 약 두 달간 일본에서 생활하며 공부했다고 밝혔다. 촬영에 들어간 뒤에도 수업과 연습을 이어가며 실제 일본인처럼 보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
유인식 감독은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으로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꼽았다. 극 중 인물들이 왜 자신의 삶을 걸면서까지 그런 선택을 했는지를 따라가는 것이 '100일의 거짓말'의 중요한 축이라는 설명이다.
유 감독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서서히 뜨거워지면서 가슴에 닿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며 "'도대체 그들은 왜 그렇게 했을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시청자들도 인물들을 따라가면서 그 뜨거움에 닿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유정 역시 작품의 중심에는 사랑과 개인의 삶이 있다고 바라봤다. 한 사람의 삶이 결국 '우리'라는 공동체로 확장돼 가는 과정이 작품에 담겨 있다며 시청자들이 인물들의 변화를 함께 지켜봐 주길 바랐다.
첩보전과 로맨스, 독립군의 이야기와 강렬한 악역까지 다양한 요소를 한 작품에 담은 '100일의 거짓말'은 오는 10월 10일 오후 9시 10분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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