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호빈 기자] 미국에서 빠르게 처방을 늘리고 있는 ‘먹는 위고비’가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만치료제 경쟁 축이 주사제에서 경구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주사 바늘 공포를 호소하는 환자들까지 흡수하며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는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들의 공세에 국내 기업들도 경구용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러나 대다수가 임상 초기나 전임상 단계여서 글로벌 제품과의 개발 격차를 얼마나 줄일지가 과제다.
◇ 美서 경구용 비만치료제 빠르게 확산…한국 허가도 가시권
2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을 중심으로 경구용 비만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허가 절차가 시작됐다. 업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각각 ‘위고비 필’과 ‘파운다요’의 품목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사는 구체적인 국내 출시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허가 심사 기간은 이전보다 단축될 전망이다. 식약처는 올해 신약 허가·심사 혁신 프로세스를 도입해 기존 295일 수준이던 허가 목표기간을 240일로 줄였다. 허가 전 사전 대면회의와 동시·병렬심사, 수시검토·보완 등을 통해 심사 기간을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허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2027년 국내 품목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품목허가가 곧바로 출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주사형 위고비 역시 2023년 4월 국내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실제 출시는 약 1년 6개월 뒤인 2024년 10월 이뤄졌다. 경구제 역시 허가 이후 공급 물량 확보와 유통 전략 등에 따라 실제 출시 시점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경구용 비만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1월 미국에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25mg ‘위고비 필’을 출시했다. 기존 주사형 위고비와 같은 성분을 하루 한 번 복용하도록 개발한 제품으로, 최근 미국 내 누적 처방은 700만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일라이 릴리도 지난 4월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 ‘파운다요(성분명 오르포글리프론)’를 미국에 출시하면서 경쟁에 합류했다.

◇ 국내사는 아직 임상 초기…글로벌과 격차 커
글로벌 제품의 상업화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개발 경쟁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동제약은 저분자 화합물 기반 GLP-1 수용체 작용제 ‘ID110521156’의 임상 1상을 마쳤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반복투여 시험에서 200mg 투여군은 4주간 평균 9.9%, 최대 13.8%의 체중 감소를 보였다. 일동제약은 2027년 1분기 임상 2상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에 앞서 글로벌 파트너를 확보해 공동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프로젠은 미국 라니 테라퓨틱스와 GLP-1·GLP-2 이중작용제 ‘PG-102’를 경구용 캡슐 ‘RPG-102(RT-114)’로 개발하고 있다. 올해 7월 공개한 임상 1a상 초기 결과에서 같은 용량의 피하주사 대비 150% 이상의 전신 노출을 확인했다. 회사는 주 1회 복용하는 경구용 비만치료제를 목표로 임상 1b상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종근당은 자회사 아첼라를 통해 경구용 GLP-1 작용제 ‘CKD-514’를 개발하고 있다. 비임상에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현재 전임상 단계에서 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저분자 화합물 기반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HM101460’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당뇨병학회에서 비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했으며, 기존 주사제 대비 투약 편의성을 높인 경구용 후보물질로 개발 중이다. 현재 비임상 단계로 구체적인 임상 진입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셀트리온도 GLP-1을 기반으로 한 다중 작용 경구용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단일 작용 경구제와 차별화된 효능을 목표로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며, 2028년 하반기 임상시험계획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구제가 비만치료제 시장의 환자층을 넓힐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기업에도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글로벌 선두 제품이 이미 상업화와 시장 확대 단계에 들어간 만큼 단순한 ‘먹는 제형’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경구용 비만치료제는 주사제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까지 치료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성이 크다”며 “다만 글로벌 제품이 이미 상업화 단계에 들어간 만큼 단순히 먹는 약이라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갖기 어렵고, 체중 감소 효과와 안전성은 물론 흡수율과 복용 편의성, 생산비까지 얼마나 개선하느냐가 후발주자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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